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영국에서 발생했어도 그랬을까?"

"옥시,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영국에서 발생했어도 그랬을까?"

김태형 기자
2016.05.16 08:00

[이코 인터뷰]19대 국회에서 '옥시법'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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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사진=홍봉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사진=홍봉진 기자

“만일 영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땠을까요?”

지난 9일 만난 이언주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광명시을)은 옥시가 해외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국내에서는 허술한 제도 안에서 법망을 피해다니며 생명과 안전에 소홀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분개했다.

더불어민주당 '가습기 살균제 피해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 간사인 이 의원은 “10여 년간 방치된 피해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그동안 기업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 미비와 정부·의회의 수수방관이 이렇게 일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본인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피해자들의 심적·육체적 고통을 십분 이해한다며 이들의 고통을 조속히 해결하는 데 국회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 의원은 지난 2013년 4월 피해자 치료비 선지급을 골자로 한 일명 ‘옥시법’이라 불리는 ‘생활용품 안전관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을 포함한 4개의 옥시 관련 법안은 모두 19대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결국 5월30일 개원되는 20대 국회에 들어서야 본격적인 피해구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이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가칭 ‘화학물질피해구제법’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피해자 구제 조치가 우선, 치료비 선지급 필요

이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치료비 부담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정부가 치료비 등을 선지급하고 나중에 옥시 등 가해기업들에게 사후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 뿐 아니라 본인의 건강악화로 숨쉬기조차 힘들어 정부나 국회의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피해자에 대한 구제가 시급히 이뤄져야 하며 이후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이 단계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세퓨라는 제품을 만든 회사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터진 이후 폐업해 보상을 받을 길이 막막한 피해자들도 많은 실정이다. 게다가 피해 등급 여부에 따라 피해 구제 대상자가 한정돼 있어 피해자들의 원성이 높다.

따라서 이 의원은 “인과관계 입증부담을 완화해 세퓨같은 유사제품 피해자가 있는 경우에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렇게 피해자 구제를 위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에 피해구제기금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재원은 정부 또는 다른 기금으로부터의 출연금이나 기업들의 생활용품 피해구제 부담금을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령과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과 재검토가 필요한데 얼마 남지 않은 19대 국회에서 처리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실정이다.

◇ 20대 원 구성 전 특별위원회부터 구성 필요

이 의원은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여야 합의로 특별위원회부터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19대 국회의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임시회는 정상 운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20대 국회가 개원해도 상임위를 배정하고 일을 처리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여야 합의의 특별위원회 구성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조와 재발방지를 위한 시급한 처리를 하자는 것이다.

또한 이 의원은 소비자의 생명과 안전을 우습게 여기는 기업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퇴출해야 할 것이며 이를 수수방관한 정부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여야 모두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제도개선 없이는 국내 소비자는 ‘호구’ 취급을 당할 뿐

옥시 본사인 레킷 벤키저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면 '더 건강한 삶, 더 행복한 가정(Healthier lives, happier homes)'이라는 큰 문구가 초기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오로지 영국 내에서만 통용되는 구호일 뿐이다. 옥시는 국내에 유통시킨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밝혀졌는데 거짓말로 이를 은폐하기에 급급했으며 그러는 사이 국내 피해자들은 '더 병약하고 더 불행한 삶'을 겪고 있다.

최근 영국 옥시 본사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과 환경단체 대표가 항의 방문했으나 이렇다 할 공식적인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또한 2008년부터 4년간 자체브랜드(PB)로 '가습기 클린업'을 판매한 대형마트인 코스트코(Costco)는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옥시크린 제품을 할인판매하며 판촉행사를 벌이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이 의원은 "해외에선 사회적 책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옥시가 우리나라에선 수준을 확 낮춰서 이중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며 옥시가 우리나라 소비자를 무시하는 행위에 통탄을 금치 못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기업의 부도덕성과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결합해 발생한 '대참사'로서 제도개선이 없다면 국내 소비자는 영원히 '호구' 취급을 당할 뿐이라고 역설했다.

그동안 정부는 블랙컨슈머를 양산하고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면서 소비자 피해 구제에 미온적이었다. 이 의원은 결국 그런 안일한 사고방식이 기업의 도덕 불감증을 키워 이런 초유의 사태까지 몰고 왔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의원은 “피해자 구제와 더불어 그동안 미뤄왔던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입증책임의 전환 등 실질적인 피해구제 제도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며 의회와 정부의 조속한 대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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