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종합)

미국의 쌀·소고기 시장 개방 요구에 농민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본회의 처리까지 8부 능선을 넘겼단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야당은 "여당이 또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반발했다.
농해수위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서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농안법 개정안을 각각 의결했다. 이들 법안은 지난 23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과 더불어 '농업 4법'으로 불린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농업 4법에 대해 재임 중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은 과잉 생산될 쌀을 정부가 매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체 작물 농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그런데도 쌀 등의 공급이 많아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면 그 차액을 국가가 보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농안법은 농산물 시장 가격이 하회할 경우 생산자에게 차액을 지급하는 가격안정제가 핵심이다. 가격안정제는 양곡관리법에 포함된 내용이었으나 여야 조정으로 농안법에 포함됐다.
양곡관리법은 여야 합의를 통해 지난 24일 농해수위 농림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농안법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날 오전 소위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소속 소위 의원들은 숙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권했고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법안에 '기준가격'이 아닌 '공정가격'을 적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농해수위 여당 간사인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양곡법과 같이) 농안법도 충분히 여야 합의 처리가 가능했지만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됐다. 숙의를 거치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이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인 것"이라며 "(최근 정부가 내놓은 수정안이) 선제적 수급관리를 강화하고 차등 지급의 근거를 마련했단 점에서 국민의힘도 개정 방향에 동의하던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양곡관리법에 이어 농안법에도 거부 의사를 낸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시간에 쫓겨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고 충분한 심사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문구 하나 토시 하나가 농민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어 미치는 영향이 큰데 (졸속으로) 처리됐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통과된 법안은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보다 후퇴했다. 농민을 버리는 (이재명)정부가 돼 선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은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농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폐지와 쌀 시장 개방 등을 요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미국 측 압박이 매우 거센 상황이다. 농축산물에 대한 요구가 있지만 국민 산업 보호를 위해 양보 폭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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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소식이 전해진 뒤 농민단체는 대정부 투쟁을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한국농축산연합회·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축산관련단체협의회·농민의길 등은 전날(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개방 반대 결의대회'를 열고 "농축산물의 시장 추가 개방은 곧 농민 생존권 말살"이라고 비판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농안법 합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수용·양보한 것도 모두 담겼는데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날림 심사라 폄훼하는 것에 유감"이라며 "통상 협상과 관련해 (전달된) 여러 소식이 농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조속한 법 통과로) 제도적으로 농민들의 어려움을 불식시키고 제도적으로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농해수위를 통과한 양곡관리법·농안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내달 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이날 본회의에는 전날 야당의 극심한 반발 속 여당 주도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던 노란봉투법도 상정된다. 국민의힘은 속칭 거부권 법안들에 대해 여당이 일방 처리를 강행·반복하고 있다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