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계은행·IMF 의결권, 韓 16위 VS 日 2위…'국제 여론전' 어쩌나

[단독]세계은행·IMF 의결권, 韓 16위 VS 日 2위…'국제 여론전' 어쩌나

이원광, 이지윤 기자
2019.10.01 04:02

[the300][런치리포트-한일경제전 국제금융전]與 "글로벌 위상 높이는 '치밀한 전략' 필요"

세계은행·IMF 의결권, 한국 16위 vs 일본 2위…왜?

국제금융기구 출자·출연금, 한국 19조원 vs 일본 131조원…"국제여론전 밀린다" 우려

국제금융기구 14곳에 대한 한국의 출자·출연금 규모가 일본의 15%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일본보다 미비하다는 우려를 뒷받침한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합리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한국이 국제 여론전에 불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기획재정위원회)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누적액 기준 한국이 WB, IMF 등 국제금융기구 14곳에 출자·출연한 금액은 166억4300만달러(약 19조9620억원)로 일본이 지급한 1098억7200만달러(약 131조7800억원)의 15.1%에 그친다.

WB의 핵심기구인 IBRD(국제부흥개발은행)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IBRD 출자·출연금은 2억7000만달러(약 3240억원)로 일본(12억2200만달러·1조4680억원)의 22% 수준이다.

IBRD와 WB를 구성하는 IDA(국제개발협회)에서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이 IDA에 출자·출연한 금액은 23억6600만달러(2조8370억원)로 일본이 투입한 금액 468억2900만달러(56조1530억원)의 5%에 불과하다.

IMF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422억1900만달러(50조6079억원)를 출연·출자했으나 한국은 117억5700만달러(14조931억원)를 투입하는 데 그쳤다.

이 외에도 △국제금융공사(IFC), 한국 2800만달러(336억원) VS 일본 1억6300만달러(1954억원) △국제투자보증기구(MIGA), 200만달러(24억원) VS 1800만달러(216억원) △아시아개발은행(ADB), 3억7200만달러(4460억원) VS 11억5200만달러(1조3810억원) △아시아개발기금(ADF), 6억4300만달러(7708억원) VS 128억8800만달러(15조4475억원)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6900만달러(827억원) VS 5억8600만달러(7024억원)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3000만달러(360억원) VS 3억6000만달러(4315억원) △아프리카개발기금(AfDF) 4억2300만달러(5071억원) VS 40억8100만달러(4조8915억원) △미주개발은행(IDB) 한국 0달러 VS 일본 3억200만달러(3620억원) 등에서 일본의 출자·출연금이 많았다.

한국이 일본보다 출자출연금에서 앞서는 국제금융기구는 3곳에 불과하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5억9800만달러(7167억원) VS 0달러 △미주투자공사(IIC), 8400만달러(1007억원) VS 5200만달러(623억원) △상품공동기금(CFC), 100만달러(12억원) VS 0달러 등이다.

각국 경제수장들이 참석하는 국제금융기구 회의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일본에 비해 적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제금융기구는 출자·출연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투표·의결 등 권한을 부여한다. 한일경제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선 국제금융사회를 상대로 한 여론전에도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조정식 의원실에 따르면 WB와 IMF 내 출자·출연금에 따른 한국의 투표·의결권 순위는 16위에 그친다. 2위를 차지하는 일본과 격차를 보인다. 미국은 양 기구에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출자·출연금을 차지한다. 중국, 독일, 영국·프랑스 등이 미국과 일본의 뒤를 잇는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국제금융기구 출자·출연의 목적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도적 지원 뿐 아니라 국제금융사회에서 한국 입장을 대변하고 우리에게 우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금융사회에서 일본이 자신 입장을 합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②與 "국제금융기구 투입 '21조원', 제대로 쓰자"…배경은?

;"IMF 등 출자·출연금 95.4%, 국회 의결無…글로벌 위상 높이는 '치밀한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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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억달러(21조1890억원). 지난 60여년간 전체 국제금융기구에 출자·출연된 나랏돈이다. 쓰기 전에도, 쓰고 나서도, 국회 의결은 없다. 수백~수천만원의 예산을 두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밤샘 회의를 벌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출연·출자금이 개발도상국 지원 뿐 아니라 국제금융사회의 한국 입지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만큼 치밀한 전략과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국제금융기구법에는 정부가 국제금융기구 출자금을 예산에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예산에 반영하기 어려운 경우 한국은행이 출자금을 대납하도록 한 단서 조항 때문이다.

실제 국제금융기구에 들어가는 자금 중 95%에 달하는 금액을 한국은행이 대신 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체 국제금융기구에 출자·출연된 175억 달러(약 21조1890억원) 중 95.4%인 166억9000만 달러(약 20조2082억원)를 한국은행이 냈다.

최근 가입한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출연·출자금도 마찬가지다. CABEI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0년까지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1억1250만달러(1362억원)가 CABEI에 쓰인다. CABEI 가입의정서 비준안은 지난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조원에 달하는 나랏돈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서 쓰이는 셈이다. 국제금융기구법에는 한국은행 자금을 활용할 경우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있으나 기획재정부는 국회의장이나 기재위 위원장에게 관련 문서를 보내는 선에서 그친다.

예산은 물론 결산에 대한 국회 의결·심의권도 무력화된다. 자금이 투입되기 전에도, 투입된 후에도 어떤 평가와 견제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사후 관리가 힘든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국제금융기구 회의 결과에 따라 기재부가 요청하면 한국은행이 받아들이는 수동적 방식으로 출연·출자된다.

이는 국제금융사회에서 한국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출자·출연금을 확대 편성하기 어려운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은 ‘원화를 찍어내는’ 방식으로 해당 자금을 마련하는데, 인플레이션 등 우려로 발권력을 적극 동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통화 정책 등에 보수적인 한국은행 특유의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한일경제전이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합리화하는 한편 국제 사회 공감을 얻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각국 경제수장이 모이는 국제회의에서 대규모 출자·출연금을 앞세워 자국 이익을 호소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여당의 정책위의장이 이같은 출자·출연금의 체계적 관리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달초 한국은행 자금을 국제금융기구에 출자·출연 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국제금융기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기재위)은 “일본이 막대한 자금으로 출자·출연하는 점을 고려하면 국제금융사회에서 일본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란 점은 자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단기간 출자·출연금을 증액시키는 것은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법·제도적 차원에서 한국 영향력을 제고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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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광 기자

'빛과 빛 사이의 어둠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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