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금융당국이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정책 방향 중 하나는 ‘자본시장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는 것 이다. 보수적인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으로는 개인의 자산증식도, 기업의 필요자금 조달도, 부실 기업의 구조조정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자본시장 활성화 핵심에는 자산운용업이 있고, 그 가운데에는 ‘사모펀드’가 있다.
정부가 사모펀드 시장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것은 2013년 말 부터다. 당시 정부는 사모펀드의 진입·설립·운용·판매까지 전 부분의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후에도 사모펀드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 왔다. 일관된 방향은 ‘규제 완화’였다. 이는 앞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사모펀드 규제 완화는 그동안의 소신이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규모 원금 손실을 입은 파생결합펀드(DLF),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가입한 사모펀드 등이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격투자, 모험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은 사모펀드밖에 없다”며 “사모펀드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지금은 한번쯤 시장 전체를 짚어볼 때가 됐다. 규제 완화가 지속되면서 급속도로 성장한 시장엔 구멍이 생기게 마련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전에도 꾸준한 규제 완화와 저축은행 업계의 팽창이 있었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6월말 현재 380조원에 이르렀다. 2년 사이에 110조원이 커졌다. 자산운용사 260개 중 186개가 전문사모운용사다. 하지만 전문사모운용사 중 절반이 넘는 101개사가 상반기에 적자였다. 시장 경쟁은 치열한데 돈을 벌지 못하면 무리수를 두는 곳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들은 무리하게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에 나섰다가 무너졌다.

“또 한번 위기가 온다면 자산운용시장에서 올 것”이라고 말하는 금융당국자들이 있다. 금융당국자들은 수많은 경험으로 위험을 본능적으로 직감한다. 실제로 DLF처럼 터지지 않았을 뿐 금융당국이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는 사모펀드들이 있다. 어떤 펀드에서든 문제가 터지면 전체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릴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금융당국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당국자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사모펀드 시장을 죽인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그들은 숨 죽이고 있다. 오히려 ‘DLF 현장검사가 성급했던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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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씨앗을 뿌리고 정성껏 돌봐도 더운 여름에 잡초를 뽑아내지 않으면 그 밭은 망가진다. 사모펀드 시장이 정부의 말처럼 ‘모험자본의 통로’로 성장하게 하려면 상품을 만드는 운용사, 파는 판매사, 사는 소비자들 틈에서 자라고 있는 잡초를 뽑을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