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이재명, 이슈 선점하며 '1위 후보' 굳히기…조기대선 경선 국면선 국민의힘이 이슈 주도할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속세, 주52시간제에 이어 K-엔비디아 등 주요 이슈를 선점하면서 여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발언을 여당과 야당 비명(비 이재명)계 등이 비판하며 논란이 일고 있지만, 조기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 대표가 정국을 주도하며 '1등 후보' 지위를 굳히고 있다는 점에서 여권의 위기감도 감지된다.
5일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K엔비디아 국가 투자론' 발언을 놓고 설전이 이어졌다.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이 앞다퉈 이 대표의 주장을 비판한 데 이어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 다른 여당 잠룡들도 가세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에 올라온 대담 영상에서 "(한국에)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하나 생겼다면 70%는 민간이 갖고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이날 "본질적으로는 발상이 문제다. (이 대표 주장대로 지분) 30%를 매년 덜어내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비판이 있으면 받아들여서 실효성 있는 기업지원책을 말하는 게 도리"라고 했다.
여권에선 사회주의적 접근이자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란 지적이 이어졌지만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같은 집중포화에 반색한 분위기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만 TSMC도 초기에 정부 투자 지분이 48%라고 하는데 대한민국만 미래첨단산업 분야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무지몽매한 생각으로 어떻게 국정을 담당하겠다는 건지 납득되지 않는다"며 "미래첨단산업 분야, 특히 AI(인공지능) 분야에 국가적 단위의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에 공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여권에선 이 대표의 발언을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세부내용을 떠나 최근 반도체법 주 52시간제 예외, 상속세·소득세 완화 등 굵직한 의제를 연속으로 던지며 이슈를 주도하고 있단 점은 부인하기 어렵단 평가다.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와 맞물리면서 화제성이 더욱 높아졌다.

특히 탄핵 국면에서 진영간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 대표가 정책 행보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단 점은 집권여당으로선 뼈아프다.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전까지 조기대선 준비를 공식화할 수 없음은 여당으로선 불가피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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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당대표가 대선후보잖나. 우리 당대표, 원내대표도 당정협의 등을 통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언론의 주목도가 다른 것"이라며 "인정하기는 싫지만 태생적 한계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했다.
여당에선 조기대선이 열릴 경우 이 대표의 시간은 가고 '여당의 시간'이 올 것이라 기대한다. 이 의원은 "만약 3월 중순 대통령 탄핵이 확정된다면 4월 중순쯤까진 국민의힘이 재밌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사실상 이 대표로 좁혀진 반면 국민의힘은 예측불허의 경선을 통해 치열한 후보간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과정에서 화제성과 컨벤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가 다양한 이슈와 관련해 발언을 한 것이 나중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가 지금 조기대선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지도부와 후보 차원에서 이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는 게 최선"이라며 "정식으로 대선 판이 펼쳐지면 이 대표가 뱉어놓은 말이 너무 많아서 주워담으려면 오히려 손해를 볼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는 "1등 후보의 입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며 "아직 선거판이 안 열려서 대기중일 뿐 여권 후보들도 내놓을 공약들이 준비돼 있다"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선거와 관련된 말 중에 'A냐 아니냐'로 가면 A가 유리하단 말이 있다. 지금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전세계적으로 AI(인공지능)가 화두인데 내용이 좀 서툴러도 AI를 적극 쟁점화하고 여당이 뒷북으로 반박하는 구도는 이재명에게 유리하다. 조금씩 이재명 대세론에 탄력을 붙이는 것"이라며 "여당이 좀더 정부 차원에서 적극 이슈를 선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