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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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과학기술계는 ‘해외 부실학회 스캔들’로 큰 홍역을 치뤘다. 국내 수많은 연구자들이 ‘실적 챙기기’ 용도로 부실 해외 학술단체에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져 큰 파문이 일었다. 제대로 된 평가와 심사 없이 연구자 논문을 학술대회에 발표해 주는 대가로 영리를 취한다는 곳들이다. 파문이 일자 지난해 정부는 이들 학회 활동과 관련한 연구비 유용 문제를 파헤치겠다며 진상조사를 벌였다. 당시 부실학회에 다녀온 연구자들이 대거 인사조치됐거나 경고를 받았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결정적인 사유도 ‘부실학회 스캔들’이다. 조 후보자는 2017년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제9회 세계 바이오마커 콩그레스’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해적 학회’로 알려진 인도계 학술단체인 오믹스 관련 행사였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스스로 오믹스 관련 학술단체 참가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정부 진상 조사과정에서도 이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어떻게
우리 속담에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추울 때는 바늘구멍처럼 작은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도 거세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최근 중견·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은 추위를 엄청 타는 듯하다. ‘주52시간’으로 불리는 근로시간 단축 얘기다. 이달 1일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에 대한 근로시간 적용 유예가 종료되면서 가뜩이나 움츠러들었던 경기회복 기대감이 더 낮아졌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중소기업 경영자 3150명을 대상으로 매달 조사하는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를 보면 4월 기준 85.7이다. 3월 10포인트 깜짝 상승한 기세가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지수가 100 이하면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경기회복 심리가 살아나야 투자도 하고 고용도 생기는데 이런 상황이면 반대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현장에서 느끼는 한기(寒氣)는 더 강하다. 지난해 초까지 750명이 근무한 기계제조기업 A사의 경우 올해까지 100명이 보따리를 쌌다. 특근·야근을
정기 주주총회가 한창이던 지난달 26일. 태양광 대표 기업인 한화케미칼과 OCI의 수장이 미리 약속이나 한듯 같은 목소리를 냈다. 태양광 시황 회복에 대비해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증설에 나서더라도 국내는 아니란 것이다.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은 "증설을 하더라도 외국에서 하고, 국내(여수공장)는 전기요금이 비싸서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우현 OCI 부회장도 연 전기료만 3000억원이 드는 국내 공장(군산)은 유지하기 어렵고 말레이시아 공장을 키우겠단 뜻을 비쳤다. 세계 최고 태양광 기술을 가졌는데 왜 공장과 고용은 해외로 갈까. 공통의 이유는 전기료, 원가경쟁력 때문이다. 폴리실리콘은 원가의 40% 이상을 전기료가 차지한다. 독일·영국·미국 등 경쟁국은 폴리실리콘 공장 전기료로 지역 전기 단가의 50~80%만 받는다.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100원 받을 전기료를 50원만 받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숨을 쉬며 "어차피 전기료는 금단의 영역"이라며 "현 정부뿐 아니라 역대 어떤
최근 만난 한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요즘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치매보험 때문에 여간 곤란한 게 아니라고 털어놨다. 연초부터 국내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경증치매까지 보장하는 치매보험을 출시하며 열띤 판매 경쟁을 벌이자 상품을 만들어 달라는 설계사들의 요청이 빗발치고 있어서다. 현재 외국계 보험사 중 치매보험 단독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경증치매까지 보장하는 상품의 위험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치매만 단독으로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거의 없다. 일본에서만 팔고 있는데, 국내처럼 임상치매평가척도(CDR) 1단계에 해당하는 수준의 경증 치매까지는 보장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보험사들은 초기 치매인 CDR 1단계에도 최대 2000만원까지 진단금을 주는 상품을 팔고 있다. CDR 1단계는 전화기나 가전제품 사용이 어렵거나 요리 등 집안일을 할 때 장애를 겪는 정도의 증상인 것처럼 가입자가 연기를 해도 판단하기 어렵다. 도덕적 해이 우려
“추진력 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평가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답변이다. 문재인정부 1기에 입각한 홍종학 장관과 대조적인 면이 업계에서는 큰 기대감으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박 후보자와 홍 장관은 국회의원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있다. 박 후보자는 4선 국회의원으로 기획재정위원으로 활동하며 금산분리법 통과와 재벌개혁에 앞장섰다. 강한 추진력과 리더십은 그의 최대 장점이다. 반면 홍 장관은 19대 비례대표만을 지내 국회의원으로서 경험이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걱정도 크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아들의 이중국적, 남편의 세금 지각납부 등 민감한 사안이 잇따라 나왔다. ‘재벌 저격수’라는 꼬리표도 부담이다. 대기업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는 중소·벤처기업계에서는 박
국세청이 '저승사자들'로 불리는 조사4국 요원을 십 수명도 아니고 100여명이나 YG엔터테인먼트에 투입한 이유가 뭘까. YG가 재벌그룹도 아닌데 조직적인 대기업 탈세 혐의를 확보했을 때만 예외적으로 진행하던 대규모 현장 조사를 벌인 게 무리수라는 생각이 반사적으로 들었다. 조사관 100여명이란 숫자는 상징적이다. 규모에 상응하는 불법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국세청으로서도 적잖은 타격일 것이다. 결과가 미진하다면 엔터 산업 전체에 대한 공권력 과잉 논란이 나올 수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청소년들의 우상인 아이돌그룹과 그 모체 이미지를 근거 없이 흔든 셈이 되어서다. 사정당국 관계자로부터 이와 관련한 세 가지 배경 설명을 얻었다. 첫째는 '역외탈세'다. K팝이 글로벌화하며 공연수익이 일 년에 수천억원에 달했는데 당국이 '한류'를 해할까 다소 느슨히 규제했다는 거다. 버닝썬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에도 장본인 빅뱅 승리(본명 이승현)는 콘서트를 강행했다. 그만큼 돈이 됐다는 얘기다. 두
"교실에 있는 공기청정기도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소음이나 비용 부담 때문에 상당수 가동되지 않는 것도 맞구요." "공기정화장치 설치만 발표할 게 아니라 지속적 관리를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에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개학한 마당에 비용을 아끼려고 주말이 아닌 주중에 공사를 하면 자칫 수업에 방해될까 걱정입니다." 교육부가 애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올 상반기 전국 유·초·특수학교 모든 교실에 공기정화장치를 100%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뒤 나온 일선 교사들의 우려 섞인 반응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한술 더 떠 "중·고교도 추가경정예산(추경) 재원을 확보해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기정화장치 설치 확대를 통해 미세먼지에 대응한다는 정부 방침에 회의적이다. 공기정화장치를 들인다고 교실 공기질이 나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환기하지 않거나 필터 청소·교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폐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독일의 명재상 비스마르크는 "우둔한 자는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현명한 자는 역사로부터 배운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우둔한 축에도 못 속하는 것 같다. '안전불감증'이라는 '클리셰'가 언론에 도배될 때마다 또 다시 다른 참사가 터지지 않을까 마음을 졸인다. 경험으로라도 배워야 하는데 역사는커녕 겪고도 또 유사한 사건을 쉽게 직면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월호의 기억은 너무도 강렬해 모든 국민의 머리 속에 트라우마를 남겼다. 지난 17일 오전 10시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 앞. "고(故) 장XX...故 박XX..." 한 명씩 사회자가 호명하자 유족이 나와 영정사진을 건네 받는다. 노란색 자켓을 걸친 다른 유족들은 앉아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또 다시 눈물을 터트린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3개월 뒤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천막이 세워진 이후 약 4년 8개월, 1707일 동안 꼬박 광화문광장 한 켠을 지켜왔다. 서울시가 새로운 추모공간 조성을 약속하
지난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소위원회를 열고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을 포함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심의를 재개했다. 이날 선순위 법안들에 밀려 본격적인 심의는 다음 회차로 미뤄졌지만 내달 본회의가 열리면 재논의될 전망이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논란이 많은 법안이다. 정부 여당은 소상공인 단체들의 규제요구에 따라 개정을 추진 중이다. 신세계 스타필드나 롯데몰, 아울렛 등 복합쇼핑몰을 그대로 두면 인근 지역 자영업자와 골목상권이 타격을 입을 수 있으니 대형마트처럼 월 2회 일요일에 강제로 쉬게 해야 한다는 논리다. 여권 일각에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넣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여론은 대체로 싸늘하다. 미세먼지 지옥 속에서 그나마 가족들과 편하게 쉴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 이달초 연휴기간 서울 시내와 수도권 복합쇼핑몰은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미세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오는 21일 임기를 마치고 지성규 내정자에게 자리를 물려준다. 조직의 안정과 세대교체를 위해 함 행장이 결단을 내린 것이지만 함 행장이 연임을 포기한 데에는 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들과 면담한 것도 영향을 줬다.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하나금융 이사회를 만나 차기 KEB하나은행장 선출 때 함 행장의 법률 리스크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함 행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은행 경영안정성과 신인도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실상 함 행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함 행장이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 구속이라도 당하면 은행 경영에 중요한 차질이 생긴다. 그런 면에서 금감원의 우려는 일견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금감원의 기우일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함 행장도 같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사건이 다를 뿐만 아니라 각 재판부가
여의도에 봄내음이 가득하다. 동여의도 증권가를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눈에 띄게 가벼워졌고, 길가의 앙상한 나뭇가지도 겨우내 잠자던 눈을 틔우려 한다. 여의도 자본시장의 분위기도 '봄날'이다. 최근 증시 상황과 별개로,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높다. 지난해 발표한 자본시장 혁신과제의 '4대 전략·12대 과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세부 정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고, 업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도 여당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 구성원들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모두 자기 일에 열심이다. 금융투자업계 경영진들은 '열정적'으로 전방위로 뛰며 시장 과제를 이슈화하는데 성공했고, 여당은 당 대표를 비롯한 핵심 인사들이 두 차례나 직접 현장을 찾아 얼굴을 맞대는 파격을 보였다. 금융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들은 '불필요한 규제를 풀겠다'며 연일 '야근'을 하고, 장관은 각종 행사에 참석해 몇 시간씩 자리를 지키며 시장 목
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싱가포르 야경의 비밀은 무엇일까. 싱가포르에서는 같은 디자인으로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배를 하늘에 띄운 듯한 ‘마리나베이샌즈’나 각기 다른 방향으로 블록을 쌓은 듯한 아파트 ‘인터레이스’가 탄생한 배경이다. 개성 강한 이 건물들은 명소가 돼 전세계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이 같은 규제가 가능했던 것은 토지 대부분이 정부 소유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도시개발은 50~70년간 장기대여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 규제에도 민간의 불만이 적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도 이른바 ‘성냥갑’ 아파트로 가득 찬 도시경관을 바꾸고 싶었던 것일까. 지난 12일 발표한 ‘도시·건축 혁신안’은 재건축·재개발 정비계획 수립전부터 서울시가 관여해 개성있는 도시경관을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 도심을 멋지게 바꾸려는 의도는 물론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당장 걱정되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것은 재산권 침해 우려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가뜩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