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결산]국토위, '국정'은 어디가고 '지역민원' 난무

[국감결산]국토위, '국정'은 어디가고 '지역민원' 난무

지영호 기자
2014.10.27 20:26

[the300][2014 국감]낙하산 인사·부채감축 우려…4대강, 주택시장 등 소홀

박기춘 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이 참석해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스1
박기춘 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이 참석해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건설 및 교통분야를 감시·감독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7일 국토교통부 종합감사를 끝으로 올해 국정감사를 마무리했다.

증인 채택으로 파행을 겪은 타 상임위와 달리 '고성'이나 '면박주기' 없는 무난한 진행이 이어졌지만, 그만큼 국민들에게 각인시킬만한 성과도 없었다.

◇얻은것:낙하산 인사…공공부채 감축 허실 드러나

올해 국토위 야당 의원들은 관피아, 정피아 등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파고드는 질문에 초점을 맞췄다.

'납품업체 사장'이었던 최호상 상승글로벌 대표를 수공 국감 직후 신임감사로 임명한 것에 대해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가 모욕을 당했다.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추궁했고, 항공 물류 경험이 없는 전 창원시장 박완수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대해 박수현 의원은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무자격 조종사에게 항공기 조종간을 맡긴 격"이라고 질타했다.

이찬열 의원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국감에서 자회사 사장으로 김오연 코레일네트웍스 대표와 장주식 코레일유통 대표를 앉히는 등 등기임원 33%가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코레일은 낙하산 투하지역이다"고 몰아세웠다.

신기남 의원은 한국도로공사 퇴직자의 전관예우 활용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영업소 운영비리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고, 강동원 의원은 도로공사 퇴직자 모임인 '도성회'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 부채감축의 허실도 드러났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수공의 4대강 사업 추진으로 발생한 8조원의 부채 상환 계획을 추궁하면서 "정부가 수공 채무를 갚아주던지 아니면 수공은 정부에 소송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놓친것:지역현안 챙기기 여전히 심각

올해 국토위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한 건설기업의 입찰담합 문제와 9·1 대책 등 박근혜정부의 부동산대책 과오, 세월호 참사와 판교 환풍구 사고로 불거진 안전사고 문제, 공기업 공공성 강화 등 이슈가 산적한 상임위였다.

많은 기대가 모아졌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상황이 연일 계속됐다. 특히 첫번째 질문부터 지역 현안과 관련된 질의가 쏟아져나와 '행정부 견제'라는 기대에 실망감을 안겼다.

상황은 여야를 막론하고 비슷하게 이어졌다. 지역민원 챙기기용 항공, 도로, 철도 등 교통분야와 관련 인허가 문제가 시시콜콜하게 등장했다. 심지어 한 의원은 국토부장관에게 지역 내 주유소 이전 민원을 요구하는 민망한 상황도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동산 시장 왜곡 문제를 비롯해 4대강, 수공부채, 철도비리 등 이른바 대중들의 관심이 높은 사안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번 국감에서 국토위원 상당수가 국가 주요 이슈를 내팽겨치고 동네 이장이나 할 법한 지역현안에만 매달렸다"며 "욕을 들어먹어도 지역 민심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천박한 의정활동"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교통부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교통부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요금인상만 확인한 국토위 국감'

올해 국토위 국감의 특징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공공요금 인상을 예고하는 장으로 활용됐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국토위 국감서 드러난 요금 인상계획은 고속도로 통행료, 수돗세, 버스·지하철 요금 등이다. 이는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 3대 증세를 비롯한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과 맞물려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도로공사 국감에서 김상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기획재정부 내부문서를 공개하면서 국토부가 고속도로 통행료 4.9%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도로건설 증가와 요금동결 등에 따라 악화된 재무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기재부 등에 이 같은 내용을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계획이 없다던 국토부는 결국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률은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5% 수준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인상안 추진을 사실상 인정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국감에서는 최계운 사장의 수돗세 인상 발언으로 뜨거웠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7년간 동결한 물값을 올렸지만 여전히 원가의 80%대에 불과하다"고 운을 띄우자 최 사장은 "현재 물값은 원가율의 83~85% 정도이기 때문에 원가는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수돗세 인상 가능성을 드러냈다.

국감 시점과 맞물려 요금인상이 본격화된 곳도 있었다. 서울을 비롯한 인천, 경기 등 수도권 대중교통은 국감 직후 요금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감 3개 지방자지단체로 이뤄진 시·도 협의체는 버스·지하철 요금인상안을 놓고 실무협의를 벌이고 있다.

현재 서울시와 인천시가 버스·지하철 요금을 2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경기도 역시 2000원인 광역버스 요금을 2660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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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기자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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