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드로이드 시대 '1994 정치'

[기자수첩] 안드로이드 시대 '1994 정치'

김성휘 기자
2013.12.27 08:27

국민 요구 달라졌는데 구태 여전…정치개혁은?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에 야당 의원만 참석, 여당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불참 상황을 논의하고 있다./뉴스1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에 야당 의원만 참석, 여당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불참 상황을 논의하고 있다./뉴스1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94'(응사)는 제목처럼 1990년대가 배경이다. 주인공 나정(고아라)의 방, 쓰레기(정우)의 병원 사무실엔 묵직한 데스크톱 컴퓨터가 등장한다. 당시 컴퓨터용 윈도 OS(운영체계)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거의 모든 프로그램, 게임, 홈페이지 등이 윈도 기반으로 개발됐다.

그 후 20년, 2014년을 앞둔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데스크톱은 노트북에, 다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에 대세 자리를 넘겼다. 컴퓨터용 윈도에 최적화된 홈페이지는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안드로이드 OS)나 애플 아이폰(iOS)에선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다. 속칭 '깨짐' 현상이다.

이 같은 깨짐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 여의도 국회다. 올해 마지막 본회의로 예상되는 30일 예산안을 먼저 상정할지 국가정보원 개혁법안을 먼저 상정할지 여야 신경전이 치열하다. 서로 유리한 문제를 먼저 다루자며 맞섰기 때문이다. 여당은 예산안이 급하다. 야당은 국정원 개혁에 당 운명을 걸었다.

지난 17일 국회 국토교통위는 법안심의부터냐, 철도파업 현안보고부터냐 순서를 놓고 하루 종일 싸우다 끝내 파행됐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은 물만 마시다 하루를 날려 버렸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 드라마 '응답하라1994' 출연진 스틸컷(CJ E&M 제공). ⓒ News1 박상재 인턴기자
케이블채널 tvN 금토 드라마 '응답하라1994' 출연진 스틸컷(CJ E&M 제공). ⓒ News1 박상재 인턴기자

두 경우 모두 어느 한 사안을 먼저 다루면 나머지 시간엔 상대가 퇴장하거나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등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오랜 불신이 줄다리기의 배경이다. 독자들은 이런 뉴스를 보면서 의문을 떨치지 못한다. '순서가 그렇게도 중요한가.'

국회법 등 정치제도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윈도 시대를 뛰어넘어 안드로이드 시대를 사는 국민에게 20년 전 정치논리를 들이대는 관행은 여전하다. 이런 구태를 반복하면서 아무리 '응답하라'고 외쳐도 싸늘한 민심만 돌아올 뿐이다. 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나는 안드로이드인데 누가 윈도를 자꾸 깔려고 하면 그게 깔리겠나. 충돌만 생긴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정당이란 것은 항공모함과 같다. 문제를 안다 해도 방향 전환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그때그때 닥쳐서 방향 돌리려 하지 말고, 주도면밀하게 항로를 계산해서 한 발 먼저 움직여야 한다. 2013년 국회가 벌써 마무리 단계다. 새해엔 달라지겠지 하고 기대를 가져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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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국제부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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