손실혐오, 집단사고, 확증편향 등 심리학적 편향이 '위험 도박' 내몰아

개성공단을 사실상 폐쇄하고 중거리 미사일 '무수단' 발사 준비까지 마친 북한이 급기야 우리 측의 대화 제의까지 걷어차 버렸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자칫 체제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을 굳이 벌이는 이유는 뭘까?
누구나 갖고 있는 3가지 심리학적 편향들(Biases)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1. 손실혐오
사람은 같은 크기의 이득보다 손해에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만약 그 손실이 확정된 것이라면 비합리적일 정도로 그 손실을 피하려고 한다. 바로 '손실혐오'(Loss Aversion) 경향이다.
심리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공 색깔 실험'(Ball Color Experiment)라는 것이 있다. 눈 앞에 항아리 2개가 놓여있다고 가정하자. 왼쪽 항아리의 3분의 2는 검은 구슬, 나머지 3분의 1은 붉은 구슬로 채워져 있다. 오른쪽 항아리에는 검은 구슬과 붉은 구슬이 어떤 비율로 섞여있는지 모른다.
만약 검은 구슬을 뽑으면 100달러를 준다고 하면 당신은 어떤 항아리를 선택하겠는가? 만약 왼쪽 항아리를 선택했다면 당신은 대다수에 속하는 사람이다. 오른쪽 항아리의 검은 구슬 비율이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불확실 이익'보다 '확실한 이익'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제 규칙을 바꿔 만약 붉은 구슬을 뽑을 경우 100달러를 빼앗겨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항아리를 선택하겠는가? 검은 구슬을 뽑아도 보상은 없다. 이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른쪽 항아리를 선택한다. 최악의 경우 오른쪽 항아리에는 100% 붉은 구슬만 들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사람은 '손실' 앞에서는 오히려 '불확실성'을 선호한다. 가만히 앉아서 정해진 손해를 보느니 차라리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사람이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도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확실한 손해다. 군부를 장악하고, 국민들을 결집하고,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기 때문이다. 반면 도발하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체제보장을 위한 미국과의 평화협정, 핵보유국 지위 확보 등의 이득을 볼 수도 있다. 김정은이 무엇이 들었을지도 모를 오른쪽 항아리를 택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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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집단사고
김정은의 두번째 심리학적 오류는 '집단사고'(Groupthink)다. 북한 지도부처럼 패쇄적이고 결속력 강한 집단이 외부의 의견없이 의사결정을 할 때 시야가 좁아져 비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심지어 미국처럼 의사결정구조가 개방적인 나라의 대통령도 '집단사고' 탓에 오판을 내린다. 존슨 행정부가 베트남전 확전을 결정하고, 케네디 행정부가 쿠바 피그만 침공을 지시하는 등의 오판을 내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적 독재국가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이런 일이 더 자주 벌어진다.
실제 중국 전문가 등에 따르면 북한 내부에서는 "최악의 경우 미국과 전쟁을 해도 북한이 반드시 이긴다"는 확신이 퍼져있다. 중국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 장롄구이 중국공산당 중앙당교(고급 당간부 학교) 교수에 따르면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의 한 군사 전문가조차 최근 "북한이 미국을 쉽게 이길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3. 확증편향
끝으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도 김정은의 시야를 제약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기존에 믿고 있던 것을 뒷받침하는 정보에 집중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심지어 회피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 등에 따르면 김정은은 어떠한 경우에도 중국이 고강도 제재나 군사적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한미 연합군과 직접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러나 중국이 영원히 북한의 '후견인'으로 남을 것이라는 김정은의 판단은 착각일 수도 있다. 중국도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험 관리 차원에서 더 이상 북한을 지지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북한의 최근 행동은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면서 베이징을 벗어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나가겠다는 의미"라며 "중국 군부도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이 중국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