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주둔비 100% 부담하라고? 오히려 낮춰야

미군 주둔비 100% 부담하라고? 오히려 낮춰야

최성근 기자
2016.12.01 06:30

[소프트 랜딩]50% 목표 이미 초과, 기지이전 비용 등 합치면 74%까지 높아져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100% 부담은 왜 안 되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그가 제기해 온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한미 양국 간 새로운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대선 유세 기간 중 한국과 일본이 부담해 온 미군 주둔비용을 "푼돈(peanut)"에 비유하며 이들은 "아주 부유한 나라들"이므로 당연히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트럼프는 한국이 미군 주둔비용의 50%를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에 “100% 부담은 왜 안 되냐”고 반문하면서 향후 방위비 전액 부담까지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강성 발언을 너무 의식해서였을까? 지난달 21일 장명진 방사청장은 향후 미국이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주한미군 방위비는 ‘한미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에 근거해서 정해진다. 현행 9차 방위비 협정의 유효기간이 2018년에 만료되므로 트럼프의 발언을 고려하면 향후 우리 측 분담금의 대폭적인 상향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트럼프의 주장대로 통상적인 방위비 협정의 범주를 넘어선 대폭적인 방위비 인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세계 그 어느 나라도 외국 주둔군 비용을 100% 부담하는 사례도 없고 또 이치에 맞지도 않는다. 미군의 주둔은 단지 우리나라의 방어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일환으로 배치된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군 주둔비 전액 부담 요구는 그동안 9차례 걸쳐 이뤄진 본 협정의 취지, 즉 공동 부담의 원칙을 허무는 주장이 된다.

게다가 이미 우리나라는 충분한, 또는 그 이상의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다. 미국 대표단은 방위비 협상 때마다 한국이 미군 주둔 비용의 50%를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강력히 주장해왔다. 미국 측은 한국의 분담비용을 총 주둔비용의 40% 내외로 평가했는데, 이는 미국 측이 우리나라의 분담비용을 과소평가한 데 기인한다.

하지만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4월 미국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2015년 한국이 낸 분담금은 8억800만 달러(9139억원)이며, 이는 주한미군 전체 주둔 비용의 약 50%에 해당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즉, 브룩스 사령관의 발언은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분담금 목표치가 이미 달성된 상태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는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 시 우리 측의 입장을 지지해주는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GDP 대비 방위비 분담금을 따져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기준으로 0.068%로 일본 0.064%, 독일 0.016%보다 높게 나타났다. 즉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 대비 상대적으로 많은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실제 우리가 부담하는 주한미군에 대한 직·간접 비용 지원액을 따져보면 미군의 총주둔비용의 70%를 초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 측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2016년 현재 9441억원이다. 현재 우리 쪽이 매년 직접 부담하는 비용은 주한미군의 한국인 고용원 임금(38%), 각종 부대시설 건설비용(45%), 그리고 물자와 정비 등 군수지원비용(17%)의 3가지로 구성돼 집행되고 있다.

여기에 토지 및 인력(카투사) 제공, 각종 조세, 공공요금과 수수료 감면 등 주한미국에 대한 간접지원비용은 2010년 기준으로 무려 8854억원에 달한다. 직접지원비용이 2010년 7904억원에서 현재 9441억원으로 20% 증가했음을 고려하면, 간접지원비용 역시 이미 1조원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또 2006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8조8670억원에 달하며, 당장 2016년에 배정된 주한미군기지 이전 특별회계 세입 및 세출 예산만 해도 7155억원이다.

따라서 이러한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간접 지원과 기지이전 비용까지 포함하면 우리 측이 지출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2조6596억원에 달하며, 이는 총주둔비용(3조6037억원)의 약 74%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 황당한 것은 매년 우리가 지급하는 방위비 분담금 중 미집행 적립금이 평균 약 7000억원 정도 발생하고 있으며, 2004~2014년 기간 중 은행 예치를 통해 거둔 이자수익만 3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미국은 이미 필요 이상의 분담금을 요구하고 사용하지 않고 남은 불용액을 매년 차곡차곡 적립해서 막대한 이자수익까지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분담금을 사실상 불법적으로 전용하고 있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향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한다면, 이는 결국 불법 전용액을 더 늘리겠다는 속셈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최근 부시 정부시절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제프리 고든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방위비 부담은 동맹국 중 최상위 수준이며, 트럼프 정부는 방위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일본에게 증액을 요구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근본적으로 주한미군은 말 그대로 미군이지 우리가 고용한 용병이 아니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충분히 주한미군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음을 객관적인 데이터가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의 미군 주둔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끌려다닐 게 아니라 오히려 이번 기회에 명확한 자료와 사실에 기초해 미국 측에 당당히 방위비 분담금 인하를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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