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명을 알면 그때부터 더 고역이죠. 치료비가 천문학적이니까…."
저인산효소증은 국내 환자 수 10명 내외로 추산되는 극희귀질환이다. 별다른 외상 없이 뼈가 자꾸 부러지거나 갑자기 치아가 빠지는 것 정도가 주된 증상으로, 정확한 진단까지 수십년이 걸려 '진단 방랑'이라는 말이 붙는다. 신약의 건강보험(건보) 급여화가 이뤄졌지만 소아기 발병 환자 대상인데다 기준이 까다로워 지원이 제한적이다. 취재 중 만난 한 대학병원 교수는 "환자가 내는 치료비가 주당 1000만원이 넘는다"며 "비교적 형편이 넉넉한 환자도 치료 시작 후 비용 문제로 치료 횟수를 줄이겠다고 한다. 어렵게 진단명을 알게 돼도 그 이후가 더 고역"이라고 말했다.
치료가 어려운 병을 앓는 이들에게는 약이 있는 게 외려 희망고문일 만큼 지원이 미진하다. 비급여 약제는 비용 부담이 크고, 보험이 적용돼도 급여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한 희귀질환자는 기자에게 "가족 회사 의료복지 혜택으로 치료비를 지원받았는데 얼마 전 연간 한도액이 소진됐다"며 "남은 올해는 어떻게 치료를 이어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최근 정부의 탈모 치료 급여화 의지에 저항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중증·희귀·만성질환 등 생명과 직결된 병에 대한 지원 논의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다. 표심이 이탈한 청년층을 우선 지원한다는 점도 사실상 '환심용 정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악화 중인 재정을 감안해도 탈모 보장까지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건보 재정은 올해 적자 전환되고 누적 준비금은 2029년 바닥을 보일 전망이다.
건보 혜택은 의학적 타당성과 중대성, 비용 효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치료 지원이 시급한 이들을 위한 논의는 제대로 검토조차 어려운 현 상황은 이 원칙과 분명한 괴리가 있다.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오는 4일로 예정됐던 탈모약 급여화 관련 토론회를 취소하고 공론화 절차를 멈춘 상태다. 단순히 여론을 의식한 대응에 그치기보다 필요한 것은 건보 정책에 있어 '무엇이 우선인지' 되돌아보는 사회적 숙의다. '국민 건강' 보험 체계의 원칙은 그래야만 지켜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