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청와대가 부러운 국회 청원제도]②절차 어렵고 복잡한 국회청원…"문턱 낮춰야"

국회는 청원제도를 도입한 13대 국회 이후 약 30년 간 3400여건의 청원을 접수했다. 5개월 만에 9만건 이상의 청원이 올라온 청와대에 비하면 초라하다. 국민들이 편하게 문을 두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청원 절차를 밟아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청원은 어디서 하나요?
최근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출근길이 고역이었다. 미세먼지 문제는 종합적인 해결책이 필요한만큼 국회에 청원을 내보기로 마음먹었다. 포털사이트에 '국회청원'을 입력했다. 그러나 바로 연결이 안돼 있다. 연관검색어로 '청와대 국민청원'만 뜰 뿐이다. 국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소통마당'과 '민원안내'를 지나 '청원안내'가 나왔다. 접근부터 쉽지 않았다.
◇청원하려면 국회의원을 만나라고?
청원에 필요한 서류가 왜 이리 많은지. 이름도 어렵다. 청원제출용지, 청원소개의견서, 청원서 각 3부를 국회에 직접 제출하거나 소개 의원실을 경유해 제출하라고 한다. 안 하고 만다. 그러나 끝이 어딜지 궁금했다.
국회 청원은 국회법에 따라 1인 이상의 국회의원 소개를 받아야 제출 가능하다. 소개 의원은 내 힘으로 찾아야 했다. 국회 청원을 담당하는 민원지원센터 직원은 "청원 내용과 관련된 상임위 소속 의원들을 찾거나 본인 지역구 의원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얼굴도 잘 모르는 국회의원한테 연락을 하라고? 내 연락을 받기는 할까 걱정됐다.
◇까다로운 본인확인
청와대 국민청원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만 있으면 익명으로 간편하게 청원할 수 있다. 반면 국회는 서류뿐만 아니라 요구하는 개인 정보도 많다. 이름, 전화번호, 핸드폰 번호, 주소, 이메일 등. 국회 청원의 문턱은 높았다.
◇고독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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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은 외롭지 않다. 지지든 비판이든 청원을 올리면 여론이 따라 붙는다. 반면 국회 청원은 미리 동참자들의 서명을 받아 제출해야 한다. 청원 답변도 청와대는 공개적이지만 국회는 대표청원인에게만 처리결과가 통보된다.

◇상임위 문턱 넘기 힘드네
제출한 청원이 상임위에 회부되면 상임위는 의무적으로 청원소위를 통해 심사해야 한다. 전문위원은 심사보고서를 내고, 관계 부처도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한 국회 상임위 관계자는 "법안심사소위 일정도 빠듯해 청원소위는 항상 뒤로 밀린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청원 중 약 75만명이 서명해 가장 많이 참여한 '창원광역시 설치 법률 제정' 청원은 접수된 지 1년이 훨씬 넘었지만 청원소위조차 오르지 못했다. 해당 상임위 관계자는 "아직 간사 간 협의가 이뤄지지 못해 상정이 안됐다"며 "관련 법률을 심사할 때까지 청원도 계류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국회 청원은 대부분 법 개정 사안이 많아 진척이 빠르지 못한 게 현실이다. 국회 관계자는 "대부분 정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들"이라며 "처리하기 어려운 청원들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