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6.13 현장에 가다-광주·전남·전북]민주당 독주…'전략가' 호남의 말말말

'전략적 선택'. 선거 때마다 호남을 수식하는 말이다. 가까운 예로 지난 총선과 대선이 그랬다. 호남은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전략적으로 키웠다. 19대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 승리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전국 17개 시·도 중 광주광역시·전라북도·전라남도에서만 50% 이상의 득표율을 얻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만난 호남 유권자들의 생각은 지난 대선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을 향한 지지는 그대로였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독주를 경계하는 표정이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경우 광주와 전남 시·도지사 후보를 아예 내지 않았다.
◇"선거 때만 빤짝빤짝하지마쇼잉" 지켜보겠다는 광주 민심=광주시장 선거에선 치열한 경쟁 구도가 보이지 않는다. 강력한 민주당 후보를 견제하려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의 후보들이 칼을 가는 모습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지난달 30일 만난 광주시민들은 "아따, 민주당이 유리한 게 맞당게요"라면서도 "선거 때만 호소하는 한 철 장사하려고 하면 큰일 난당게요"라고 일침을 날렸다. 지방선거 투표엔 나서겠지만 "깊은 관심은 없다"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시민도 적잖았다.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만난 상인 신모씨(74)는 "민주화 이후 민주당을 내리 찍어줬더니 그놈이 그놈이란 야기가 많았는디"라며 "문 대통령이 되시면서 그런 아쉬움이 많이 씻겨갔는디 아직 결정 못했당게"라고 전했다.
또 다른 상인 남연희씨(51)도 "후보들이 선거 때만 한 철로 와서 손 잡는 걸로 그칠 때가 많다"며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느라 공보물 볼 시간도 없는 우리를 제대로 챙겨줄 후보를 원한다"고 말했다.
젊은 유권자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금남로 인근 카페에서 만난 기모씨(25)는 "후보들이 2030세대를 위해 움직인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는다"며 "아직도 주변 또래는 선거일을 단순한 빨간날로 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후보들이 민주당이라는 간판만 달고 나오면 당선될 걸 확신하는데, 이런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공보물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택시기사 백모씨(56)는 "이번 광주시장 선거는 이용섭 민주당 후보가 정치적으로는 될랑가 모르겠는데, 나는 관심이 없소"라며 "공보물 보고나서야 투표를 할랑가 모르겄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정모씨(48)는 "정치가 세대 교체가 돼야지, 특별한 내용 없으면 무조건 젊고 깨끗한 사람을 찍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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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여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광산구 우산동에 거주하는 정모씨(62)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디, 이 사업을 현 정부가 완수혀야지"라며 "문 대통령을 지지해서 민주당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준표(한국당 대표)는 미워죽겄다, 하는 말마다 맘에 안 든다"고 덧붙였다.

지역 내 묘한 분위기를 감지한 듯 민주당 소속 이용섭 광주시장 후보캠프는 이날(5월30일) 분주히 움직였다. 잘 정돈된 캠프에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세대를 불문하고 일하는 자원봉사자들도 눈에 띄었다. 출마 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만큼 지지자들이 거는 기대의 방점은 '일자리'와 '경제'에 찍혀있었다. 그도 이를 인식한듯 이날도 과학기술정책간담회에 참석하며 관련 행보를 이어갔다.
캠프 관계자는 "7명이 맞붙은 당내 경선에 비해 본선 경쟁 열기는 덜 한 건 맞지만 긴장을 늦추진 않는다"며 "선거 자체에 관심이 없는 분도 적잖다는 걸 알아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장 후보를 낸 야당은 "올바른 지방정부를 위해 여당 견제가 필요하다"는데 목소리를 높였다. 전덕영 후보를 낸 바른미래당은 지역 현수막에 "일당독점 견제해야 지방정부 바로선다"고 내걸었다. 나경채 후보가 뛰는 정의당은 '대안 야당론'을 강조했다. 민중당은 윤민호 후보를 내세웠다.
◇"평화당 맘에 걸리는디…그라도 민주당이지" 고민 적은 전남="민주당 찍을라요. 전부다" 지난 2일 전남 나주 KTX역 근처에서 만난 택시기사 장모씨(72)의 첫 마디였다. 전남은 민주당이 워낙 강한 지역이라는게 그의 분석이다.
민주당 김영록 전남도지사 후보에 대한 '인물적 호감도'도 높다고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5명의 후보들이 전남도지사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김 후보를 비롯해 박매호 바른미래당 후보, 민영삼 민주평화당 후보, 노형태 정의당 후보, 이성수 민중당 후보가 나섰다.
장씨는 "김 후보는 당이 갈라질 때 나가지 않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하며 '거시기'(잘) 혔다"며 "그래서 이번에 지사 후보로도 나온 것이고, 인물 보고 뽑아 우리는"이라고 말했다. 평화당 소속 의원이 전남에 많지만 지방선거는 당보다 인물을 본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을 향한 지지도 컸다. 나주 동창5일장에서 건어물 좌판을 운영하는 김모씨(46)는 "문 대통령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보다 낫다는 칭송도 주변에서 나온다"며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도둑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 바른미래당의 안철수를 지지했는디, 왔다갔다하다 유승민하고 붙어서 끝났다"며 "여론만 보면 (민주당이) 싹쓸이 할 것 같당께"라고 강조했다.
평화당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김씨는 "평화당 후보가 야물면 찍을텐데, 민영삼이 똑똑하지만 판세가 그렇다"며 "박지원(국회의원)이 전남도지사 나왔으면 막상막하였을텐디, 지금 시대가 이래서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고모씨(43)는 "평화당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말고 민주당하고 힘을 합치면 좋겄어"라며 "한솥밥 먹은 사이끼리 거시기(싸우고) 하고 있나"라고 지적했다. "전라도는 평화당을 지지한다"면서도 전국에서 지지받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었다.
◇"한번 더 맡겨도 된당게" VS "이번엔 바꿔야지라" 고민하는 전북="후보가 누구여? 누가 후보인지 (내가) 알간디?"
5일 오후 전북 전주 중앙시장. 생업에 바쁜 상인들에게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는 다른 나라 일처럼 보였다. 선거 관련 분위기를 묻자 상인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라"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 덕에 긴장감이 떨어진데다, 누가 되든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시장 내 한 옷가게 사장 이모씨(57)는 "도지사나 시장이나 어차피 민주당 후보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당게. 허긴 누가 되든 간에 뭐가 바뀌긴 허겄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전북대학교 앞에서 만난 학생들도 무관심했다. 말만 '내 삶을 바꾸는 선거'일 뿐 후보들의 공약이 공허하게 들려서다. 이 대학 공대에 재학중인 김인철(24세, 가명)씨는 "아무래도 문재인 대통령 인기가 높고, 여당의 힘이 강한 상황이기에 민주당 후보가 관심을 받는다"면서도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대학가에서 이번 선거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엔 재선을 노리는 송하진 민주당 후보와 신재봉 자유한국당 후보, 임정엽 민주평화당 후보, 권태홍 정의당 후보, 이광석 민중당 후보 등 모두 다섯명이 나섰다. 지지율만 보면 송 지사가 크게 앞선다.
뉴스1이 지난달 26~2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스픽스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송 후보는 63.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임 후보 14.6%, 권 후보 5.1%, 신 후보 4.2%, 이 후보 2.6% 등의 순이었다. 조사는 전북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6~27일 이틀 동안 실시했다. 응답률은 5.8%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송 후보는 전주시장 재선과 민선6기 전북지사를 무난하게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별한 악재를 만나지 않는 이상 도민들이 다시 한 번 송 지사를 선택할 것이란 게 이 지역 정가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북이 호구여"라며, 긴장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북이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는 분위기가 되다보니, 민주당이 전북을 얕본다는 것. 덕진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씨(54)씨는 "전북 사람들이 민주당만 찍어줄랑가 어쩔랑가 아무도 모르지. 민주당이 거만하게 보인담서 평화당 얘기하는 사람덜이 많당게"라고 말했다.

이날 이 지역 언론사들이 공동 주최한 TV토론회에서도 이런 점이 부각됐다. 티브로이드 전주방송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송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네명의 후보는 민주당이 전북을 홀대한다고 공격했다. 지난 4년간 전북이 더 낙후됐다는 게 골자다.
평화당의 임 후보는 "전북 경제는 갈수록 추락하는데, 문재인 정부에선 관심도 없다"며 "더이상 민주당에 지역 행정을 맡겨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송 후보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집권여당과 함께 잘 사는 전북을 만들고 싶다"며 "지난 4년 동안 보여줬던 열정의 몇 배를 전북에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