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 소비자 보호, 공정위-소비자원 '나 몰라라'

'해외직구' 소비자 보호, 공정위-소비자원 '나 몰라라'

이미호 기자
2014.10.30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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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해외직구 1조 시대①]가이드라인만 존재…공정위 "표준약관, 신청한게 없던데?"

#한 금융회사의 IT개발자로 일하는 이현승(가명·39)씨는 얼마전 해외직구로 구입한 레고테크닉시리즈 무선조종 자동차를 볼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긴다. 국내에선 28만원을 주고 사야 하지만, 해외직구로 160달러(약 17만원)에 구입했기 때문이다. '레고마니아'인 이씨가 이렇게 직구를 통해 사들인 제품만 10개가 넘는다. 그는 "국내 매장에서 제 값주고 사면 바보"라고 말했다.

이른바 '해외 직구(전자상거래)' 열풍이 거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해외 직구 금액은 1조1356억원(1115만8000건)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전년보다 42.8% 증가한 수치다.

올 상반기 수입 건수와 액수만 해도 각각 727만6000건, 7538억원을 찍었다. 게다가 직구족(族) 사이에서 골든위크로 불리는 '블랙프라이데이(미국 연중 최대 규모의 세일 기간)'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올해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처럼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면서 피해도 증가하고 있지만, 소비자보호를 위한 법안은 전무한 상태이다. 정부도 뒷짐만 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종걸 새정치연합 의원이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으로부터 받은 '해외직구 소비자 이용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890건에 불과했던 소비자상담 건수는 2012년 2002건, 2013년 2583건, 2014년 9월 248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피해구제를 받은 비율을 나타내는 '구제율'을 보면 같은 기간 3.5%, 2.3%, 3.3%, 5.4% 수준으로 매우 저조하다.

주무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는 피해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이 지난 6월,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해외직구 이용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말그대로 '해외직구 안내서'에 불과한 수준이다.

해외직구 피해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관련법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공정위가 해외직구와 관련된 '표준약관'을 제·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19조3항에는 소비자 피해가 자주 일어나는 거래 분야에 대해서는 소비자원이 공정위에 약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표준약관은 강제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관련 사업자들이 표준약관을 지키지 않을 경우 공정위나 소비자원에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법적 보호망이 될 수 있다.

이 의원은"국내법 적용이 어려운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배송대행이나 구매배송대행 업체들에 대해서는 사전 예방과 계도 차원에서 표준약관을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약관심사과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업자나 사업자단체로부터 해외직구·구매대행 관련 표준약관 제정 신청이 청구된 바 없다"고 말했다. 표준약관 제·개정 요청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는 소비자보호원과 책임 소재를 두고 '핑퐁'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아울러 해외직구 부작용을 우려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소비자 피해 구제 보다는 '통관절차 간소화'에 따른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14일 열린 기재위 국정감사에서는 탈세와 마약 밀수 등 불법행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오히려 해외직구를 장려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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