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면 진짜 통쾌할까?"…복수와 행복 사이에 선 '경주기행' [영화있슈]

"죽이면 진짜 통쾌할까?"…복수와 행복 사이에 선 '경주기행' [영화있슈]

차유채 기자
2026.08.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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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영화만큼 흥미로운 영화계 이야기. 화제의 작품부터 논란, 리뷰, 비하인드까지 [영화있슈]가 전해드립니다.
영화 '경주기행'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경주기행'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건의 잔혹성에 비해 형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사건을 접할 때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한다. '내가 피해자의 가족이라면 어떨까.' 분노를 넘어 직접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지 않을까.

영화 '경주기행'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범죄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분노와 슬픔,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이 다시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따라간다.

제목만 보면 강렬한 복수극을 예상하기 쉽지만, 영화의 결은 의외로 차분하다. 총격과 화려한 액션으로 범죄자를 처단하는 통쾌한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 복수를 결심하기까지의 감정과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 겪는 혼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죽여버린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영화는 이 간극을 들여다본다. 분노한다고 해서 누구나 복수를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고 해서 그 슬픔과 분노를 받아들이는 방식까지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영화 '경주기행'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경주기행'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래서 '경주기행'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복수의 대상보다 남겨진 가족들이다. 서로를 걱정하고 사랑하면서도 때로는 그 마음 때문에 부딪히는 가족의 모습은 과장된 영화적 관계라기보다 실제 가족의 모습에 가깝다.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장한 분위기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 등장하는가 하면, 어느 순간에는 가족을 향한 애틋함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복수극과 가족극이라는 서로 다른 결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이야기의 온도를 조절한다.

특히 모녀와 자매 사이의 관계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연출이 돋보인다. 실제 네 자매 중 막내딸인 김미조 감독은 "엄마와 딸들 간의 감정은 제가 잘 그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말처럼 영화 속 가족은 지나치게 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이 같은 현실감을 더한다.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슬픔을 품은 가족을 연기하고, 변요한은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모습으로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영화 '경주기행'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경주기행'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무엇보다 '경주기행'이 흥미로운 지점은 복수를 무조건 통쾌한 것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관객에게 '가해자를 처단했다'는 쾌감만을 안기는 대신 복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감정과 그 선택이 남기는 무게를 생각하게 한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은 복수 그 자체라기보다 '남겨진 사람들의 삶'에 가깝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뒤 분노하고, 흔들리고, 서로에게 기대면서 다시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경주기행'은 잔혹한 범죄에서 시작하지만 따뜻한 곳을 향한다. 통쾌한 복수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다면 의외일 수 있지만, 복수라는 감정의 이면에 있는 가족의 사랑과 슬픔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만족감을 느낄 작품이다. 여름 극장가 성수기의 정점을 장식할 작품을 찾는다면, 복수와 가족애를 색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경주기행'을 추천한다.

영화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가족 복수극을 그렸다. 오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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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채 기자

머니투데이 스토리팀 차유채 기자입니다. 영화를 비롯한 연예 및 스포츠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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