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정위, 행정소송 10% '퇴직' 변호사한테 줬다

[단독]공정위, 행정소송 10% '퇴직' 변호사한테 줬다

박종진 기자
2020.10.07 15:32

[the300]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정소송 10건 중 1건 꼴로 퇴직자 출신 변호사에게 사건을 위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 업무를 담당하는 송무담당관실에서 퇴직한 직원이 직후 재취업한 로펌(법무법인)에도 사건을 위임해 규정 위반 논란도 불거졌다.

공정위는 거대 로펌을 선임하는 대기업에 맞서 소송전을 치르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항변한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 풀이 제한돼 있다는 얘기다.

7일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공정위 퇴직자 출신 법률대리인 행정소송 건수'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정위는 행정소송 487건 중 53건(10.8%)을 퇴직자 출신 변호사 6명에게 수의계약으로 위임했다.

이들 6명은 소송착수금과 승소 사례금 명목으로 약 4억4400만원을 받았다. 가장 많은 사건을 맡은 A씨는 26건(계류사건 포함)에 2억2385만원을 받았다.

규정 위반 소지도 있다. 행정소송 법률대리인 선임 업무를 담당하는 송무담당관실에서 근무하던 B씨는 지난해 5월 말 퇴사했는데 약 한 달 후인 7월부터 K법무법인 전문위원으로 출근했다. B씨는 변호사가 아닌 일반 직원으로 약 20년간 공정위에서 근무했으며 사무관으로 퇴직했다.

문제는 B씨가 재취업하고 2달 뒤 소속 K법무법인이 공정위 행정소송을 맡게 된 것이다.

'공정위 소송사건 변호사 선임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정위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로서 퇴직한 날로부터 18개월 이내인 퇴직공무원이 직원으로 근무하는 법무법인은 선임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영 의원은 "공정위는 기업을 상대로는 내부거래를 엄격히 판정하면서 스스로는 관대한 '공로남불'의 행태를 보인다"며 "허술한 규정을 이용해 공정위 출신 퇴직자에게 소송을 몰아주는 것은 지위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는 소송사건 선임 규정 시행 여부를 점검하고 소송사건 등의 위임 현황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부정책 감시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영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0.10.5/뉴스1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부정책 감시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영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0.10.5/뉴스1

공정위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적극 해명했다. 우선 공정위 관계자는 사건 위임이 대부분 수의계약인 것에는 "소가 제기되면 30일 내에 답변서를 써야 하는데 경쟁입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퇴직자 변호사를 쓰는 것도 제한된 인력 풀과 재원 탓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내세우는 거대 로펌과 싸우는데 우리가 줄 수 있는 돈은 대기업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며 "경쟁법을 잘 아는 전문성 있는 인력도 소수"라고 말했다.

규정 위반 논란에는 해당 규정에 '직원'은 변호사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가 아닌 B씨가 취업한 것은 선임제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규정 위반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일반 직원이 취업했다는 이유로 그런 법무법인까지 다 제한하면 공정위를 대리해줄 자원 풀이 확 줄어들 수 있다"며 "그럼 (전문성 갖춘 인력들이) 대기업 대리만 해야 하느냐 이런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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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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