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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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질 당시 서울 전역에 뉴타운 광풍이 불었다. 양천구와 동작구 등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들이 뉴타운 관련 발언을 쏟아내면서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이 크게 출렁였다. 뉴타운 지정은 국회의원이 아닌 서울특별시장의 권한인데도 여야 지도부 모두 앞다퉈 격전지를 중심으로 뉴타운 지정은 물론 조기 착공 등의 개발 의지를 내비친 탓에 이때 총선은 '뉴타운 선거'로 불렸다. 이렇다 보니 특정구(區)의 경우 3.3㎡당 1800만~2000만원에서 30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격이 뛰었다. 과거 서울시 2~3차 뉴타운 지정에서 연거푸 탈락한 어느 구의 구축 빌라는 3.3㎡당 1800만원에서 2000만원 이상을 줘도 매물을 구할 수 없었다. 노후도 등을 감안할 때 뉴타운 지정 가능성이 낮은 지역들도 총선에 휩쓸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호가가 치솟았다. 후폭풍은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총선 과정에서 뉴타운 공약과 관련한 중앙선거관리위
"8명 이상의 자녀를 낳자. 대가족이 '표준'이다." 21세기에 국가 원수의 발언이라는 게 믿기지 않지만 러시아라면 가능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진심 어린 발언이다. 지난해 말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 러시아 인민위원회 화상 연설에서 푸틴은 인구를 늘리는 게 "향후 수십 년간 우리의 목표"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쟁으로 30만명 이상 사상자가 발생하고(우크라이나 측 추정) 인구감소가 심화하자 해결책으로 과거의 대가족 '전통'을 끄집어낸 것. "프랑스에는 아기가 필요합니다." 고상한 나라라고 표현이 그다지 우아하진 않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인구통계학적 재무장'(demographic rearmament) 계획의 일환으로 남녀 모두 출산휴가를 6개월로 확대하고, 난임 퇴치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 후로 1주일이 채 안 돼 대통령실은 25세부터 난임 검사를 무료화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68명으로
투자자인가, 가입자인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기사를 쓰려고 노트북 자판기에 손을 얹었다가 멈칫한 적이 있다. 'ELS 투자자'라고 써야 하나, 'ELS 가입자'라고 써야 하나. 홍콩 ELS는 파상상품이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상품이니 당연히 투자자라고 표현해야 옳다. 그런데 총판매액 19조원 중에서 16조원이 은행에서 팔렸다. 이 말은 홍콩 ELS 투자자 대부분이 은행 고객이며 예·적금 가입자라는 뜻이 된다. 언론사들도 용어 선택이 제각각이다. 수조원대 손실이 예고되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ELS 기사가 쏟아졌다. 기사에는 투자자와 가입자가 혼재돼 있다.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사에서 집단시위를 벌인 홍콩 ELS 투자자들은 용어 선택에 더 민감했다. 자신을 '투자자'가 아니라 '가입자'라고 주장했다. '투자자'라고 표현한 금감원 보도자료를 두고선 "가입자로 수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투자자와 가입자의 차이를 알 정도면 금융 지식 수준이 상당한 것 아니냐?"는 지
사회 초년생이라는 이유로 대출가능 금액이 제한되거나 고금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었다. 신용거래 이력이 없다보니 신용등급이 매겨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같은 문제는 이제 상당 부분 해결됐다. 통신요금 납부실적이나 소액결제 이용실적 등 기존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던 요소들을 신용등급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카카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이 카카오 선물하기 이용 데이터나 카카오 택시·대리운전 사용자들의 결제데이터, 카카오페이 이용자 지표 등 10억건의 데이터를 내놨다. 다날, 롯데멤버스, 교보문고 등은 소액결제 스코어와 각사별 멤버십 서비스 통합등급 데이터 등 6600만건의 데이터를 제공했다. LG유플러스는 1억2300만건에 이르는 통신이용 정보를 공급했고 코리아크레딧뷰로, NICE평가정보, 금융결제원 등은 5억7700만건에 이르는 전국민 신용데이터 및 자동이체 정보 등을 내놨다. 총 17억7500만건 규모의 이 정보들은 가명처리됐다. 데이터의
"언제 문 닫을지 모른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죠." 취재 현장에서 만난 바이오 기업 임직원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적잖은 바이오 기업 종사자들이 자신이 몸담은 회사의 영속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 불신의 배경엔 돈 문제가 있다. 기업은 돈이 없으면 운영할 수 없다. 국내 대부분의 신약 개발 바이오는 이익을 내지 못한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을 운영하려면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임직원 인건비와 연구개발비 등 1년에 적어도 100억원 이상, 많게는 200억~3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스스로 돈을 벌지 못하니 이 운영자금을 외부에서 투자로 유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금처럼 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지 않을 땐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하기 쉽지 않다. 많은 바이오 기업이 자금 문제로 전전긍긍하는 이유다. 현금이 바닥나 유동성 위기에 빠진 바이오도 한둘이 아니다. 업계에선 올해 '제2의 셀리버리'가 나오는 게 아니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셀리버리는 자금 문제로 감사의견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적용 유예가 결국 여야의 합의 불발로 끝났다.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의 수혜자가 됐어야 할 근로자나 더 안전하게 사업장을 운영해야 할 사업주, 고용노동부, 여야 정치권까지 누구하나 승자는 없는 'Lose-Lose 싸움'을 한 번 더 기록했다.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과 2년 유예 중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안전'과 '생계'. 양보하기 어려운 가치 두 개를 놓고 저울질해야 한다. 예정대로 법을 시행하자는 쪽은 퇴근이 보장된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야한는 주장일 테고 2년 미루자는 쪽은 지속가능한 생계를 위해 조금 더 준비하자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논의는 정치적 셈법 위에서만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법 유예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로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을 든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야당이 법 유예조건으로 요구한 △정부의 사과 △안전대책 수립 △2년 뒤 시행 등 조건을 모두 받았고
"한국 시장 형성이 예상보다 늦어지니 대만까지 왔다가 '바로 미국으로 가자' 이렇게 생각하는 기업들이 있어요. 기업들 입장에선 우선 시장 있는 쪽에 가자는 거죠." 해상풍력 공급망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 다국적 기업 A사의 한국 대표는 "처음엔 유럽에 이어 아시아에서 해상풍력 시장이 형성될 거라 봤는데, 빠르게 조성될 듯 보이던 한국 시장이 3~4년 이상 정체되자 기업들이 한국을 건너뛰려 한다"고 했다. 한정된 자원을 불확실성이 낮은 시장에 우선 배분하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정부 주도로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상향조정한 유럽에선 풍력단지 건설에 필요한 기자재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 지 오래다. 2010년대 중반까지 불모지였던 대만의 해상풍력은 정부 주도로 급성장 중이다. 미국에선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시행 후 1년 반만에 전세계 유관 기업들의 투자가 폭증했다. 기업 시각에서 한국 보다 매력있는 투자처가 늘어났다는 의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노인 교통복지 정책을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이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고 65세 이상에게 지하철·버스·택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연간 12만원어치 선불형 교통 카드를 지급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제3지대 신당 '새로운선택'도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하고 무임승차 복지를 지방으로 확대하는 노인 교통 정책을 내놨다. 대한노인회는 즉각 "지하철 적자와 노인 무임승차는 연관이 없다고 입증됐다"고 비판했다.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0년 만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하철 요금 50%를 할인해 주면서 도입됐다. 이후 1984년 5월 23일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100% 요금을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65세 이상이면 돈이 많든 적든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게 된 것이다. '40년째' 변하지 않는 제도는 출구없는 논란을 재생산해낸다. 우선 무
올 들어 내내 50만원대를 유지하던 태광산업 주가가 최근 약 일주일간 55% 급등하며 장중 90만원을 찍었다. 지난해 4월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던 제주은행도 같은 기간 40%가 넘게 급등했다.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으로 언급되면서다. 지난 주 주식시장은 '저PBR주'로 뜨거웠다. 대표적인 저PBR 업종인 은행, 증권, 보험, 유틸리티, 자동차 등이 지난 한 주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금융당국이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는 기업이 스스로 저평가 이유를 분석해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해 도입한 PBR 1배 미만 상장사의 경우 개선방안을 공시하도록 요구하는 등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대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본 증시는 최근 33년만에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부터 독보적인 상승세를
"글쎄요, 당장 좀 오르겠지만 길게 보면 뭐라 예측하기 어렵네요" 최근 친이란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전쟁 이후 중동 주둔 첫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뒤, 한 에너지업계 임원이 한 말이다. 증권가에서는 유가가 단기적으로 오를지언정 장기간 고유가가 이어지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종합하면 전쟁과 이란, 그리고 미군 사망이라는 휘발성 강한 유가 급등 재료가 그다지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실 돌이켜보면, 이런 상황은 지난 1년간 비교적 꾸준히 펼쳐졌다. 러·우 전쟁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동시에 진행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OPEC+(석유수출기구+)'의 감산 공세가 이어진 게 지난 1년이다. '전쟁=유가급등'이라는 전통적 공식이 적용됐다면 유가는 지붕을 뚫었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잠시 90달러 언저리에 머무른 게 고점이었다. 전반적으로 70~80달러 사이에서 움직였다. 이는 통상적으로도 고유가가 아니며, 두 개의 전쟁이 진행 중이라는 점까지 고려
"법이 그렇게 돼 있어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예비·초기·도약 창업패키지 지원에 참여할 창업자를 모집한다고 29일 밝혔다. 첫 글자를 따 '예초도'라고 불리는 이 성장단계별 지원사업은 정부의 대표적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초기창업은 최대 1억원, 도약단계는 최대 2억원을 지원한다. 창업지원사업 중 융자방식을 제외하면 규모가 가장 크다. 정부가 마중물을 부어가며 창업을 돕는 건 우리나라 벤처생태계의 큰 특징이다. 예산을 지원하려면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대개 창업 후 7년까지를 스타트업이라 부른다. 정부 지원 또한 예·초·도, 즉 △예비창업자 △창업 후 3년미만인 초기창업 △업력 3~7년인 도약기 스타트업에 집중된다. 왜 7년일까. 벤처업계 관계자들도 대부분 "법이 그렇다"고 한다. 대표적인 게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이다. 이 법 제2조는 '창업기업'을 "업력 7년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1986년 법이 제정될 때 7년 규정은 없었다. 7년 기준이 등장하는 건 1999년 1
영국 히스로 공항에서 런던까지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직행열차 탑승이다. 약 15분이면 시내로 갈 수 있다. 하지만 편도 요금만 25유로(약 3만6000원)다. 런던 관문에서부터 영국의 어마어마한 물가를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15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나이 외의 조건은 없다. 아이들이라면 그냥 공짜다. 부모 입장에선 그만큼 부담을 덜 수 있다. 한국의 정책 담당자가 이를 벤치마킹했다면 어땠을까. 한국에선 다자녀 가구에 혜택을 주자고 했을지 모른다. 실제로 한국의 공항 주차장은 2자녀 이상 가구에 '반값 주차비' 혜택을 제공한다. KTX 요금도 2자녀 이상이면 추가 할인을 받는다. 자녀가 한 명이라면 기본적인 어린이 할인 혜택만 주어진다. 인천공항과 서울역을 연결하는 직통열차의 요금은 어른 1만1000원, 어린이 8000원이다. 다자녀 혜택은 대표적인 저출산 정책으로 꼽힌다. 출발점은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