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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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의도(국회)는 서초동(법원·검찰청) 없인 안 돌아가요." 최근 얘기가 아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2020년 무렵 수도권에서 3선을 지낸 국회의원에게 들었던 고백이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국회에선 이미 고소·고발 전쟁이 한창이었다. 상대편 당을 넘어 같은 당끼리도 서로를 탓하다 법원을 찾는 일이 잦았다. 당시 '정치마저 사법에 의지하는 건 무책임하지 않냐'는 반박(?)에 3선 의원이 내놓은 답이 잊히지 않는다. "그렇긴 한데 이게 또 깔끔하긴 합니다." 그 말에 숨이 턱 막혔다. 타협이 직업인 정치인에게서 예상한 말은 아니었다. 3선의 경험이 '법대로'가 편하다고 할 정도니 눈 돌리는 곳마다 튀어나오는 사법만능주의를 두고 당사자들만 탓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스쳤다. 지난주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다 그때 그 3선 의원의 말이 떠올랐다. 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의대 증원을 두고 정부와 전공의들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국민의 요구를 받은 의대 정원 확대는 평가할 대목이라 생각한다." "정치쇼를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저도 똑같이 생각한다."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놓고 정치권에서 나왔던 반응이다. 화자와 시점을 모른다면 으레 위의 문장은 여당, 밑에 문장은 야당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둘 다 제1야당이자 국회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에서, 그것도 당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공개석상에서 한 말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의 '2000명 증원' 발표가 나온 다음 날인 이달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평가할 대목"이라며 이례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대해 호평했다. 압도적으로 많은 국민이 의대 정원 확대를 원하는 현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자리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있었다. 하지만 이달 1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이재명 대표는 '항간의 시나리오'를 거론하면서 "어떻게 한꺼번에 2000명을 늘
"무조건 가입했죠. 저희 회사 직원 상당부분 가입했어요." 생명보험사들이 지난 1월 높은 환급률을 적용한 단기납 종신보험을 판매한 후 업계 관계자로부터 들은 얘기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기존 종신보험과 달리 납입기간이 5년, 7년으로 짧다. 대신 가입기간을 10년 이상 유지하면 보험료의 120~130% 이상을 환급받을 수 있다. 판매 경쟁이 붙으면서 환급률이 135~136%까지 치솟았다. 고객은 종신보험 보장과 함께 10년 뒤 해지하면 적금보다 높은 이율이 적용된 돈을 돌려받을 수 있고, 심지어 비과세까지 적용되면서 불티나듯 팔렸다. 고객에게는 좋은 상품이지만 보험사에도 긍정적인지는 의문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이전에는 없던 구조이기 때문에 해지율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다. 한 보험사는 가입고객의 40~50%만 10년 뒤 일제히 환급요청하면 적자가 날 것으로 추산했다. 물론 추산일 뿐 정확하지 않다. 10년 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일제히 해지하면 회사가 휘청할 정도로 타격을 미칠 수
#서울대 이과 인기 학과 역사는 한국 산업 발전 흐름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70년대 중동발 건설 호황에 중화학, 조선이 뜨자 기계공학과, 건축과, 토목과에 지원자가 몰렸다. 80년대가 되자 물리학과, 전자공학과가 각광 받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자 산업이 세계 수준으로 발돋움하던 시기였다. 90년대, 컴퓨터공학과가 가세했다. IT(정보기술) 산업과 벤처가 산업의 총아로 부상하던 시대였다. 2000년대 들어 대세는 완전히 의예로 넘어왔다. 외환위기로 대마불사 신화가 깨지고 그토록 대우 받던 엔지니어마저 짐을 싸던 시대를 지나면서다. 이렇게 부상한 직종이 의사다. 이 시기 이후 의예는 '입시천하'를 완벽하게 평정했다. 의대가 20년 넘게 입시 시장에서 왕좌를 지키게 된 결정적 배경은 '의대 정원 고정'이었다. 2006년부터 19년째다. 예측하기 어려운 글로벌 산업 흐름에서 일자리 수만으로 최고의 지위를 지키는 직업은 지구상에 없다. 정원 확대 때마다 의료계가 투쟁한 결과다. 지금의
2016년 6.9% →2020년 11.6%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미국 전력원 중 태양광·풍력 비중의 변화 추세다. 화석연료 산업을 지지하고 파리협정을 탈퇴한 트럼프의 집권기에 오히려 재생에너지 사용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주요 원인 중 하나는 2015년 말, 미 의회가 풍력에 적용하던 생산세액공제(PTC)와 태양광을 지원하던 투자세액공제(ITC)를 2020년까지 연장한 결정이다. 양당은 당시 1조8000억달러 규모 연방지출·세금감면안을 승인했는데, 이 안에 만료를 앞둔 두 세제혜택안 연장안이 포함돼 있었다. 오바마의 환경정책 유산을 없애는데 앞장섰던 트럼프도 법제화한 세제혜택은 되돌리지 못했고, 이 기간 풍력·태양광 투자는 이어졌다. 같은 기간 미국의 석탄 발전 비중이 30.3%에서 19.1%로 줄어든 점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탄산업 지원을 외쳤지만, 그의 재임기간에도 미국의 대표적 석탄 기업들의 파산보호신청·경영난이 이어졌다. 2010년대 들
학부모의 양육부담을 감소하고 사교육비를 경감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늘봄학교'가 야심차게 시작된다. 1학기에는 자발적으로 신청한 전국 2700여개 초등학교가, 2학기부터는 전국 공립초등학교가 대상이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 1학년이라면 누구나,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학부모 수요에 따라 학교별 운영시간 상이)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또 무료 프로그램을 하루 2시간씩 제공할 예정이다. 이른 하교에 곤란한 맞벌이 부부나 둘째 육아, 임신 등으로 시간과 체력이 부족한 부모들에게 많은 환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현실 적용이다. 교육부는 기존 교사들에게 늘봄업무가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 한시적으로 기간제 교사를 각 학교가 채용토록 했다. 기간제 교사는 음악, 체육 등 10시간 내외의 수업을 맡으면서 늘봄 행정을 함께 하게 된다. 각 교육청은 이달부터 기간제 교사 모집에 나서고 있지만 반응은 극과 극이다. 도심에 교통이 편리하고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금세 모집되는 반면 일
서울시가 올해부터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 공공기여(기부채납) '황금률'을 적용하기로 했다. 시의 기부채납 요구가 과하다는 정비사업조합들의 현실적인 불만을 고려해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조치다. 원래 정비사업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신속통합기획'(서울형 정비지원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선 기부채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부채납 비중이 커지면서 사업성을 떨어뜨린다는 인식 때문에 그동안 사업 추진에 애를 먹었다. 시는 공공성을 밀어붙이는 대신 사업성 훼손을 줄일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고 있다. 현 정비계획에 '불만족'한 조합들의 '불만'을 없애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우선 올해부터 정비계획안을 수립하는 사업장에 대해 기부채납에 대한 용적률 인센티브를 기존보다 많이 제공하는 방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종상향 건축물의 기부채납을 장려하기 위해 조정했던 '건축물 용적률 인센티브 계수'(인정비율)를 정비사업에도 반영하는 방안이다. 이를 적용하면 임대주택과 전략시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 점포 약 40%에서 일평균 매출액과 고객 수가 증가했다" "대형마트가 휴업한 일요일은 주변 상권의 유동인구와 생활밀접업종 매출이 감소했다. 휴업 당일과 익일에 온라인유통업 매출이 증가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대한 상반된 결론이다. 전자는 2012년 10월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대형마트 영업제한의 전통시장 매출증대 효과'라는 보고서이며, 후자는 2023년 9월 서울신용재단이 발표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따른 주변 상권의 유동인구와 매출 변화' 보고서의 분석 결과다. 두 보고서는 모두 서울시와 관련된 기관에서 작성했다. 11년이란 시차, 이 기간 서울시장이 바뀌고 정책 기조가 달라졌다는 점을 고려해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정반대 결론이다. 통계의 객관성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힘이 실리는 게 사실이다. 2012년 보고서는 당시 시내 전통시장 700여 개 점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전보다 일평균 매출, 고객 수 등이 늘었는지 점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 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해 오직 환자에 대한 내 의무를 지키겠노라." '히포크라테스 선서' 일부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의사의 희생, 봉사, 장인 정신 등 윤리적 지침을 담아 만들었다. 우리나라를 포함,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선 의사가 되는 순간 이 선서문을 관례처럼 낭독한다. 그런데 불과 1~4년 전 의대를 졸업하면서 이 선서를 낭독했을 현직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났다. 심지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낭독하기도 전인 '예비 의사들'(의대생들)이 배움의 현장을 이탈하고 있다. 2024년 2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수치로 확인하면 더 심각하다. 정부가 전체 전공의 1만3000명 가운데 약 95%가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했더니 전체 전공의 1만3000여 명의 무려 절반에 달하는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19일 오후 11시 기준). '선배 의사집단
1985년생 샘 올트먼(Sam Altman)은 챗GPT의 성공을 계기로 세계적인 인사가 됐다. 지난해 말 국내외 주요 언론은 그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에서 해임됐다가 닷새 만에 CEO(최고경영자)로 복귀하는 과정을 상세히 다뤘다. 지난달 올트먼이 한국을 방문해 삼성·SK 최고 경영진을 만났다는 소식도 주요 언론을 도배했다. 올트먼은 최근 다시 세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가 자사 AI 개발에 사용할 반도체 직접 조달을 위해 최대 7조달러(약 9300조원) 규모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6000억달러, 추정치)의 12배에 달하는 돈을 투입해 자체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올트먼이 내놓은 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제대로 따져볼 틈도 없이 이번에는 일본발 뉴스가 날아들었다. 블룸버그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AI 반도체 회사 육성을 위해 1000억달러(약 133조5000억원) 규모 기금 조성을 추진하
"국가 에너지 산업의 미래가 설계되는 만큼 업계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력거래소의 '수소발전 입찰시장 사업자 설명회'가 열린 지난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빈자리 없이 빼곡히 들어찬 설명회장을 바라보며 이 같이 말했다. 오는 6월 개설될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의 설계안이 공개되는 자리였다. 청정수소발전 입찰 시장엔 정부의 에너지 전략이 담겼다. 지난해 원전 정책을 정상화하는데 주력한 정부는 올해 원전과 함께 수소 등 다양한 무탄소 전력원을 조화한다는 목표다. 이 같은 올해 에너지 정책의 상징 격이 청정수소발전 입찰 시장이다. 올해 입찰 물량은 6500GWh다. 낙찰자에겐 발전소 건설기간 등 3년의 준비기간이 주어지고 계약 기간은 15년이다. 입찰 평가 기준은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가격 60점', '비가격 40점' 비중으로 마련됐다. 가격은 최저가 우선이며 비가격은 청정수소 등급 등 환경기여도에 따라 평가된다. 가격과 비가격 합산 고득점
남자는 23살 때 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여인과 결혼했다. 두 사람은 아이 셋을 낳고 70년을 함께 살았는데, 직전 5년은 함께 버틴 시간에 가까웠다고 한다. 남자는 2019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거동은 어려워지고 신체기능도 점점 나빠졌다. 옆의 아내도 노환에 따른 지병이 깊어졌다. 두 사람은 고향집에 나란히 손을 잡고 누워 함께 삶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9일 아내와 동반 안락사로 세상을 떠난 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의 이야기다. 노부부의 이런 선택이 가능했던 건 네덜란드가 2002년 세계 최초로 적극적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해서다. 네덜란드는 "회복 가능성 없이 극심한 고통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간적인 방법으로 죽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점차 안락사의 문턱이 낮아졌다.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으로 견디기 힘든 사람, 미성년자도 안락사가 가능해졌다. 급기야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해 불치병인 1~11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