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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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증권가 변화의 바람이 매섭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에 이르기까지 5대 증권사 수장이 모두 바뀌는 전례없는 인사철이다. 메리츠증권 역시 CEO(최고경영자)가 교체됐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넘쳐났던 유동성 상황에 적극적인 투자로 최근 수년간 성장해 왔던 증권업계가 고금리 국면으로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이를 돌파할 카드로 세대 교체를 꺼내든 셈이다. 올 3분기까지 대형 증권사들의 영업수익(매출, 별도재무제표기준)은 전년대비 감소했다. 거래대금이 증가하고 채권 운용 이익이 개선되며 위탁매매, 상품운용 실적은 개선됐지만 수익성의 큰 부문을 차지했던 IB(기업금융) 부진 영향이 컸다. PF 부실에 따른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충당금 적립이 대표적인다. 특히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과 해외부동산 손실 등 불안 요인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대규모 충당금 적립 등 대손비용을 반영했지만 잠재적인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지 않기 때문이다. 연말이
지난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해 출범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개혁의 대상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LH' 간판을 단지 1년 만에 11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채에다 하루 이자만 100억원에 달하는 등 첫 단추부터 어긋나면서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의 타깃으로 삼았고 박근혜 정부 때는 부실·방만 경영의 표본으로 지목됐다. 문재인 정부로 들어서는 2021년 LH 전·현직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인 이른바 'LH 사태'가 터졌다.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와중에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LH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엄청났다. 윤석열 정부 와서는 아파트 철근(전단보강근)이 빠진 전례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 LH 출범 이후 19년간 '소나기는 피하자'고 보자는 땜질식 대응의 결과가 속칭 '순살 아파트'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주 LH가 주도하는 공공주택 사업에 민간 경쟁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여기 '유니콘의 어머니'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지난 2013년 신생 VC(벤처캐피탈) 카우보이벤처스의 에이린 리 창업자는 투자 방향을 잡으려 과거 기록을 뒤졌다. 특이한 점이 나타났다. 2003년부터 10년간 투자받은 6만여개의 미국 소프트웨어(SW) 기업 중 39개는 짧은 기간 안에 10억달러 이상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며 도약했다. 그는 현지 매체 '테크크런치' 기고에서 △창업 10년 미만 △기업가치 평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미국 SW 기업을 '유니콘'으로 명명했다. 머리에 뿔(콘)이 한 개(유니) 달렸다는 상상 속 동물이다. 테크크런치는 이 역사적인 글 10주년을 맞아 지난달 리와 다시 인터뷰했다. 리에 따르면 유니콘은 '홈런 컴퍼니'나 '몬스터 히트'가 될 뻔했다. 하지만 그는 "특별하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유니콘을 제안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유니콘 기업이 되는 일은 드물고 마법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이제 '유니콘'은 세계 어디서든 통한다. 10년 전 39개에
저출산과 고령화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가늠하게 하는 핵심 단어다. 저출산은 아이들이 줄어드는 세상을 가리킨다. 아이들이 적게 태어나면 모든 게 줄어든다. 축소사회라는 말이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래서 모두가 저출산 상황을 우려한다. 대응에는 실패했다고 평가받지만, 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투입하고 끊임없이 정책을 고민한다. 국민적 관심도 높다. 고령화의 또 다른 표현은 노인들이 늘어나는 세상이다. 노인이 늘어나면 부양비가 증가한다. 이 역시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간과하는 게 있다. 바로 죽음이다. 고령화는 수많은 죽음을 이끈다. 일본에서는 이미 '다사(多死)사회'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응에 나서야 하지만, 정책의 우선순위에서는 밀린다. 국민적 관심도 낮다. 최근 한 달 새 죽음에 대한 문제를 들여다보기 위해 대전과 경기 고양·파주를 다녀왔다. 이들 지역의 장사시설을 둘러보며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리 사회가 죽음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장시
지난달 열린 '2023 K-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은 국내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자리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포스텍(옛 포항공대) 등 5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서 출전한 대표급 교원·학생창업 10팀이 참가해 그간 갈고 닦은 R&D(연구·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상품을 선보여 큰 관심을 끌었다. 이 무대를 통해 △물류센터 입출고 자동화 로봇을 개발한 플로틱 △능동형 전자파 차폐(EMI) 모듈을 개발한 이엠코어텍 △식물성 폐기물과 버섯 균사체(뿌리)만으로 구성되는 차세대 친환경 부표를 개발한 에코텍트 △생체 적합성 바이오잉크 소재를 개발하는 바이오브릭스 △로봇 눈에 해당하는 비전센서 기술을 개발하는 잇츠센서 등이 우리나라 혁신 경제를 이끌 차세대 기업으로 발탁됐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딥테크 기업 육성을 주제로 2
"올해가 최악일 줄 알고 버텼는데 내년이 더 두렵네요." 최근 건설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원래 이맘때면 내년 분양물량과 해당 단지가 정해진다. 언론은 내집 장만을 계획하는 예비청약자들을 위해 분양예정 단지들을 소개하는데 올해는 자료를 요청하면 "아직, 미정"이라는 답변이 자주 돌아온다. 일정이 정해져 자료를 공유하는 건설사조차 "바뀔 수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만큼 내년도 부동산 시장이 예측불허라는 의미다.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춤했다. 올해 2분기부터 살아나는 듯했지만 3분기 후반으로 가면서 또다시 주춤한다. 가격이 일부 회복하고 고금리가 유지되면서 거래량은 다시 줄어들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국에서 발생한 부동산 거래량은 7만6906건이다. 8월 8만7378건, 9월 7만9083건 2개월 연속 줄었다. 분양시장은 양극화가 뚜렷하다. 서울 핵심입지는 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하지만 지
#지난달 26일 소셜미디어(SNS)에 한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배우 이정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미소짓고 있는 사진이다. 이 사진의 가치는 약 2300억원. 두 사람의 만남이 알려진 지난달 27일부터 지난달 6일 사이에 급등한 대상홀딩스의 시가총액 변동 폭이다. 대상홀딩스는 한 장관과 같이 현대고를 나온 이정재의 연인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이 2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회사다. 대상홀딩스는 이른바 '한동훈 테마주'로 취급 받는다. '한동훈 테마주'는 한 장관과 공적, 사적인 인연으로 얽힌 상장기업들을 뜻한다. 실제론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해도 어떤 기업이 한 장관과 얽혀있다고 여겨지면 주가가 널뛴다. 대상홀딩스 외에도 부방, 노을, 태양금속 등이 '한동훈 테마주'로 꼽힌다고 한다. 한 장관의 동문이 일하고 있거나 한 장관의 배우자와 같은 곳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경영진이 있다는 이유로 한데 묶인다. '한동훈 테마주'와 같이 유력
"본 영화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상호, 인물, 차량 및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는 영화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7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 상영이 끝난 뒤 뜨는 마지막 화면엔 분명히 이 영화가 '픽션'이라고 명시돼있다. 감독은 물론이고 제작사·배급사 모두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영화는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12·12 혹은 '유사사건'을 둘러 싼 일련의 에피소드를 시간 순서대로 편집하고 시간과 장소를 실제와 유사하게 해 관객에게 마치 실제 역사적 사건을 그대로 중계하는 것처럼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배우들은 잇따른 무대인사에서 '사과'를 반복하고 있다. 신군부측 배역을 맡은 이들은 스스로 죄인행세를 하기도 한다. 젊은 관객들이 정우성이 분한 수경사령관을 선(善)으로, 황정민 등이 분한 신군부 측 배역들을 악(惡)으로 생각하는 것을 전제로 한 사과다. 영화가 그렇게 보이고 이해되도록 만들어
#결국 장제원 의원이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따르며 정권교체를 이루고 지금까지 막전막후에서 온갖 일을 도맡았던 그가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12일 공식 선언했다. 당선인 비서실장 중도 사퇴를 끝으로 이렇다 할 공직을 맡지 않던 장 의원은 자신의 표현대로 가지고 있는 '마지막'을 내놨다. 친윤(친윤석열)의 상징으로서 비난도 견제도 온몸으로 받던 장 의원의 불출마 씨앗이 몰고 올 파장은 예단하기 어렵다. 본인 스스로 "버려짐이 아니라 뿌려짐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총선은 딱 120일 남았다. 사실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장제원은 절대 불출마하지 않는다"라는 얘기가 상당했다. 직선적 성품으로 마음먹은 건 밀어붙이는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회부의장을 역임했던 선친 때부터 다지고 쏟아온 부산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해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오직 저를 믿고 한결같이 응원해 주신 사상구민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런 그가 용기를 냈다. 장 의
연말 경영계와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는 시행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법)을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할지 여부다. 예정대로라면 50인 미만 기업 사업장에서 다음달 27일부터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사업주는 처벌 대상이 된다. 경영계는 적용 유예를 요구하는 반면 노동계는 원칙대로 도입하자고 맞서고 있다. 근로자가 사망할 만큼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사업주가 주의 의무를 소홀하지 않았는지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사업주는 수익보다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관건은 근로자의 안전을 강화하는 취지에서 지난해 도입된 중대법이 실제 현장에서 중대사고를 줄였는가다. 올해 통계를 보면 2년 차에 돌입한 중대법과 근로자 안전의 상관관계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일례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법 적용 대상인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에
세계무역기구(WTO)가 집계한 2022년 전세계 상품무역 수출입액 순위에서 한국은 수출 6위(6840억 달러), 수입 8위(7310억 달러)다. 우리보다 국토 면적이나 인구가 작으면서 교역 순위가 높은 나라는 네덜란드(수출 4위(9660억 달러), 수입 4위(8990억 달러)) 한 곳 뿐이다. 네덜란드의 국토 면적은 한국의 40% 수준으로 세계 130위에 불과하다. 심지어 국토의 25%는 해수면보다 낮다. 인구(67위)는 우리(29위)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조건 속에서 세계 수출입 '톱 5'에 오른 네덜란드를 단순히 '풍차와 튤립'의 나라로만 생각해선 안된다. '대체 불가' 수준의 강력한 기술 경쟁력을 갖춘 '하이테크 강국'이다. 네덜란드는 일찌감치 고부가가치 소재산업에 눈을 떴다. 전세계 실리콘 칩의 90% 이상에 네덜란드 기업이 제조한 소재·부품이 들어간다. 한국 첨단산업 핵심 소재 및 부품의 5분의1 이상이 네덜란드로부터 수입된다. 현재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수출품은 AS
"사람이 없으니까 동네에 목욕탕도 없어." 지난주 경기 포천에 갔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한때 갈비로 제법 북적였던 거리가 썰렁하다. 옆자리에 있던 주민은 "목욕탕에 가려고 버스 타고 옆동네에 다녀오면 하루가 훌쩍 다 지나간다"고 말했다. 목욕탕이 이러니 병원이나 학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 수도권에서 벌어지는 '지역소멸'의 적나라한 단면이다. 어쩌면 10년, 혹은 20년 뒤 닥칠 인구절벽의 후폭풍, 국가소멸 우려의 위태로운 전조다. 수도권까지 치고올라온 지방소멸의 적색등은 이미 서울의 경계 안쪽까지 물들이기 시작했다.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가 올해 3월 학생수 부족으로 폐교됐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강동구의 한 초등학교에는 올해 입학생이 19명에 그쳤다. 1993년 강남구에 설립된 초등학교에는 올해 16명이 입학했다. 급기야 내년 3월 입학하는 전국의 초등학교 1학년생이 사상 처음으로 40만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보도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