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문화재 범죄의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입법이 재추진된다. 현행법상 문화재를 훔치거나 은닉한 범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훔친 문화재를 10년 뒤 경매에 내놓아도 절도죄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 해외로 밀반출되는 사례 역시 적지 않다. 공소시효 연장 법안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4일 문화재 범죄(손상·절취·은닉)에 대한 공소시효를 현행 10년에서 25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형사소송법과 별개로 공소시효 특례를 두도록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출신의 도종환 민주당 의원 등 12명이 공동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유 의원의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은 문화재 선의취득자의 요건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선의취득자는 문화재가 불법 유통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문화재를 구입한 사람이다. 유 의원실 관계자는 "문화재 선의취득자 요건의 입법 미비를 개정하려다보니 자연스럽게 공소시효 연장도 연동됐다"고 설명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문화재 범죄 공소시효를 2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불법 경로로 도난 문화재를 판매하고 유통하는 범죄의 심각성이 크다"며 "공소시효 10년은 짧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문화재청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도난된 문화재는 1만2749건이다. 같은 기간 회수한 문화재는 1972건이다. 회수율은 15.5%에 그쳤다. 도난된 문화재 6~7개 중 1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경찰은 2015년 40명 내외의 '문화재 전문 수사관'을 구성하고 전국 지방경찰청에 2~3명씩 배치했다. 문화재청 산하에도 문화재 사범 전담단속반이 존재한다. 하지만 인력 부족 등에 시달리며 문화재 범죄의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문화재 범죄의 공소시효를 연장하려는 법안은 꾸준히 나왔다. 19대 국회에선 2015년 3월 부좌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소시효를 20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달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소시효를 25년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검토보고서에서 "공소시효 연장으로 문화재 사범의 절취 후 장기간 은닉이 어려워져 문화재 절취 행위의 상당한 감소가 기대된다"면서도 "형사소송법에서 일률적으로 정한 기준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에선 박경미 민주당 의원(25년)과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20년)이 각각 문화재 범죄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이들 법안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폐기됐다.
독자들의 PICK
지금 1,594명 읽는 중
전 의원실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문화재 보호를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며 "통과됐어야 할 법안인데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