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나온 '통합' 제안에 국민의당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지난 주말 긴급 의총을 열어 통합 반대 의견을 모으긴 했지만 당의 취약한 기반을 여실히 드러낸 격이 됐다. 한때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위협하던 국민의당 지지율은 최근 한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4일 발표한 3월 첫째 주 주간 정례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9%였다. 그나마도 전주 지지율보다 1%포인트 오른 것이다. 7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3월 1주차 주중집계(2월29일, 3월2~4일)에선 두자릿수인 11.5%를 기록했지만, 이 회사에서 한 여론조사로는 가장 낮은 수치다.
국민의당이 추락하면서 제 3당 출현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총선에서 '3자 구도'를 원하는 새누리당에서 국민의당에 우호적인 발언들이 나올 정도다.
국민의당의 추락은 안철수 대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안 대표가 또다시 현실 정치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만난 지인은 약간 다른 얘기를 했다. "그래도 안철수니까, 이 정도라도 한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 3당 도전의 역사를 보면 이 정도 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가까운 예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상임고문이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때 만들었던 '국민생각'을 들었다. 국정 운영에 대한 확고한 철학,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 보수와 진보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정 등 정치권에선 알아주는 '내공'을 지녔던 그였지만 처절한 패배를 맛봐야 했다. 19대 총선 결과 국민생각은 지역구에서 1석도 얻지 못했고, 정당지지율 득표에서도 등록취소 요건(2%) 미만인 0.73%를 얻어 비례대표도 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박 상임고문은 당시 지인들에게 인간적인 배신감을 토로할 정도로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자신의 뜻에 공감하고 합류를 다짐했던 인사들이 대부분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에서 제 3당이 자리잡기 힘든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우선 들 수 있는 것이 '정치 혐오'다. 기존 정당에 대한 반감이 제 3당의 출발점이라고 보면 아이러니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제 3당을 주창하는 초기엔 지지를 받지만 추진 과정에서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정치 혐오'를 가진 국민들 입장에서는 신당의 여러 불협화음들을 보다 보면 결국은 똑같은 정당 하나 더 생기는 것으로 인식하기 쉽다. 그나마 자리 잡은 정당들을 어쩌지는 못하더라도 새로 생기는 정당에 굳이 박수 치고 응원해줄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기존 정당에 대한 반감이 제 3당의 출현을 꿈꾸게 하지만 그것보다 더 상층부에 있는 정치 혐오가 제 3당의 출현을 가로막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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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사업가, 교수이던 안철수 대표가 지난 2012년 정치에 뛰어들어 대선 후보를 거쳐 현 국민의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기적에 가깝다. "안철수나 되니 여기까지 왔다"는 덕담도 그래서 나온다. 실제로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이미 교섭단체에 근접하는 의석수(7일 현재 19석)을 확보하고 총선 경쟁 구도에 최대 변수로 간주되고 있는 것만 해도 '안철수'라는 이름값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하지만 이를 위안 삼기에는 앞으로 갈 길이 너무 험난하다. 정치 혐오를 넘어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기 위해선 '뭐가 다른지'에 대해 국민들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해내지 못했던 숙제다. 당장 야권 통합론, 연대론을 헤쳐나가야 한다. 손을 잡으면 결국은 똑같다는 평가를 받게 되고 연대를 거부하면 새누리당 독주를 초래했다는 책임론에 휩싸이게 된다. 정치 입문 5년,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냈을 안 대표지만 아직도 고행의 초입에 서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