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한 자릿수, '대통령 하야'의 바로미터될까?

지지율 한 자릿수, '대통령 하야'의 바로미터될까?

최성근 기자
2016.11.04 06:30

[소프트 랜딩]미국 닉슨 대통령 지지율 24%에 하야, 내각책임제 총리 지지율 10%~30%에서 사임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닉슨 대통령은 상대방 선거운동본부를 불법으로 도청한 사실('워터게이트')이 밝혀지면서 탄핵위기에 몰리자 1974년 미국 역사상 최초로 임기 중 하야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의 지지율은 24%였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리얼미터 3일자)이 10.2%까지 곤두박질치며 한 자릿수로 추락하기 직전이다. 이런 추세대로 라면 역대 최저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인 6% 기록마저 갈아치울 기세다.

원래 대통령 임기 말에는 지지율이 떨어지는 게 통상적이라 해도 임기를 1년이나 앞두고 한 자릿수에 근접한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더구나 박 대통령의 취임 당시 지지율은 60%였으며, 그동안 각종 이슈에도 30% '콘크리트 부동층'이 있었기에 지금의 충격은 더 크게 느껴진다.

박 대통령도 추락하는 지지율에 놀랐는지 지난 2일 신임 총리를 비롯한 개각을 서둘러 발표했다. 수세에 몰린 정국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국회 인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 이번 개각으로 지지율 하락세를 멈추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지지율이라는 것이 정권의 생명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잣대는 아니다. 하지만 주권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상식을 고려할 때 10명 중 1명도 지지하지 않는 대통령은 정치적 생명력을 상실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보통 정치학자들 사이에선 대통령 혹은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30% 밑으로 떨어지면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치 체제와 문화가 상이하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지지율 하락은 결국 대통령이나 총리의 사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내각책임제 하의 일본은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게 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사퇴요구가 나오기 시작한다. 역대 일본 총리들도 지지율이 20%대를 밑돌면 자진해서 사퇴하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이를 거부할 경우 당 내외에서 "권력욕에 사로잡혔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결국 불신임안이 제출된다.

예를 들어 지난 2006년 임명된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내각의 부패스캔들 등으로 지지율이 26%로 떨어지면서 재임한 지 불과 1년 만에 물러났고,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 역시 지지율이 14%로 추락하면서 단명했다. 이후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도 지지율 20%선이 깨진 뒤 임기를 불과 1년도 채우지 못했고, 뒤이은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 역시 지지율이 14%로 떨어지자 사임했다.

영국도 최근 캐머런 총리가 지지율이 30%대 초반으로 떨어지자 브렉시트 찬반 투표 결과의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사퇴했다. 이에 앞서 처음 집권 당시 지지율이 83%에 달하며 영국인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토니 블레어 총리 역시 이라크전 참전 등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지지율이 26%로 추락하자 결국 사임하고 말았다.

이탈리아는 지난 2012년 마리오 몬티 총리가 경제난과 긴축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하자 사임했다. 그에 앞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각종 성 추문과 권력 남용, 부패 등의 혐의로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면서 사퇴 압력이 높아지자 여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진 사임했다.

대통령과 내각이 함께 통치하는 이원집정제의 프랑스는 구국의 영웅이요 초대 대통령이었던 샤를 드골 대통령이 경제 실정과 5월 파리 학생혁명의 확산으로 결국 1969년 국민투표의 패배를 수용하고 하야했다.

최근 브라질의 경우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재선 성공 이후 잇단 부패 추문과 높은 실업률, 최악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사퇴 압박이 고조됐고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인 8%로 급락하면서 결국 의회의 탄핵을 받아 2016년 8월 31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 60%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2004년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을 이유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은 기각되었지만 지지율은 25%로 급락하고 말았다. 집권 4년 차엔 한미 FTA 추진과 측근들의 선거자금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12%까지 하락했지만, 임기 말엔 지지율이 반등해 27%로 임기를 마쳤다.

지지율은 한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지표가 된다. 따라서 한 자릿수 지지율 추락은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주권을 위임할 의사가 더이상 없음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천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에서 주인공은 짓밟힌 국민들을 대신해서 이렇게 절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1조 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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