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자민련·선진당 사라진 충청, 이완구 낙마·반기문 타격에 상실감

상실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국무총리를 바라보는 충청권의 속마음을 표현해주는 단어다.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은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새누리당에 흡수돼 사라졌다. 여기에 '충청대망론'의 중심에 서 있던 유력 충청권 인사까지 정치적 타격을 입게되면서 충청 지역을 대변해줄 정치적 세력이 일거에 '제거'됐다는 상실감이 충청 민심을 흔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의 충청 지역 국회의원은 21일 "내년 총선은 충청 지역에 기반한 정당이 없는 첫 번째 총선이 된다"면서 "여기에 '충청대망론'에 거론되던 분들이 일거에 사라지면서 상실감이 매우 크다. 충청도 사람들에겐 재미없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여야 정치권 모두 충청 지역에 대한 정책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는 있으나 사람은 갑자기 키워지기 어려우니 이 부분에 대해 충청 지역 정치인으로서 고민할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완구 총리가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면서 '충청대망론'과는 멀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전날 발표한 4월 3주차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총리는 3.7%로 전주(7.0%)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순위도 4위에서 10위로 하락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대전·충청 지역에서도 이 총리에 대한 지지가 크게 이탈한 것으로 나타나 이 총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포기한 듯한 지역 민심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충남도지사를 역임하는 등 충청 지역의 잠재적 맹주로 꼽히던 이 총리는 지난 2월 국무총리로 지명되면서 충청 맹주로 떠올랐으며 차기 대선주자군에도 합류했다. 여권의 유력한 충청권 정치인으로 부상하면서 '충청대망론'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달 말에는 여권 내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 총리와 함께 여권 내 충청권 주자로 언급돼 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또한 이번 사태로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반응이다. 반기문 총장이 성 전 의원이 생전에 "이 총리가 기획사정을 한 것은 내가 반기문 총장과 가깝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성 전 의원과의 관계에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PICK!
여기에 충청포럼을 통해 성 전 의원과 교류했던 것이 알려졌음에도 반 총장이 "성 전 의원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라고 친분을 부인하면서 충청 지역 내 반감을 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 총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 프레스 클럽 초청 강연에서 "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나면 손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치권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충청권 유력 주자 두 명이 이처럼 대망론과 멀어지는 모습에 야권의 충청 지역 유력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를 주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안 지사는 지난 11일 성 전 의원 상가를 찾아 조문하고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운 마음을 밝히는 등 이번 사태의 파문에서 자유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 지사는 오는 22일 투자 유치 등을 위해 영국과 폴란드 등 유럽 출장길에 오르는 등 도정에 전념하고 있다.
안 지사와 가까운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자연히 안 지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겠지만 안 지사가 도정에 집중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 더 깨끗한 정치 문화를 만드는 계기로 삼으라는 것이 충청 지역 주민들의 당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