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 정권 교체에 냉탕, 온탕"...'정책 잔혹사' 이제 그만

"5차례 정권 교체에 냉탕, 온탕"...'정책 잔혹사' 이제 그만

우경희 기자, 세종=조규희 기자, 민동훈 기자, 이태성 기자
2026.07.20 05: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the300][이념을 넘어 국익으로, 정책의 탈정치화](上)

5차례 정권교체의 역설....이념과 진영이 만든 '정책 잔혹사'

① 부동산·원전·4대강·주52시간 등 국가아젠다 정권마다 뒤집혀

이재명 정부 실용주의, 탈이념·탈진영 '정책의 탈정치화' 주목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삶으로 체감하는 대체불가 대한민국-국민과 함께하는 두 번째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7.16. bluesoda@newsis.com /사진=김진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삶으로 체감하는 대체불가 대한민국-국민과 함께하는 두 번째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7.16. [email protected] /사진=김진아

1987년 민주화 이후 9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 간 수평적 정권 교체가 이뤄진 건 모두 5번이다. 평화적 정권 이양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절차적·제도적 성숙을 상징하는 정치적 성과물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국가 아젠다(정책의제)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손바닥처럼 뒤집히는 '정책 잔혹사'는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됐다. 대통령 5년 단임제의 구조적 한계와 맞물려 기업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아 온 아킬레스 건이다.

전임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가 정권 교체 후 '적폐'로 규정돼 전면 폐기된 사례는 차고 넘친다. 노무현 정부 당시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도입된 종합부동산세는 정권의 국정 기조에 따라 강화와 완화를 거듭했고 지금도 같은 운명이다. 이재명 정부가 한국 경제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할 전력과 용수 정책도 마찬가지다.

과거 박정희 정부의 원전 도입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진흥 정책과 이를 뒤집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을 거쳐 윤석열 정부는 원전 생태계 복원 및 확대 기조로 다시 전환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신규 원전은 짓지 않겠다"는 '감원전' 정책을 공약했으나 사실상 원전을 지원하는 실용주의 정책으로 돌아섰다.

녹색성장을 내건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정 아젠다였던 '4대강 정비 사업'도 비슷한 운명을 겪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대표적인 '적폐'로 규정하고 보 상시 개방과 금강 및 영산강 일부 보 해체를 핵심으로 하는 '4대강 자연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4대강 재자연화'라는 이름으로 보 해체 및 개방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용수 공급을 위해 국가 수자원 관리 정책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 당시 이념과 진영에 따라 찬반이 갈린 '주 52시간 근무제' 역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단골 주제다. 첨단산업 분야 주 52시간 적용 예외는 노동계의 뿌리깊은 반대와 진보 진영의 거부감 탓에 반도체 특별법엔 결국 반영되지 못 했다. 이재명 정부는 그러나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제정하는 메가특구 특별법에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 등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시간을 예외로 적용하는 방안을 긍정 검토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아젠다는 정책적 타당성을 꼼꼼히 검증하고 초당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가치는 국익과 국리민복이다. 그런데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정책의 정치화에 대한 자성과 성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가적 아젠다가 진영 논리와 정치 프레임에 갇혀 표류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 활동의 기본인 '정책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도 긴요한 과제다.

실용주의 정권인 이재명 정부가 물꼬를 터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에너지(원전) 정책 등의 사례처럼 성찰에 기반한 '탈이념·탈진영'과 '더 큰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극단적인 양당 구조 속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요한 정책이 냉온탕을 오가고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 했다"며 "이에 대한 설명과 사과가 상대 진영의 공격 지점이 될 수는 있겠으나, 정책 전환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만 국민적 설득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탈원전' 프레임 넘는 '전력 주권'…에너지 안보없이 성장도 없다

② AI시대, '전력·용수' 정책은 '국가 아젠다' 반도체·AIDC로 신규 원전 필요성 재소환

 강력한 한파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2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실시간으로 전력 수급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1.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강력한 한파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2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실시간으로 전력 수급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1.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전력 등 에너지와 수자원 정책은 정권에 따라 숱한 변천사를 겪었다. 정권교체기마다 주요 정쟁 소재이자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던 원전 문제가 대표적이다. 인공지능(AI) 생산 혁명으로 에너지는 안보가 되고 물은 나라 경제의 생명줄이 됐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전력과 용수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다. 이념과 진영 논리를 넘어 백년대계를 염두에 두고 주요 국가 아젠다로 전력과 용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추진 중인 '3대 메가프로젝트(서남권 반도체, 용인 반도체, AI 데이터센터)'의 성공 여부는 안정적인 전력과 용수의 공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6.3GW(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 용인 클러스터(15GW)와 전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8GW)를 합하면 확정 전력 수요만 30GW에 육박한다.

24시간 미세공정을 유지해야 하는 반도체 공장에선 1초 미만의 미세한 전압 강하로도 수천억 원 상당의 웨이퍼를 폐기해야 한다. 기상 조건에 따라 출력이 널뛰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대규모 기저전원을 무중단으로 공급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서남권 반도체 단지 전력 공급의 핵심 축이 돼야 할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은 당장 심각한 가동 중단 위기에 처해 있다. 한빛 1호기가 수명 만료로 멈춰선 데 이어 오는 9월에는 한빛 2호기마저 설계수명이 다해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용인·호남 반도체 산단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한편,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을 활용해 기저전원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부의 속도감 있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다. 안정적 전력 확보를 위해선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 심사와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 설치가 긴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원전은 지금까지 정쟁의 도구나 정치적 이슈로 활용됐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고조되면서 민주당은 원전을 에너지원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탈원전'을 주요 국정 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AI데이터센터 설립 등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력 충당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신규 원전의 중요성이 재소환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실용주의 국정 철학으로 신규 원전 필요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강릉 지역에 극심한 가뭄 계속되는 가운데 16일 오전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 바닥이 갈라져 있다. 2025.09.16. /사진=뉴시스
강릉 지역에 극심한 가뭄 계속되는 가운데 16일 오전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 바닥이 갈라져 있다. 2025.09.16. /사진=뉴시스

화석연료 퇴출과 신규 원전 건설 사이 공백을 메울 '브릿지(가교) 전원'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도 빠른 속도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수명이 다한 노후 석탄발전소를 대체할 LNG 복합화력발전소는 건설 공기가 2~3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와 지역 인허가, 계통 연계 등 행정 절차를 포함하면 실제 완공과 상업운전까지는 최소 4~6년이 소요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신설 공백을 메우고 폭증하는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현실적 수단이 LNG 발전이다. 최근 용인을 포함한 대규모 산단 인근 LNG 발전소는 안정적 전원 공급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라 LNG 발전 설비를 2038년 69.2GW까지 늘릴 계획이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에 발맞추려면 더 탄력적인 수정·조율이 필요하다.

공업용수 확보도 마찬가지다. 김 장관은 과거 국회의원 시절 4대강 사업을 "안 했어야 할 사업"이라 규정하고 '자연성 회복'을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공식화되자 이에 필요한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보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기후부는 올 연말까지 16개 보에 대한 처리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에너지와 용수는 국가적 아젠다로 정치적 도그마의 소재가 될 수 없다"며 "첨단산업 대도약을 위해 케케묵은 탈원전과 4대강 반대라는 프레임을 깨고 실용적 관점에서 전력 및 용수 주권을 확립해야 한다. 전력과 용수 없이는 성장도 없다"고 강조했다.

반년만에 되살아난 '주52시간' 예외 논의...첨단기업 '생존의 조건'

③ 노동계·지지층 반발에 '반도체 특별법'서 배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메가특구 규제특례 추진 "탈원전·4대강처럼 정권 입맛따라 부침 안돼" 첨단산업 근로시간 국가 아젠다 사회적 합의로

(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광주'를 직접 언급하면서 광주연구개발특구 첨단3지구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이날 개발에 한창인 광주 첨단 3지구 일대 모습. 2026.6.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광주'를 직접 언급하면서 광주연구개발특구 첨단3지구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이날 개발에 한창인 광주 첨단 3지구 일대 모습. 2026.6.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4년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한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해 'R&D(연구개발) 직무에 한해 주 52시간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조항에 강하게 반대했다.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인력만이라도 근무시간 제한을 풀어달라는 경영계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은 "특별법마다 특별 조항을 넣어 근무 형태를 허물면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들었다.

노동계도 근로시간 예외는 근로기준법의 근간을 훼손하고 장시간 노동을 합법화할 수 있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반도체 특별법은 지난 1월 국회를 가까스로 통과했으나 산업계의 숙원인 '주 52시간 적용 예외 조항'은 결국 빠진 채였다. 당시 민주당 내부에선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근로시간 유연화를 일정 부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지 기반인 노동계와 강성 지지층의 거센 저항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나라 경제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주요 경제 정책이 정치 논리에 막힌 대표적인 사례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다시 시험대에 섰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또 다시 화두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지정하는 메가특구에 일정 요건을 갖춘 전문직 근로자 등을 주 52시간 법정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도입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 노사 협의를 전제로 근로시간 및 휴일근로, 연장·야간근로 규제 등의 적용을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재계가 주 52시간 제도가 시행된 이후 꾸준히 개선을 요구해 온 규제들이다.

반도체 특별법에서 주 52시간 예외 적용이 좌초된 지 불과 반 년만의 변화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육성 지원을 위해 지난 10일 출범한 민주당 '3대 메가 프로젝트 지원 특별위원회'도 주52시간 근무제 논의를 공식화했다. 근로시간 규제 완화 등을 담은 메가특구 특별법 제정을 연내 처리하는 게 목표다.

정부여당이 반 년도 채 안 돼 핸들을 정반대로 꺾은 셈인데 근로시간 유연화 문제가 더 이상 정치적 이슈가 아닌 국가 아젠다라는 방증이다.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는 첨단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의 큰 걸림돌이다. 여권 내에선 주 52시간 예외 적용과 관련해 찬반 논리가 첨예하게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선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논의가 또 다시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2018년 시행된 주 52시간 제도의 부작용은 여러 경로에서 확인되고 있다. 당장 반도체 업계에선 '근무시간 제한 탓에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시간 경쟁' 산업이다. 고객사가 요구하는 성능과 납기를 맞추기 위해 설계와 공정 개발, 시제품 생산, 성능 검증을 짧은 기간 안에 반복해야 한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연구진과 엔지니어들이 즉각 대응해야 하고, 경쟁사보다 먼저 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수익성과 시장점유율을 좌우한다.

경영계가 호남을 넘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반도체 산업 전반에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배경이다. 재계 관계자는 "호남에만 주 52시간 제도에 예외를 두게 될 경우 이 역시 결국 정치 논리"라며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도 규제를 푼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권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더 안정적으로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주 52시간 예외 적용 문제가 '원전'과 '4대강'처럼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지 않으려면 국가적 아젠다로 삼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FTA는 이념 아닌 먹고사는 문제"…故노무현의 혜안과 결단

④ 열린우리당·진보진영 거센 반대에도 '실용적 국익' 선택 후임 보수 정부서 한미 FTA 추가 협상 및 비준 절차 진행 이념·정치 배제, 국익 위한 국가 아젠다 합의 모범 사례

노무현 대통령 기자회견 /사진=박성기
노무현 대통령 기자회견 /사진=박성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더 이상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먹고 사는 문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1월23일 신년 연설에서 한 말이다. 여당 내부와 진보 진영의 거센 반발에도 한미 FTA가 국가 경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을 굽히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결단은 이념과 진영, 정치의 개입을 차단하고 국익을 최우선한 정책적 모범 사례로 꼽힌다.

◇노무현, 지지층의 반발에도 "철저히 손익 따져 우리 이익 관철"

노무현 정부가 당시 미국과 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한 건 2006년 2월이었다. 초기부터 정치적 논란이 적지 않았다. 농업과 서비스업 개방에 따른 피해,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협상 과정의 정보 공개 문제 등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반발이 커졌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내부와 진보 진영에서도 협상 중단 요구가 이어졌다. 반대론에 진영 논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장 개방에 따른 농축산업과 중소기업의 피해, 국내 제도의 자율성 축소, 개방의 이익이 일부 수출산업과 대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나 의지를 꺾지 않았다. 판단의 기준은 이념적 명분이 아니라 경제적 실익이라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협상이 타결된 2007년 4월2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정부는 오로지 경제적 실익을 중심에 놓고 협상을 진행했다"며 "철저히 손익 계산을 따져 우리의 이익을 관철했다"고 밝혔다.

◇진보정부가 물꼬 보수정부가 마무리…"국익 위한 결단"

뒤를 이은 보수 정부도 한미 FTA 추가 협상과 비준 절차를 이어갔다. 진보 정부의 타결·서명과 보수 정부의 비준·발효가 맞물리면서 한미 FTA는 급물살을 탔다. 특정 정권의 정치적 성과를 넘어서는 국가적 아젠다로 완성된 것이다. 한미 FTA는 세계 최대 시장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 기업이 미국 중심의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에 진입할 토대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이 한국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높아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첫 해인 2012년 한국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10.7%였으나 지난해 17.3%로 높아졌다. 중국(18.4%)에 이어 두 번째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 논리보다 국익을 우선한 노 전 대통령의 혜안과 결단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인 지난 5월23일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게재한 당 공식 논평에서 "정파를 초월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었던 고인의 '통합과 상생'의 정신은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된 작금의 우리 사회에 무거운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조규희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조규희 기자입니다.

민동훈 기자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는 가에 달려 있다. 머니투데이 정치부 더300에서 야당 반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