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위안부의 날' 지정 법안에 정부 "외교마찰 우려" 반대

성별이나 혼인여부, 임신, 용모로 인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는 법안과 '위안부의 날'을 지정하는 법안 처리가 불발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17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김상희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성차별·성희롱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을 심사했다.
두 제정안은 모두 성차별과 성희롱의 인정 범위를 구체화·확대하고 처벌수위를 높임으로써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유승희 여가위 위원장의 법안은 △성별, 혼인여부 등을 이유로 하는 차별대우 금지 △성희롱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 금지 △사용자는 성별을 이유로 차별 금지 △성희롱 피해 신고로 해고 등 불이익 금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상희 의원의 법률안에는 성차별·성희롱 행위가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 행위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성차별·성희롱 행위에 관한 소송의 판결 전에도 행위 중지 등 임시조치를 명할 수 있게 하고 성차별·성희롱 행위가 반복될 경우 법원이 손해액의 10배 안에서 배상을 명령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여성발전기본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흩어져 있어 개별법으로서 성차별 금지법을 제정할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진정사건 현황에 따르면 전체 차별 관련 진정사건은 장애(40.8%), 기타(14.8%), 성별을 포함한 성희롱(12.9%) 순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별도법으로 제정돼있다.
그러나 이날 제정안 처리는 불발됐다. 법안 내용이 타 법안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고 관계부처에서 동의하지 않는다며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노동부에서는 민간사업장에 성차별금지법을 적용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여가부마저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법안 취지에 공감하는 야당 의원들이 긴 시간 동안 법안의 필요성을 적극 피력했지만 결국 시간 문제로 심사를 다음 회기로 미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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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법안소위에서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불발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심재권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모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매년 8월14일을 '위안부의 날', 추모의 날로 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당 박민수 의원의 개정안 역시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림주간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12년 12월 타이완에서 열린 제11차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매년 8월 14일을 '세계 위안부의 날'로 정하기로 했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세계 여성단체들은 2013년 8월 14일에 위안부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다양한 캠페인과 연대집회를 열며 유엔 등 국제기구를 설득하기 위한 연대활동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날 정부와 여당은 외교적 마찰이 우려되고 한일 양국간 협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법안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 차원에서는 법안을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정부의 강한 반대로 법안 처리는 끝내 보류됐다. 다만 정부가 입장을 선회할 경우 이번 회기에라도 다시 법안소위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가능성은 낮다.
한편 이날 쟁점이 된 굵직한 두 법안은 모두 야당 의원들이 주도한 법안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 여가위 야당 관계자는 "성차별 금지법과 위안부 법안 모두 야당 의원들만 발의한 법안"이라며 "모두 의미있고 중요한 법안인데 야당 의원이 낸 것이란 이유로 발목잡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여성 대통령이라 그런지 역사적 획을 잇는 의미있는 법안은 정부나 여당 주도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며 "법안처리를 할 땐 여야 병합처리 모양새라도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이 2013년 대표발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설치 촉구 결의안'은 내내 여당의 반대에 부딪히다 지난해 2월 여당 의원 법안과 병합돼 통과된 바 있다.
당시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의 법안은 법안심사소위 당일인 2월21일 제출돼 바로 심사, 6일 뒤 남인순 의원 법안과 병합돼 본회의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