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로 금융시장이 어수선하다.
이번 사태가 언론 등을 통해 워낙 많이 알려졌기에, 일반인들도 이제 'DLS'의 정체를 바로 보게 됐다. 최소한 원금을 지켜주는 예금이나 만기채권 같은 성격이 아님은 확실히 알게 됐다.
이번 DLS 사태는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이미 십여 년전부터 '채권투자'의 탈을 쓴 파생결합상품이 증권사·은행 PB(프라이빗뱅킹)센터 등을 통해 팔려나갔다.
15년 전인 2004년 4월, 당시 국내 최대 증권사는 PB센터를 통해 '영국황실은행 채권'이란 이름의 금융상품을 팔았다. 이 증권사는 이 상품을 영국 파운드화를 발행하는 은행의 채권상품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증권사 설명을 그대로 인용하면, 영국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발행한 채권의 만기는 6개월로, 첫 3개월에 1.86%, 두번째 3개월에 1.46%를 채권이자로 지급하는 구조다. 총 수익은 3.32%로, 연 수익률로 환산하면 6.64%였다.
그러나 조건이 붙었다. 당시 1.15% 수준이던 3개월 리보금리(은행 간 단기자금 거래 시 적용 금리)가 6개월 후 2.15% 이상으로 뛰지 않아야 하는 조건이었다. 만약 리보금리가 2.15%를 넘어갈 경우 이 채권의 만기는 3개월씩 계속 연장되고, 원금 상환은 금리가 2.15% 아래로 떨어져야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이 상품의 '포장'은 채권이었지만, '내용물'은 파생결합상품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당시 파생상품이 뭔지 몰랐던 투자자들은 증권사 직원의 말만 믿고 자신이 6개월 만기 우량 채권에 투자했다고 생각했다.
당시 증권사는 "6개월 내 금리를 1% 이상 올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고객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이후 6개월도 안 돼 리보금리는 2.15%를 돌파했고, 투자자들은 발이 묶였다.
진짜 문제는 이때 부터다. 투자자들이 항의하자 증권사는 해당 상품을 판매한 직원을 다른 점포로 발령내고 외부와 접촉을 막았다. 그럼에도 문제가 커질 조짐이 보이자 아예 해당 PB점포까지 없앴다. 해당 상품을 기획한 본사 담당부서는 "홍콩에서 만든 상품을 가져다 판매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책임이 아니다"고 발뺌 했다. 홍보부서는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이 사건은 이렇게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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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증권사는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해 사라졌지만, '불완전판매'의 악습은 유령같이 남았다. 이번 DLS 사태와 관련해 검사를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의 분발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