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벼랑 끝 경비원' 런치리포트③]
#.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A씨는 오전 6시 출근해 전날 근무자 B씨와 근무교대를 하고, 전날 있었던 일들을 인수받았다. 첫 일과는 출근하는 차량들의 주차관리다. 출근시간이 지나면 아파트 주변 청소와 분리수거, 화단 정리를 한다.
인터넷쇼핑이 발달하면서 택배수령 업무도 부쩍 늘었다. 한 번은 택배로 온 고기를 입주민이 찾으러 오지 않아 한동안 경비실에 보관했다. 입주민의 집을 여러 차례 찾아갔지만 집은 비어있었다. 결국 고기가 부패해 냄새가 심해지자 A씨는 고기를 버렸고, 한참이 지난 뒤에 나타난 입주민은 다짜고짜 택배로 온 고기를 찾았다. 입주민은 부녀회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 A씨는 고기값을 변상했다.
식사시간도 자유롭지 않다. 1평 남짓한 경비실에서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는다. 잠시 슈퍼에 담배를 사러 갔다 오느라 인터폰을 못 받아 아파트 부녀회로부터 항의를 받은 이후론 밥 먹는 시간에도 경비실을 비우지 않는다. 아파트 진입로에 쌓인 낙엽을 치우는 것도, 아파트 후미진 곳에서 담배를 피는 청소년들을 계도하는 것도 A씨의 일이다.

대한민국 경비원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고, 근로기준법의 보호 대상도 아니다. 열악한 근로조건과 노동강도는 말할 것도 없고, 비인격적 처우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강남 압구정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분신 1달 만에 끝내 목숨을 거두는 사건의 발단도 입주민의 상습적인 폭언과 무시 등 비인격적 처사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 경비원들은 비인권적 처사에 제대로 항의도 못한 채 끙끙 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리주차, 택배배달, 쓰레기 분리수거 등 입주민들의 개인 심부름꾼으로 전락, 하루하루 비참함을 느끼며 살고 있는 게 경비원들의 현실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하 '일과건강센터'가 지난 9월 서울 노원지역 아파트 경비원 1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파트 경비노동자 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비원들이 '임금'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으로 '입주민 응대(14.6%)'와 '고용불안(13.8%)' 문제가 꼽혔다.
또 경비원들은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에 각각 40%, 10%가량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 주체는 아파트 입주민과 방문객이 약70%였고, 상급자가 약 2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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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경비원은 경비·단속직이 단순업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보호 대상에도 제외됐지만, 경비원들이 가장 높은 시간을 할애하는 업무는 '청소(22.6%)'로 조사됐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환경미화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 목욕·세탁시설을 제공해야 하고, 야간 작업 근로자 중 수면을 취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수면장소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지만, 경비원에게 이런 혜택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김수영 변호사는 "사회는 이미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는데 우리 법제도는 고령자 일자리를 열악한 처우에 대응해서만 존재할 것처럼 여기고 있다"며 "이런 법제도를 내버려둔 채 고령 노동자들에게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 말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