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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는 어렵다. 직장 동료나 자영업자·고객, 외부 거래처 등 돈이 걸린 인간관계는 더 난해하다. 나우엔서베이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직장 내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것' 1위로 인간관계(27.8%)가 꼽혔다. '처세 비결'을 담은 수많은 책이 매번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도 인간관계에 대한 압박감을 방증한다. SK그룹의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지내며 경영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장진원 박사는 저서 '황금벼는 일부러 고개 숙이지 않는다'를 통해 독특한 처세술을 제시한다. 그가 바라보는 처세의 핵심은 겸손이다. 겸손한 사람은 호구 취급받는다는 생각이 늘었지만 여전히 겸손이 갖는 힘은 강력하다. 인간관계는 물론 조직의 성과와 개인의 심리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주장은 이색적이다. 저자는 겸손을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타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계적 겸손'과 지식의 세계에 대한 '지적 겸손', 절대적 존재를 대상으로 하는 '초월적 겸손'이다. 막연히 자신
조직에 속한 사람에게 예산과 결산이 갖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회계연도가 마무리될 때마다 조직의 성과를 평가해 다음 연도의 '지갑'을 채워주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예결산에 능숙한 회계 담당자는 어디서나 환영받는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많은 경제 제재를 얻어맞은 러시아는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라는 걸출한 예결산 전문가가 없었다면 초기에 자멸했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올 정도다. 입법부 관료 출신의 유상조 박사가 쓴 '예결산 분석의 수'는 이같은 현실을 정확하게 짚어낸 책이다. 국회에서 잔뼈가 굵은 저자의 경험을 살려 예산을 세워 집행하고 결산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수많은 사실들에 대해 상세하게 다뤘다. 발음이 같지만 저마다 뜻은 다른 10개의 '수'라는 한자를 통해 예결산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고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소재가 포함돼 있다. 각 장에서 맨 먼저 나와 있는 옛 일화는 흥미롭다. 조선의 병조판서 율곡 이이가 임진왜란을 앞두고 예산을 세울 때 1
젠슨 황은 단순한 반도체 기업의 CEO(최고경영자) 그 이상이다. 부모 없는 대만계 이민자라는 '아웃사이더'로 시작해 전세계 시가총액 1위(2024년 기준 4993조원) 엔비디아를 이끌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생성형 AI(인공지능) 열풍이 불면서TSMC나 삼성 같은 세계적인 기업은 물론 모든 IT업계가 그의 입을 주목한다. 젠슨 황은 언론인 출신 전기작가 스티븐 위트와 집필한 저서 '생각하는 기계'에서 확고한 신념을 앞세워 '반도체 거물'이 됐다고 강조한다. 그는 AI가 등장하자 기계지능이 갖는 긍정적 효과를 전폭적으로 신뢰했고 가능한 한 빨리 시장 선점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근면과 용기, 기초의 숙련이라는 단순한 원칙을 세우고 끊임없이 이를 되풀이한 결과 정상에 올랐다. 그는 CEO로 재임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하루 14시간을 일한다. 엔비디아의 그래픽 가속기가 PC 표준이 되면서 억만장자가 된 1999년에도, 2013년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CEO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스타다. 책보다는 작가 이름이 먼저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말 하나하나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다. '작별하지 않는다'와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등 작품에서도 문체와 소재, 구성보다는 '한강 작품'이라는 데에 이목이 쏠린다. 한 작가의 신작 '빛과 실'도 비슷하다. 출간 즉시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부문을 휩쓸었지만 후기는 내용보다는 한강 작가에 집중돼 있는 느낌이다. 150쪽 분량의 책에 한 작가의 인생과 생명, 세계에 대한 고찰이 꾹꾹 눌러담겨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쉽다. 산문과 시라는 분량 짧은 내용이지만 정원을 돌보면서 느낀 마음과 작품에 관한 생각은 장편소설과 견줘도 부족함 없다. 누구나 갖고 있는 창작욕을 건드리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다. 한 작가는 소설이 완성되었지만 끝없이 창작을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갖은 압박과 슬픔, 부담에서 해방됐지만 다시 연결되기 위해 소설을 쓰겠다는 대목은
AI(인공지능)의 발전으로 2030년 반도체 시장 규모는 1조달러(약 한화 1444조원)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도체 패권이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될 정도로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나 한국의 전망은 밝지 않다. 삼성·SK하이닉스 등 세계적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부상으로 점유율이 급감할 것이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칩 퓨처'의 저자 임준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한다. 2030년이 되면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웨이퍼 시장에서 대만의 점유율이 47%, 중국이 5%이며 미국이 0%에서 28%로 치솟지만, 우리는 32%에서 9%로 급감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수십년간 쌓아온 기술력을 갖고서도 AI 반도체에서 뒤처진다면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특히 AI는 차세대 반도체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주제다. AI의 능력이 '훈련'에서 '추론'으로
군마(군용 말)는 기원전 4000년부터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전쟁과 함께한 동물이다. 증기기관의 등장 이후 비용과 효율성 문제로 도태됐지만, 불과 몇십년 전까지도 활발하게 전장을 누볐다. 우리 역사의 끔찍한 비극인 한국전쟁 때에도 수많은 군마들이 동원됐다. 군마들은 물자를 수송하고 병사들의 감정 회복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북한과 중공군의 침략을 막아냈다. 미국의 작가 로빈 허턴은 '레클리스'라는 군마에 주목했다. 제주마와 서러브레드의 혼혈마인 레클리스는 이름에 담긴 뜻처럼 '무모한 말' 이었다. 미국 해병대 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로 꼽히는 네바다 전초(지금의 연천군) 전투에서 포탄 1만 4000여발을 뜷고 하루 56km를 오가며 5톤의 탄약을 운반했다. 미 해병대는 레클리스의 활약 덕택에 중공군의 거센 공세를 막아내고 고지를 탈환했다. 저자는 '한국전쟁 감동 실화- 레클리스'를 통해 레클리스의 인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한국인 조련사 김혁문(가명)이 애
"눈에 이상이 오는 걸까. 눈을 뜬다. 눈송이가 바람에 실려 떠나간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이다. 열여섯 살 배유리에게는 더 그랬다. 오른쪽 눈은 각막이식을 받았지만 왼쪽 눈에는 여전히 빛이 없다. 하지만 식물인간 상태에 머물러 있는 동생을 생각하면 함부로 힘들다고 토로할 수도 없다. 가족에 대한 원망, 또래와 다르다는 고독함, 강요된 감사함이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배유리의 평온은 어떻게 해야 이뤄질 수 있을까. 소설 '스파클'을 쓴 최현진 작가는 배유리가 시린 계절을 맞이한 청소년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청소년은 어린이 티를 벗고 책임을 둘러메고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다. 어른만큼의 권리를 갖추지 못했지만 아이만큼의 배려를 받지도 못한다. 자신을 구하지 않았던 할머니를 원망하고, 부모의 희망으로 들어간 의대 준비반에서 목표 없이 부유하는 배유리는 우리 시대 청소년의 표상이다. 배유리가 자신에게 각막을 준 기증자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장면은 청소년들이
어느새 지방소멸 위협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젊은층은 서울·수도권으로 떠나고 남아 있는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불과 20~30년 후면 사라질 것이란 지역이 넘쳐난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선 전국 228개 시·군·구 중 53.1%(121곳)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지도가 확 바뀔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역인재정책-지방소멸에 지역인재로 답하다'의 저자인 경성대 김종한·박성익 교수는 끝모르고 가속화하는 지방소멸에 제동을 걸 때라고 강조한다. 수백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과 가장 빠른 고령화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이 추세라면 지역뿐만 아니라 국가의 발전도 담보할 수 없다는 소름돋는 예측을 내놓는다. 책은 줄곧 명확한 사실과 깔끔한 근거로 우리의 현실을 진단한다. 지역인재 이식부터 유치, 육성, 양성, 집적 등 5개 분야로 나뉘어 있어 항목별로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 일본
'젊게 산다'는 칭찬이지만 젊은 세대를 뜻하는 'MZ스럽다'는 칭찬이 아니다. 되레 비난에 가깝다.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누리려는 일부 직장인들을 질책할 때도 "저 친구는 MZ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직장에서 MZ세대는 주홍글씨다.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의 설문조사에서는 갈등 요인 1위로 'MZ세대와의 갈등'이 꼽혔다. 성희롱·성차별보다 많다. '미세공격 주의보'의 저자 남대희 전 삼성화재 부사장은 직장 내 '미세공격'이 이들의 의욕을 꺾고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가 규정하는 미세공격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상대를 미묘하게 깎아내리는 행동과 말이다. 직장 내 권력을 쥔 기성세대가 젊은층, 여성, 약자에게 가하기 쉽다. 미세공격의 피해자는 의욕을 잃고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린다. 이같은 이해 없이 무조건적으로 MZ세대의 요구를 못 본 척, 못 들은 척 하며 대충 넘어가려 한다면 이들의 절망은 당연한 수순이다. 저자에 따르면 MZ세대라도 일을 잘 하고 싶어하지 않
"2025년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될 것."(포브스) 한국경제의 펀더멘탈(기초)은 튼튼하다. 우리의 자찬에 이의를 제기하는 나라는 많지 않았다. '한강의 기적' '아시아의 4마리 용' 등 거창한 수식어는 우리의 자긍심이었다. 하지만 불과 10년도 안 돼 상황은 180도 역전됐다. 소비와 경제성장률은 기대치를 밑돌고 있으며 자동차와 반도체, 전자 등 기간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채기 한 번에 나라 전체가 긴장하게 됐다. '혁신경제 4.0'을 쓴 8명의 경제 전문가들은 오래되고 구태의연한 것들이 우리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한다. 나쁜 정치와 제도가 내수와 수출을 잡아먹었고 양극화는 단결을 가로막고 있다. 정부주도의 경제발전 전략처럼 70~80년대 번영을 이끈 '익숙한 성공신화'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또 한 번의 혁신이 필요해진 시기다. 혁신경제 4.0은 뜬구름 잡는 혁신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수많은 미디어와 단체가 앵무새처럼 반
세계 최대 종교인 가톨릭의 수장 교황은 신비롭다. 2000년에 달하는 긴 역사와 비밀스러운 바티칸 교황청, 신의 뜻이 담긴 교리는 누구에게나 성스러운 느낌을 준다. 14억 인구를 상징하는 교황이지만 아직 가지 못한 곳이 있다. 서울에서 100km 남짓만 가면 있는 북한이다. 1948년 북한이 생긴 이후 266대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어떤 교황도 북한의 국경을 넘지 못했다. 이백만 전 주교황청 한국 대사는 저서 '나는 갈 것이다, 소노 디스포니빌레'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추진에서부터 결렬 과정에 담긴 뒷이야기를 공개한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교황을 마주했던 이 대사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다. 교황청이 인정한 가톨릭 사제가 없는 유일한 곳인 북한을 찾으려 한 이유와 왜 실패로 끝났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비화가 담겼다. 저자가 책을 풀어내는 방식은 독특하다. 활자뿐이지만 생생한 설명과 묘사로 점철돼 있어 눈앞에서 장면이 펼쳐지는 것 같다. 작가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인 소
노래는 힘이 세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고 입에 맴도는 대중 가요라면 더욱 그렇다. 미국의 시인 헨리 롱펠로우가 '음악은 인류의 언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흥의 민족'이 사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가요의 힘이 강했다. 일상생활이나 특별한 날은 물론 시위 현장과 법정에까지 가요가 등장해 대중의 혀를 대변했다. 역사 칼럼니스트인 권경률 작가는 저서 '가요로 읽는 한국사-시대의 노래, 역사가 되다'에서 "가요에는 우리나라의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매혹적인 수로부인을 낚아챘던 용을 굴복시킨 신라 사람들이나 한국전쟁에 터전을 잃은 피난민,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집회에서도 어김없이 가요가 흘렀다. 시대의 정서와 희망, 고통을 생생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가요를 통해 역사를 다시 조망한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에는 70년대 중반 재일동포의 모국 방문 열풍을 투영하고 있고,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에는 유신정권의 탄압에 맞서 싸운 음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