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내조의 여왕'이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준 유쾌한 스토리에 김남주, 오지호, 윤상현 등 내공 있는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졌다. 2010년에는 후속편 격인 '역전의 여왕'이 만들어져 '여왕 신드롬'을 이어갔다.
'여왕 신드롬'은 드라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조로 따지자면 정치판이 먼저다. '선거의 여왕'. 박근혜 대통령을 일컫는 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97년 11월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대선 유세 지원활동으로 정치를 시작한 이래 자신이 책임졌던 주요 선거에서 대부분 승리했다. 2004년 3월 당 대표를 맡아 이른바 `천막당사'로 치른 4ㆍ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싹쓸이 예상을 뒤엎고 121석을 만들어냈다. 이후 2년3개월간 5차례의 국회의원 재ㆍ보선과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40대 0의 완승을 거뒀다. 이 기간 여당 대표가 8명이나 바뀌었다. 2006년 5ㆍ31 지방선거에서는 유세과정에서 테러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대전은요"라는 한마디로 선거 판도를 흔들었다.
박 대통령이 선거의 여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보수세력을 기반으로 한 충성도 높은 지지층 때문이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영남과 새누리당, 60대 이상 고연령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확보했다.
새삼스럽게 '선거의 여왕' 얘기를 꺼낸 건 올해가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없이 이번 선거를 치러야 한다. 새누리당 당적을 갖고 있지만 직접적인 지원은 불가능하다. 선거 막판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박풍'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숙제는 새누리당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도 '선거의 여왕'에서 '국정의 여왕'으로의 거듭나야 한다. 선거와 국가 운영은 다르다. 선거는 어떻게든 한 표라도 이기면 끝이지만 국정은 소수의 반대를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을 포용하지 않으면 국론이 분열되고 결국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된다. 과거 정부들처럼 힘으로 밀어부치는데도 한계가 있다. 정치 권력이 국회로 상당부분 이전된 탓이다. 야당이 여론을 등에 엎을 경우에는 좀처럼 깨기 힘든 '철옹성'이 된다. 지난 1년 박 대통령 자신이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물론 소수의 이해를 다 반영할 수는 없다. 원칙도 지켜야 하다. 다만 소통에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과 집접 소통한 것은 긍정적이다. 형식과 내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새누리당이 선거의 여왕 없이 지방선거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또 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 '국정의 여왕'으로 거듭날지, 2014년 정치판을 보는 또하나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