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선물세트도 금품?" 농가 반발↑… 김영란법 시행령 어쩌나

"한우선물세트도 금품?" 농가 반발↑… 김영란법 시행령 어쩌나

박다해 기자
2015.08.10 18:26

[the300] 농민들 "김영란법 '금품' 대상에 농축산물 제외해달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합리적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국내농축산업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이날 전국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내년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이른바 '김영란법' 대상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해 달라고 호소했다. /사진=뉴스1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합리적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국내농축산업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이날 전국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내년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이른바 '김영란법' 대상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해 달라고 호소했다. /사진=뉴스1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과일·한우 등 농축수산물은 김영란법에 규정된 '금품'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합리적인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다. 이 토론회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과 한국농축산연합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가 주최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을 가득 메운 축산업 종사자들은 입을 모아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국민권익위원회 측은 '김영란법'이 명절 등에 지인들과 선물을 주고받는 미풍양속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 "농민 목줄 죄는 법안…금품서 제외해달라"

이날 발제를 맡은 주선태 경상대학교 축산생명학과 교수는 "(과일이나 한우) 선물세트를 받는 것이 (법안의 취지대로)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등과 같이 막대한 재산적인 이익이나 경제적 이권을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목줄을 죄는 법안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 2001년 소고기 수입자유화 이후 15년 간 한우농가가 65%가까이 감소하고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한우농가의 15%가 폐업한 상황에서 김영란법까지 시행될 경우 국내 농가가 사실상 붕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 교수는 먼저 김영란법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금품의 가액에 대해 3~5만원 등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미 '1회 100만원, 한 해 300만원'이라는 규제 조항이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설명이다.

주 교수는 또 "농축산물까지 금품의 범주에 포함될 경우 '금품'이라는 이미지가 생겨 소비가 위축되고 이에 따라 농가의 폐업이 급증할 것"이라며 "농업이 최소한의 식량자급률을 유지·보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영교 평창·영월·정선 축산농협조합장은 "한우고기 선물세트의 90%이상이 10만원 이상임을 감안하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선물의 금액기준이 5만원으로 정해질 경우 선물 수요가 큰 폭으로 위축될 것"이라며 "값싼 수입육 선물세트가 한우를 대체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외식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한우의 1인 식단가는 7만5000원이다. 만약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음식의 금액기준이 5만원으로 정해지면 한우에 대한 외식수요 감소도 불가피하다.

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개발부장은 "만약 (일정 선에서) 선물가액을 정하면 유통업·관광업·제조업·외식업·농축수산업 등 전 산업 침체의 강력한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여론몰이식으로 만들어진 법처럼 시행령이 만들어지면 안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세희 한국농축산엽합회 사무국장은 "2003년에 시행된 공무원행동강령에 화훼류가 금품으로 포함된 뒤 화훼농가가 5300여 농가에서 36000여 농가로, 1인당 꽃소비량이 2만2000원대에서 1만4000원대로 대폭 감소했다"며 "300만 농민의 60%가 연간 수입 1000만원 이하에 머무르는 농촌의 현실을 고려해 농축산물을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2월 설을 맞아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판매된 한우선물세트/사진=뉴스1
지난 2월 설을 맞아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판매된 한우선물세트/사진=뉴스1

◇ "실제 시장은 0.6%정도 위축 예상…다른 방안으로 보완해야"

반면 국민권익위원회 측은 '김영란법'이 모든 명절 등에 선물을 주고받는 모든 풍습을 금지하는 법이 아니기 때문에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허재우 권익위 청렴총괄과장은 "연고·온정주의, 떡값문화 등 '빽'을 찾는 우리 고유의 청탁문화를 제거해보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법으로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없이 떳떳하게 친구·친척·가족과 주고받는 명절선물 등을 제재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 영국, 싱가폴 등 부패지수가 낮은 선진국에서도 공직자에 대한 선물과 접대를 엄격히 금지하되 불가피한 경우 일정 금액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1회에 20달러·연간 50달러, 영국은 1회 25~30파운드, 싱가폴은 50 싱가폴달러, 홍콩은 250 홍콩달러를 초과하는 선물 수수가 금지돼있다.

허 과장은 "공직자가 100만원 이하의 금품 등을 수수할 경우 직무관련성을 따져서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단돈 2,3만원짜리를 받아도 최대 5배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산업 일부가 위축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재 축산농가 등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일정 부분 위축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그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농축산업 전반에 충격이 있을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선물 총 수요의 90%이상이 일반인이 부모님께 선물하기 위해 산다. 김영란법 대상 종사자 220만명 가운데 최대 10%가 금품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실제로 농축산업이 충격을 받는 비중은 0.6%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신 기업이 접대비를 이용, 우리 농축산물을 직원에게 선물하는 등 충격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수준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무성 새누리당대표를 비롯 박민수, 유성엽, 장윤석, 여상규, 이윤석, 주영순, 염동열 의원 등 농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김무성 대표는 토론회 축사에서 "우리 오랜 미풍양속에 농축산물이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여야가 잘 고민해보겠다"며 "일정 정도 피해는 어쩔 수 없지만 큰 피해가 가지않도록 잘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권익위는 지난 5월 시행령 제정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한 뒤 전문가, 이해관계자, 지역 경제·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간담회와 설문조사, 온라인 정책토론 등을 실시하고 있다. 권익위는 시행령안을 9월 중 마련해 가급적 내년 초에 입법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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