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미국 이민당국의 단속으로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귀국하면서 초유의 구금 사태는 일단락됐다. 한미 양국은 이번 사태를 통해 미국 비자 체계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워킹그룹(실무단)을 통한 협의에 나선다. 이 같은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미 행정부와의 협력을 넘어 미 의회에서 관련 입법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인 근로자 316명을 태우고 이날 새벽 0시40분(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을 출발한 전세기는 이날 오후 3시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우리 국민 317명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522,000원 ▲16,000 +3.16%)그룹-LG에너지솔루션(380,500원 ▲14,500 +3.96%)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의 기습 단속에 의해 체포·구금된 지 일주일 만이다.
이번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미 많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해 있는 가운데 앞으로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 확대로 더 많은 기업의 진출이 예상된다. 이번 사태의 근원으로 꼽히는 미국 비자 체계 문제를 해소하지 않을 경우 유사한 사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외교부와 구금사태 관련 기업인 현대엔지니어링·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구금됐던 한국 근로자 317명 중 53%(170명)가 ESTA(전자여행허가제)를 활용해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46명은 B1·B2 비자를 발급받았으며, 1명은 EAD(Employment Authorization Document·공식 고용 허가증)를 소지해 합법 근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정부는 유사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미 행정부와 미국 비자 체계의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한 한미 양국 워킹그룹을 구성할 예정이다. 10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동을 마친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 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적으로 우리 투자에 맞춰서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종류)를 만들고 우리 기업 인력이 미국에 방문해 작업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미국 국무부와 한국 외교부가 워킹그룹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도 적극적인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과의 회동에 이어 앤드류 베이커 미국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겸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접견했다. 베이커 부 보좌관은 비자 제도 개선에 적극 동의하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대규모 대미 투자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행 비자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미 행정부의 전향적 태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의중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이 숙련공이라는 보고를 듣자 석방 절차를 중단하고 이들이 미국에 남아 미국의 인력을 교육·훈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거래의 논리로 접근하는 '트럼프식 외교'에 따라 미 행정부도 한국으로부터 안정적인 투자를 받기 위해 비자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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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워킹그룹은 한미 고위급 협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아직 구체적 발족 시기 및 구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ICE를 관할하는 부처인 국토안보부를 중심으로 미 국무부도 참여하고, 논의에 따라 상무부 등 미 연방정부 관계자가 폭넓게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워킹그룹에서는 대미투자 기업 근로자들이 미국 현지에서 우선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현행 비자 체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단기 상용 비자(B1)의 발급 및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 전문직 종사자 대상 취업용 비자(H-1B)의 할당을 늘리는 방안도 가능하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인 전문인력용 별도 비자(E-4) 쿼터의 신설을 위한 미 의회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2012년부터 '한국 동반자법'(Partner with Korea Act)이 미 의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조 장관은 미국 현지에서 토드 영(공화, 인디애나)·앤디 킴(민주, 뉴저지)·빌 해거티(공화, 테네시) 상원의원을 각각 만나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인력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며 의회 차원의 지원을 당부했다. 상원의원들도 추후 의회 입법 등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같은 사태가 자칫 한미동맹의 신뢰 훼손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의회 차원에서의 노력을 우리 정부가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이에 대해 미국이 책임감을 가지고 한국을 도와야 하는 상황이고, 이를 요구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다"며 "미 행정부 차원에서도 이미 발의된 관련 법안이 있는 만큼 이를 통과시키는 데 공화당·민주당이 합심해 초당적으로 통과시켜 달라라는 얘기까지 해줘야 한다. 우리도 그걸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