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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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9월21일 국립극장, 50명의 북한예술단이 전후 처음으로 남한 무대에 올랐다. 그때 북한예술단을 이끌고 온 단장은 극작가이자 시인 백인준이었다. 그리고 그 국립극장은 남한의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유치진이 건의해 1950년에 설립한 기관이다. 유치진은 이미 세상을 떠났기에 그들은 그 자리에서 만날 수 없었지만 그 둘의 공통점은 남·북한의 공연예술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윤동주와 같은 대학을 다녔다는 인연이다. 유치진은 1927년 도쿄 릿쿄(立敎)대학 영문과에 입학했다. 그는 '숀 오케이시 연구'를 졸업논문으로 내고 당시 유학 중이던 김동원, 이해랑, 이진순, 주영섭, 황순원 등과 함께 '동경학생예술좌'를 출범해 쓰키지(築地)소극장에 자신의 작품 '소'를 올렸다. 한편 백인준은 1938년 연세대를 거쳐 1941년 릿쿄대에 입학했다. 그는 재학 중 강제징집돼 전쟁터로 끌려갔고 다행히 살아남아 광복 이후 북한으로 귀향한다. 백인준의 릿쿄대 시절은
진료실에서 의사들은 진료행위만 하지는 않는다.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진료 외에도 진단서 발급, 소견서 작성부터 처음 보는 잡다한 서류들을 작성해야 한다. 최근 급격히 증가한 업무는 보험회사에 제출할 진단서를 발급하는 일이다. 특히 의정갈등으로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밀려드는 환자를 진료하면서 진료시간에 10건 가까운 진단서를 작성할 때는 내가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떤 경우에는 진단서에 들어가야 할 문구를 가지고 환자와 다툴 때도 있다. 환자들은 보험사에서 어떤 문구가 들어가야 보험료를 준다고 하니 그런 내용을 넣어달라고 하고 의사 입장에선 진단서는 말 그대로 환자의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명과 치료내용만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갈등이다. 이런 문제들은 실손의료보험이 생기면서 나타났다. 1989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이 확대된 이후 누구나 병원에서 원하는 진료를 매우 평등하게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실손보험이 도입되고 확대발전하면서 실
최근 국내 플랫폼산업의 대표 기업 네이버와 디지털 자산시장의 혁신을 이끈 두나무의 빅딜 추진 소식이 학계와 산업계 모두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시장에서는 이 합병이 네이버의 강력한 AI 기술력과 간편결제 인프라를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플랫폼에 결합해 높은 규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평가한다. 과연 이 대규모 기업결합 시도는 단순한 기업규모 확장이나 단기적인 금융기술 결합을 넘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가치를 생성할 것인가. 지금의 네이버를 있게 한 뿌리 중 하나는 25년 전 '네이버-한게임'의 결합이었다. 당시 한게임은 대중에게 온라인 고스톱 등 웹보드게임으로 인식되며 때로는 사행성 논란과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 온라인 고스톱이 당대의 규제와 기술적 한계 속에서 가장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현금창출 능력을 입증한 혁신적 비즈니스모델이었다는 것이다. 한게임이 제공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통해 네이버는 단기적 수익
지난달 26일 오후 리튬이온배터리 이설작업 중 발생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정보관리원) 본원 화재로 국가행정 및 민원시스템이 셧다운되면서 모바일신분증, 우편·금융 등 서비스가 멈춰 국민들의 불편이 잇따랐다. 709개 시스템이 셧다운됐고 이 중 96개는 화재로 전소됐다. 2주일이 지난 14일 정오 기준 287개가 정상화됐지만 복구율은 40.5%에 그친다. IT 강국, 전자정부 세계 1위를 자랑하던 한국으로서는 정말 황망한 사건이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정전전원장치의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발화다. 발화 사유는 아직 조사 중이나 작업 당시 주전원은 차단했지만 부속전원을 내리지 않았다는 진술이 나온 것으로 봐선 작업자의 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호언장담한 3시간 복구를 달성할 수 있는 재해복구 시스템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정부도 정보관리원 분원에 "스토리지나 데이터백업 전용형태로만 마련된 경우가 많아 모든 시스템을 즉시 전환하기는 어렵다"고 스스로 인정
2025년 추석연휴 기간의 최대 화젯거리는 조용필 콘서트 방송이었다. 추석연휴에 방송된 내용은 지난 9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공연을 녹화한 것으로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라는 제목이었는데 시청률이 전국 기준 15.7%(닐슨코리아)였다. 순간 시청률은 18.2%까지 치솟았으니 3~4%만 나와도 성공이라는 요즘 음악방송 프로그램이 이런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조용필이 부단히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덕분이다. 그는 시대 감수성에 맞게 자신의 음악을 창작하고 대중과 팬들의 음악적 수용성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전히 현역 가왕으로서 신곡 작업을 해왔는데 2013년 19집 수록곡 '헬로'와 '바운스'에 이어 11년 만에 7곡을 수록한 정규 20집 '20'을 발표하고 이번 무대와 방송에서 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래도 돼' 무대장면은 최고 시청률이 18.2%까지 치솟았다. 다른 흘러간 노래가 아니라 신곡이 이런 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매우
최근 학교 관련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먼저 얼마 전 지인의 자녀가 같은 반 친구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해 고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친구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중 몇몇 가해자가 아이에게 문자와 SNS로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가하며 답장을 요구했다. 지인인 학부모는 학교 혹은 교육청에 신고한 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절차대로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지 내게 질의했다. 나는 이 사건을 법률에 따라 처리하기보다 담임선생님을 통해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받고 재발방지를 계획하는 비제도적 방법을 권했다. 학교폭력 신고 이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개최되고 변호사가 개입된 이후에는 사건이 어떻게 발전할지 피해자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 사이 괴롭힘의 경우 중대범죄가 함께하는 매우 심각한 극단적 사례를 제외하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발생하는데 경우에 따라 가해자가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피해자를 신고하는 사례도 많다. 그
프랑스에는 '가장아름다운마을협회'(Les Plus Beaux Villages de France)라는 독특한 이름의 민간단체가 있다. 1982년에 설립된 협회로 전국의 작은 마을 가운데 역사와 문화, 경관 등을 심사해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브랜드를 부여한다. 현재 170여곳이 지정됐고 지정된 마을은 역사유산과 자연을 보존하면서 관광의 매력을 더해 지역경제를 되살린다. 이 협회의 사업은 단순한 관광 마케팅이 아니라 주민이 주체가 돼 마을공동체를 살리는 제도를 직접 운용하는 것이다. 인구 2000명 이하 마을, 역사적 건축이나 유산보유, 주민참여와 지방의회의 동의가 필수요건이다. 지정 후에는 품질헌장을 준수해야 하고 재심사에서 기준에 미달하면 지정이 철회된다. 운영재원은 회원마을의 회비, 지방정부 보조금, 브랜드 사용료와 출판수익 등이며 중앙정부의 정기적 예산지원은 아예 없다. 그런데도 주민과 지자체가 함께 마을의 가치를 지키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 실제 사례를 보
유커가 돌아온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시작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멈춰버린 관광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조치다.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나라가 중국이다. 지난해에는 46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는 370만명을 기록 중이다. 유커의 귀환은 골목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거리의 공기는 사뭇 다르다.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혐중시위는 우려스럽다. 명동을 거점으로 삼던 시위대는 이제 대림동으로 몰려갔다. 이들은 "중국인은 나가라"는 과격한 구호를 외친다.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반감은 오랜 역사를 거치며 만들어졌다. 조선 후기 병자호란과 정묘호란은 큰 상처를 남겼다. 위안스카이를 필두로 임오군란을 진압하기 위해 들어온 청군과 화교에 대한 반감도 작지 않았다. 1931년 벌어진 '만보산 사건'의 여파로 인천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화교를 폭행하고 목숨을 앗아가는 사건이 벌어졌다. 1992년 수교 이후 두 나라 관계가 좋을 때는 이
'이때부터 (경기도) 서쪽의 길로 사람과 물자가 통행할 수 있게 돼 (남쪽의) 여러 의병이 차례로 경기지역에 진출해 주둔하면서 명나라의 군대를 기다렸다.' 선조수정실록에 1259년 12월1일 기록된 독성산성 전투의 승리에 대한 평가다. 평양에서 후퇴한 6만명의 왜군이 서울에 주둔했고 명나라군이 남하하며 서울의 왜군을 압박했다. 남쪽의 조선군이 북상해 협공할 수 있는 형세를 갖춘다면 왜군에는 최악이었기에 왜군은 2만명의 군사를 동원해 서울 남쪽 수원·용인 등의 길을 막고 있었다. 독성산성 전투의 승리로 조선군이 북상할 수 있는 길을 뚫어 전황을 유리하게 만들었으니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너무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전투장소로 독성산성을 택한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이었는지 잘 헤아리지 않는다. 국가유산청의 '오산 독산성과 세마대지' 설명문에 이런 문구가 있다. '세마대의 전설이 있는데 권율 장군이 산 위로 흰 말을 끌어다가 흰 쌀로 말을 씻기는 시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우리가 이렇게 숨차도록 달렸는데도 왜 제자리에 있는 거죠?"라고 앨리스가 묻자 붉은 여왕은 단호히 답한다. "있는 힘껏 달렸기 때문에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거야. 다른 곳으로 가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라야 하지." 오늘날 글로벌 AI(인공지능) 기술 경쟁도 이와 흡사하다. 멈추지 않고 달려야만 겨우 제자리를 지킬 수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AI 경쟁의 성패는 파운데이션 모델과 각 산업 분야별 문제를 해결할 응용 AI의 결합으로 좌우된다. 초거대 모델은 범용적 사고와 학습 능력을 제공하지만, 실제 가치를 창출하려면 특정 산업이나 사회 영역에 최적화된 버티컬 AI가 중요하다. 'AI를 도메인에 적용하는 것(AI+X)'과 '도메인과 AI를 융합해 혁신을 주도하는 것(X+AI)' 모두 필요하다. 산업 전반의 생산성 혁신을 촉발할 AX의 핵심 기술이 바로 'AI 에이전트'이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 질문에 답하거나 규칙에 따른 작동을
최근 전통언론뿐 아니라 유튜브 콘텐츠와 유사언론이 불러오는 명예훼손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키운다. 누구나 기자가 되고 어떤 채널도 '단독 보도'를 외칠 수 있는 시대다. 스마트폰 하나면 방송국이 된다. 유튜브 기반의 '저널리즘'은 기존 언론이 다루지 않는 이슈를 파헤치고 새로운 담론을 형성한다. 그러나 조회수와 광고수익이 곧 권력이 되는 구조 속에서 사실확인보다 과장·추측·선정성이 우선되기 쉽다. 언론중재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언론조정중재 사례집에 따르면 매체유형별로는 인터넷신문을 상대로 한 조정사건이 2537건(64.4%)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콘텐츠에 대해 피해구제를 신청한 경우도 266건으로 증가폭이 컸다. 언론중재뿐 아니라 형사와 민사상 분쟁도 늘었다. 형법 제307조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제309조는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책임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는 비방할 목적의 정보통신망 이용사실(또는 허위사실) 적시에
지난 9월10일 한국 자본시장은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코스피지수가 2021년 7월 이후 4년2개월 만에 기존 종가 최고치인 3305.21을 넘어 3314.53으로 마감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 덕분인지 최근에는 친구들과 모임에서도 주식투자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투자자는 약 1500만명이다. 경제활동인구 2900만명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고 전체 유권자인 4439만명의 3분의1에 해당한다. 숫자로 보면 주식투자자의 표심은 정치인들에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내 기억 속의 대통령선거 중 주식시장 부양을 공약으로 내건 최초 사례는 2007년 대선이다.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747 국민성공 시대'와 함께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747은 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 진입이라는 거창한 비전이었다. 그러나 당시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한국 코스피지수는 200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