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행명령 불응, 국회 '부들부들' 언제까지

[기자수첩] 동행명령 불응, 국회 '부들부들' 언제까지

이현수 기자
2014.10.26 17:14

[the300]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의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형준 전 해경 진도VTS센터장(왼쪽), 신정훈 세월호 1등항해사가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명령을 받은 이준석 전 세월호 선장은 국회의 동행명령을 거부 불참했다. /사진=뉴스1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의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형준 전 해경 진도VTS센터장(왼쪽), 신정훈 세월호 1등항해사가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명령을 받은 이준석 전 세월호 선장은 국회의 동행명령을 거부 불참했다. /사진=뉴스1

"국회에서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유죄가 된 사례가 거의 없다."

지난해 7월 국회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동행명령장을 발부받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불응의 뜻을 밝히며 언론에 한 말이다.

홍 지사의 말을 접한 국회는 그야말로 '부들부들'했다(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화가 났을 때 쓰는 인터넷 용어). 국회는 '국회무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쏟아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홍 지사의 말대로 동행명령 불응에 따른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국회의 자존심은 1년이 지난 올해 다시 짓밟혔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한 이준석 전 세월호 선장에게 지난 15일과 23일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으나, 이 전 선장이 두 차례 모두 불응한 것.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을 이번 국감 핵심과제로 내걸었던 야당은 증인조차 부르지 못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동행명령은 국회가 국정조사 또는 국정감사에서 증인이나 참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회의장까지 동행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증언감정법)'에 따라 동행명령을 거부하면 '국회모욕죄'로 최대 5년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제도가 생긴 1988년 이래 실제 징역형으로 이어진 경우는 전무해,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국회는 그간 법개정을 통한 제도 강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불출석 증인에 대한 강제력을 높이는 법안은 홍 지사의 발언 이후 단 1건 발의됐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5월30일 대표 발의한 증인감정법 개정안인데,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동행을 거부하는 경우 구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구인을 거부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은 소관위원회인 국회운영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

우리 국회와 달리 미 의회는 불출석 증인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한다. 소환장이 연방법원에 의해 집행돼 강제력을 갖고, 의회는 불응한 증인을 본회의 의결을 통해 의회모독죄로 고소할 수 있다. 의회가 자체적으로 의회모독죄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도 있는데, 양원은 해당 증인을 재판한 뒤 구금한다. 이는 미 사법부가 의회의 자체 처벌이 헌법에 기초한 의회조사권과 연관된다고 인정한 때문이다. 프랑스나 독일은 의회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면 증인에 대한 강제력을 행사한다.

우리 국회의 동행명령이 별다른 힘을 갖지 못하는 가운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3일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27일 국정감사에도 나타나지 않을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겠다고 의결했다. 그러나 김 총재가 이미 문자메시지를 통해 27일 출석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동행명령이 발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회 안팎에선 복지위의 동행명령 언급이 애써 권위를 회복하려는 데서 나온 것으로 해석한다.

무시당한 뒤 부들부들하지말고, 법 개정을 통해 강제구인 조항을 만들길 우리 국회에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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