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문화재 발굴지원

[런치리포트]문화재 발굴지원

지영호 임상연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6.10.18 21:39

[the300]종합

문화재 나오면 '쪽박', 면피될까…발굴 지원안 나온다

30일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심영섭)가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한 경주 월성(사적 제16호) 정밀발굴조사 결과 하나의 담장으로 둘러싸인 일곽의 통일신라 후기 건물지군이 확인됐다고 밝혔다.이번에 건물지군이 확인된 곳은 월성의 중앙지역인 C지구로 앞서 진행된 시굴조사(2014.12월-2015.3월)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정밀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사진은 이날 언론에 공개된 발굴현장. (문화재청 제공)2016.3.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0일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심영섭)가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한 경주 월성(사적 제16호) 정밀발굴조사 결과 하나의 담장으로 둘러싸인 일곽의 통일신라 후기 건물지군이 확인됐다고 밝혔다.이번에 건물지군이 확인된 곳은 월성의 중앙지역인 C지구로 앞서 진행된 시굴조사(2014.12월-2015.3월)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정밀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사진은 이날 언론에 공개된 발굴현장. (문화재청 제공)2016.3.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료=김민기 의원실
자료=김민기 의원실

#. 경주시에 사는 박모씨(58)는 2012년 국민권익위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노후를 보내기 위해 구입한 남산동 땅에 문화재가 나오면서 집을 짓지도, 보상을 받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지자체 문화재과는 문화재청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문화재청에서는 보존해야 한다는 답변만 늘어놓으면서 재산상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었다.

#. 지난 9월 경남 함안경찰서는 산업단지 공사에서 문화재를 훼손한 혐의로 H개발 대표 H씨를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정밀발굴조사가 중단된 상태에서 고려~조선시대 건물지로 추정되는 유구를 훼손함 혐의다. 해당 업체는 장기간 공사 중단으로 피해규모가 커지자 사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재산권과 문화재 보호가 충돌하고 있는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장문화재법)을 보다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공사현장에서 문화재가 발굴되면 '쪽박'이라는 사업주체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의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비용 부담을 늘리고 민간 부담을 낮추는 한편, 고의로 매장문화재를 훼손하거나 은닉한 경우 실질적으로 법 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처벌 수위를 낮추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매장문화재법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박경미 더민주 의원), 공소시효 연장(송기석 국민의당 의원), 미라 등을 법률에 명시(조승래 더민주 의원) 등 기존에 발의된 매장문화재법 개정안이 범위 확대와 처벌 강화에 집중된 것과 비교하면 문화재발굴이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업면적 3만㎡ 이상 건설공사나 매장문화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선 지표조사를 실시하고 매장문화재 매립 가능성이 확인되면 발굴조사를 통해 보존조치를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업 시행자는 공기연장에 따른 부담을 떠안게 된다.

그러다보니 매장문화재를 발견하고도 비용 절감을 위해 고의적으로 훼손하거나 은폐하는 사례도 적지않다. 다만 적발되더라도 처벌수위가 높아 제대로 된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건설공사에서 매장문화가 발견됐음에도 사업시행자가 신고하지 않아 적발된 건수는 최근 5년간 1건도 없었다.

매장문화재 보호법 31조에는 매장문화재를 발견한 후 신고하지 않고 은닉 또는 처분하거나 현상을 변경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 종로 파고다어학원 내 유물전시실. 토익자습실로 쓰이고 있다./자료=김민기 의원실
서울 종로 파고다어학원 내 유물전시실. 토익자습실로 쓰이고 있다./자료=김민기 의원실

정부 지원도 여전히 부족하다. 2013년 80억원에 불과했던 국가 부담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비용 예산은 2014년 139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지표조사 지원금 7억원이 늘었음에도 오히려 116억5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일례로 지난해 처음 지원된 지표조사의 경우 7억원 중 4억1700만원만 집행됐다. 민간 포함해 지표조사비용으로 모두 68억22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 지원비율은 10분의 1에도 미지지 않는 셈이다. 사업면적 3만㎡ 이상 건설공사나 매장문화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선 우선적으로 지표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문화재보호기금을 활용해 발굴된 매장문화재 보존 정비와 토지매입비용 등 25억원 지원 근거를 만들 방침이다.

김 의원 측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강화하고, 개인의 재산권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강력한 처벌조항 때문에 관련 기관에서는 엄정한 법 집행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현실적인 처벌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숨바꼭질하는 문화재'…건물주 '돈 안된다' 방치

서울 종로 육의전빌딩 내 육의전박물관. 문을 걸어잠궈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능하다./자료=김민기 의원실
서울 종로 육의전빌딩 내 육의전박물관. 문을 걸어잠궈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능하다./자료=김민기 의원실

#. 2009년 서울 종로의 한 건물 공사현장에서 조선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건물지와 분청자호 등 수백개의 유물이 출토됐다. 보존유적을 건물 내부에 전시하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올해 5월까지 현장은 학원수강생의 학습공간으로 활용됐다.

#. 인근의 종로 육의전빌딩에선 조선시대 상설시장인 시전행랑 등이 출토됐다. 분청사 접시 등 430점 안팎의 유물도 발굴됐다. 건물 내 박물관까지 지어놨지만 건물주는 문을 걸어잠근 채 일반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발굴된 문화재가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상실할 채 방치되고 있다. 학원의 자습실이나 창고로 쓰이는 등 경우까지 있어 부실한 사후관리가 문제로 떠오른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지자체로부터 문화재 관리대장을 2012년 관련 규정 마련 이후 한 차례도 제출받지 않았다.

발굴조사의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존조치된 매장문화재에 대해 연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점검결과를 받아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감독이 느슨하다보니 보존유적은 건물주나 토지주의 입맛에 따라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종로 파고다어학원의 경우 2013년 자습실로 활용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됐지만, 올해 김 의원실의 현장 방문에서도 개선되지 않았다.

또 사적 제2호인 김해 봉황동 신석기시대 패총유적은 안내판조차 없어 중요 유적인지 확인할 수 없고, 경작까지 하고 있어 훼손 우려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영주의 한 대학교 내에 위치한 삼국시대 가마터, 교촌리 기와가마 유적은 토사가 유실되면서 가마가 노출돼 멸실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보존조치된 유적은 서울 41건을 비롯해 전국 571건에 이르지만 문화재청은 제대로 된 현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나자 문화재청은 이들 문화재에 대한 관리실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지적이 나오자 "발굴문화재 현장보전은 지자체와 건물주가 관리하는 상황"이라며 "관리비 지원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근거는 있는 데 벌칙이 강화돼 있기 때문에 제도정비가 우선 필요하다"며 "내년 예산에 정부 예산이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문화재청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 때문에 방치되는 문화재··발굴비용 韓 사업자·中 정부 부담

매장문화재 발굴조사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국비지원 대상과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는 단독주택 등 일부 예외적인 건설공사를 제외하고 사업시행자가 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매장문화재 보호와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선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처럼 정부 지원을 늘려 민간의 비용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17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매장문화재 발굴조사에 관한 행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은 지난 2010년 2월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하 매장문화재법)’이 제정되면서다. 이전까지는 문화재보호법에서 매장문화재와 관련된 사항을 규정했지만 발굴조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위해 별도의 법으로 규정했다.

매장문화재법에 따라 건설공사 중 유물이 발견되면 즉시 해당 공사를 중지하고 문화재청에 신고해야 하며, 일정규모 이상의 공사는 사전에 지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발굴조사 비용은 사용자 부담원칙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발굴조사의 직접비용은 물론 발굴기관의 시설비, 인건비 등 간접비용까지 모두 부담해야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업규모 및 성격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설공사에 한해 예산의 일부 또는 전액 지원하고 있다. 지표조사의 경우 사업면적이 3만㎡ 이하인 경우에만 예산의 일부 또는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2014년 법 개정으로 지원 근거가 마련돼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발굴조사 역시 일정조건을 충족해야만 정부 또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개인이 주거 또는 사업목적으로 짓는 단독주택이나 시설물은 연면적 264㎡·대지면적 792㎡ 이하, 농업·어업인이 사업을 위해 설치하는 시설물은 연면적 1322㎡·대지면적 2644㎡ 이하, 공장의 경우 연면적 1322㎡·대치면적 2644㎡ 이하가 지원 대상이다.

문제는 개발사업이 활성화되면서 매장문화재 발굴조사에 따른 민간의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김석기 새누리당 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2000년 이후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현황’에 따르면 2000년 319건, 361억원이던 발굴건수와 비용이 지난해 2001건, 2526억원으로 건수는 약 6배, 비용은 약 7배가 급증했다.

여기에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비용 및 기회손실까지 고려하면 비용부담은 더욱 커진다. 건설공사 중 문화재가 발견돼도 신고하지 않거나 문화재를 빼돌리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처럼 정부 지원을 확대해 민간의 비용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중국은 발굴조사 비용을 전액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고, 일본도 정밀발굴조사의 경우 정부가 전액(비영리사업) 또는 일부(영리사업)를 지원한다. 미국과 프랑스는 사업시행자가 발굴조사의 직접경비 등을 일부 부담하고, 그 외 비용은 정부가 운영하는 기금을 활용한다.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업시행자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비지원 대상과 범위 확대, 간접비용 최소화, 기금 조성 등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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