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후 사상적 지배받을 수도" 朴대통령 경고…왜?

"통일 후 사상적 지배받을 수도" 朴대통령 경고…왜?

이상배 기자
2015.11.05 16:23

[the300] 北 주민 체제 편입시 이념지형 좌경화 우려…"남북 교류협력사무소 설치 기대"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일 확정고시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거듭 역설했다.

이번엔 역사관이 뚜렷하지 않을 경우 통일 후 사상적 피지배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세웠다. 만약 주체사상과 사회주의 교육을 받은 북한 주민들이 대거 체제에 편입된다면 통일한국의 이념구도가 좌편향될 수도 있다는 논리다.

◇ 통일 땐 이념지형 좌경화 우려

박 대통령은 5일 오전 청와대에서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제6차 회의를 주재하고 "통일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강한 자긍심과 역사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이라며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통일이 되기도 어렵고, 통일이 돼도 우리의 정신은 큰 혼란을 겪게 되고 중심을 잡지 못하는, 그래서 결국 사상적으로 지배를 받게 되는 그런 기막힌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이미 좌편향된 가치관을 가진 국민들이 적지 않은 터에 통일로 주체사상과 사회주의의 가치관을 가진 북한 주민들까지 합류한다면 전체 이념지형이 급속히 좌경화될 수 있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이다. 만약 장기적으로 이들이 투표권을 부여받는다면 정치지형까지 뒤바뀔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확고한 국가관을 가지고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세대의 사명"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지난달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의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우리나라에 대한 올바른 역사관은 매우 중요하다"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1990년 독일이 통일된 뒤 동·서독 주민 간 이념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것을 '타산지석'(他山之石)을 삼아야 한다는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청와대 참모는 "서독은 통일 전에 우리에 비해 이념적 갈등이 적었음에도 동독과 통일한 뒤 이념 문제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인구는 행정자치부 집계상 10월 기준 5150만명이다. 반면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팩트북(The World Factbook)에 따르면 북한 인구는 지난해 7월 기준 2485만명 수준이다.

◇ "남북 교류협력사무소 설치 기대"

한편 박 대통령이 이날 북한과의 적극적인 교류 확대를 강조한 것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통준위 회의에서 "앞으로 남북간 합의를 통해 남북 교류협력사무소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보건의료라든가 재난안전, 지하자원을 비롯해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건설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과) 민간 차원의 교류와 행사를 통해 더욱 가까워지고 마음을 나누면서 같은 민족의 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며 "최근 남북간 민간 교류가 역사와 문화, 체육을 비롯해 삼림, 병충해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이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당국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남북 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처음 제안한 것은 지난해 3월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서였다. 남북 간 교류를 보다 지속적으로 상시적으로 끌어가기 위한 일종의 상설기구다. 지난 8·25 합의와 그에 따른 남북 이산가족상봉 등으로 최근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정부 내에서 남북 교류협력사무소의 필요성이 거듭 제기됐다.

그러나 북한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흡수통일 논리'라며 평가절하하면서 남북 교류협력사무소 제안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또 정부가 남북 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다시 제안하더라도 북한이 '5.24 조치' 해제를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교류협력사무소 설치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천암함 폭침에 대해 사과해야만 '5.24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천암한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5.24 조치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