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적어도 이번에는. 왜?
첫째, 명분이 없다. 그래서 국민적 공감(共感)을 얻기 어렵다. 정치를 가장 단순하게 정의하면 '공공의 일을 처리하는 과정'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공공성(公共性)이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의 이익, 공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공성에 공감하면 명분이 선다.
그런데 의원정수 확대론에는 공익이 없다. 정치권의 집단이익만 있다. 의원정수 확대론이 나온 배경을 보면 이점이 분명해진다. 의원정수 확대론의 핵심은 비레대표 증원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의미 없는 수준의 비례대표는 더 늘려야 한다. 그래야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 혹시라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한다면 영호남에서의 특정정당 독점주의를 일부 완화시킬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의원정수 확대론에 명분이 없는 까닭은 정치권이 자신들의 집단이익은 손대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지역구 수이다. 미루어 짐작 컨데 여야 간 명시적 언급은 없었지만 암묵적 합의사항이 있다면 그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현재의 소선구제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구 의석을 현재보다 10개 전후 늘린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기준을 따르면 도시 선거구는 늘어나지만 농어촌 선거구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결국 선거구의 광역화가 불가피한 농어촌 지역구의 지역 대표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선거구를 조정하려면 선거구 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다. 결국 지역구 수를 최소한 현재수준에서 유지하거나 또는 늘리려다보니 비례대표를 이유로 의원정수 확대론이 나온 것이다.
의원정수 확대론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 75%가 "기존 국회의원 세비와 총예산을 동결할 경우에도 국회의원 수를 늘려서는 안된다"고 응답했다. 의원수를 늘려도 된다는 응답은 17%에 불과했다.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능한 두 번째 이유는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프로야구에는 합의판정제가 도입됐다. 비디오 판정이 없었다면 번복되지 않았을 판정이 뒤바뀌면서 게임의 흐름이 요동치고 결국 승부 갈린다. 게임의 룰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선거제도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제도변경에 따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따라서 기존제도로부터 혜택을 보던 정치세력은 제도변화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정당의 정치적 본능(本能)이다. 당연하다.
그래서 정치제도변경은 여야합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국회 정개특위가 여야동수로 구성되고 지금까지 표결처리보다는 합의처리 방식으로 운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명분이 있더라도 현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외면하면 실천이 불가능하다. 정치는 가장 숭고한 목표라도 지극히 현실적 수단으로 달성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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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의원정수 논의시점이 부적절하다. 실기(失機)했다. 의원정수는 선거제도와 함께 정개특위 출범부터 논의를 시작해서 이미 결론이 났어야 했다. 여야가 그렇게 부르짖었던 '선거가 없는 해'에 말이다. 이제 본격적 논의를 시작한다면 그것은 여야의 '정치적 작전(作戰)'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선거구 획정이다. 이를 위해 이미 '의원정수와 지역구 대(對) 비례대표의 비중'이 결정됐어야 한다. 10월13일까지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극적 돌파구가 없는 한 선거제도,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중 등에 대해 여야가 어떤 결론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루한 정치적 공방을 벌이다 결국 시간에 쫓겨 당장 급한 최소한만 처리하지 않을까 싶다. 위험을 무릅쓰고 예상한다면(?) 현재 의원정수 유지하면서 지역구 일부증원과 이에 따른 비례대표 축소가 될 듯하다.
새삼 느끼게 된다. '명분, 현실적 이해관계 그리고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야 가능하다. 정치개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