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盧의 남자'로 승부수…野 반대 변수

朴대통령, '盧의 남자'로 승부수…野 반대 변수

이상배 기자
2016.11.02 11:56

[the300] '친노' 책임총리와 국정 책임 분담… 문재인 견제 포석?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뉴스1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한때 적(敵)이었던 '노무현의 남자' 김병준 전 부총리를 '책임총리'로 전격 발탁하며 정국돌파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참여정부의 핵심 참모와 국정에 대한 책임을 나눠짐으로써 또 다른 '노무현의 남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권 행보를 견제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야권이 일방적인 총리 내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실제 임명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친노' 책임총리와 국정 책임 분담

박 대통령은 2일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신임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새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내정했다. 신임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에는 김 후보의 추천에 따라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낙점했다.

김 후보는 새누리당이 최근 박 대통령에게 거국내각 구성을 건의하면서 최우선 순위로 추천한 인사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전에 야권과의 협의는 없었다. 결국 정치권에서 요구해온 '거국내각 구성'이란 카드는 테이블에서 사라졌다. 대신 야권 출신 인사를 총리에 앉히고 힘을 실어줌으로써 거국내각의 취지를 담은 책임총리제를 시행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청와대 참모는 "김 후보에게서 국민안전처 장관에 대한 추천을 받은 것은 책임총리 방식으로 가겠다는 뜻"이라며 "김 후보가 자신의 색깔대로 내각을 끌어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무위원 임명제청권 등 법이 부여한 총리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김 후보가 후속 개각 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군 통수권자인 만큼 외교·안보 등 외치를 맡고, 책임총리는 내치를 맡는 방식으로 가지 않겠느냐"면서도 "'대통령 2선 후퇴' '내치 대통령' '이원집정부제' 등의 해석은 너무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野, 인사청문회도 거부

김 후보가 공식 임명될 경우 최우선적으로 주어질 과제는 '최순실 게이트' 수습이다.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각 부처에 산재된 최순실씨 또는 차은택씨 관련 사업들을 들어내고 예산을 깎는 등의 작업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파문'으로 동력을 상실한 개헌의 불씨를 되살리는 책임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참여정부 시절 자신이 주도했던 규제개혁, 동반성장, 지방분권, 부동산시장 안정 정책 등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려 할 수도 있다.

한편 김 후보의 총리직 수임이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야권 대권주자인 문 전 대표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넓은 의미의 '친노'(친 노무현)인 김 후보가 책임총리로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박 대통령과 국정의 책임을 공유할 경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부채의식이 줄어들고 '친노 정권 재창출'에 대한 열망이 사그라드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야권이 김 후보에 대해 총리 임명 동의는커녕 인사청문회조차 거부하겠다며 극렬 반발하고 있어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 변수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 후보 지명에 대해 "정국돌파, 국면전환용"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청문회부터 열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야당에 한마디 상의, 사전 통보 없이 총리, 부총리, 일부 장관을 개편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에게 더 큰 탄핵·하야 촛불을 유발하는 동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