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부활?"…기업들이 외교관 스카웃하는 이유

"외교통상부 부활?"…기업들이 외교관 스카웃하는 이유

김지훈 기자
2022.03.29 16:27

[MT리포트] 尹정부 '통상'의 운명②

[편집자주] 글로벌 공급망이 위협받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에 따른 중국 일부지역 봉쇄까지 겹쳤다. 세계 곳곳에서 자국이익 우선주의까지 발호하고 있다. 글로벌 무역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의 통상조직이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사이에서 운명의 기로에 섰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사진제공=전경련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사진제공=전경련

#지난 3월15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10주년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 실장이 축사를 하고, 상은 외교통상부(외교부) OB(퇴직관료)들이 받아가는 자리였다. 주최 측인 전경련의 허창수 회장(GS 명예회장)이 감사패를 전달한 한국측 인사 5명 가운데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최석영 전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가 한미 FTA 한국측 협상대표 자격으로 상을 받았다. 한미FTA 협상 당시엔 통상교섭본부가 산업부가 아닌 외교통상부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한미 FTA 협상 과정에 정통한 정부측 인사는 "한미 FTA는 외교통상부가 자동차, 의약품, 농산물에서 미국의 공세를 최대한 막으면서 미국 시장 내 관세 자유화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라며 "미국과 군사 동맹을 경제적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전기가 됐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통상 기능은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외교부에서 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갔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통상 업무를 외교부에 다시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교부는 약 10년 만에 통상을 되찾아올 기회가 생긴 데 고무돼 있다. 외교통상부 부활론자들은 "문화외교·공공외교처럼 '통상교섭 기능'이라는 표현도 '통상외교'가 적합한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삼성·SK·포스코 등 외교관 스카웃 전쟁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13일 서울 중구의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금곡학술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주한미군 초청 만찬에 참석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15.3.13/뉴스1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13일 서울 중구의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금곡학술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주한미군 초청 만찬에 참석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15.3.13/뉴스1

재계에선 해외 시장 진출 확대 등을 위해 물밑에서 '외교관 스카웃 전쟁'을 벌이고 있다. 외교관의 강점으로 꼽히는 해외 네트워크·국제규범에 대한 이해도 뿐 아니라 통상에 대한 식견을 인정한 결과라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를 삼성전자 북미법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2020년엔 윤영조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대표부 참사관을 깜짝 발탁했다. 포스코는 2019년 1월 무역통상실장에 김경한 전 외교부 국제경제국 심의관을 채용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외신 공보담당 보좌역으로 기용한 김일범 전 SK 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도 SK로 2019년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외교부 북미 2과장을 맡고 있었다.

관가의 한 소식통은 "산업부가 통상을 가져간 이후 기업들이 '말발(영향력)이 센' 외교관을 물 밑에서 스카웃 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는데 통상을 산업부가 잘 했다면 그렇게 하겠느냐"며 "산업부 OB는 국내 대관용으로 채용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요소수 사태·대러 제재 늑장 대응, 산업통상 때문"
(키이우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27일 (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외곽에서 러시아 군과 전투를 치른 우크라이나 군이 노획한 러시아 군 탱크를 수리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키이우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27일 (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외곽에서 러시아 군과 전투를 치른 우크라이나 군이 노획한 러시아 군 탱크를 수리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전·현직 외교관들은 요소수 사태·대 러시아 제재 늑장 대응 등 최근 정부 측 대응이 논란이 됐던 사례들은 대부분 통상과 외교가 나뉜 현행 체제 하에서 나타난 문제라고 주장한다. 외교부 제1차관과 주미국대사를 역임한 안호영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최근 '경제안보외교전략 포럼'에서 "통상은 외교부의 혼(魂)"이라며 "통상만 떼어놓으면 변화된 경제·안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다"고 했다.

산업부 관료들은 "외교·정무적 관점을 우선시하는 외교관들이 통상을 맡을 경우 국내 산업이 외교에 종속된다"며 '통상 사수'를 외친다. 반면 전·현직 외교관들 사이에선 "통상을 맡지 않으면 외교도 거의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반론이 나온다. 외교통상부 부활론자들은 산업부가 통상에서 전체 국익이 아니라 소관하고 있는 특정 업종의 이익만 대변할 위험성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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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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