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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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법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검사가 증인에게 사건 당시 상황을 묻자 증인이 답변을 주저했다. 검사는 1년 전 작성한 조서를 들이댔다. 하지만 증인은 "검찰 조사를 받은 것만 해도 1년 전이라 조사 당시에 뭐라고 답변했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재판이 지연되면서 사건의 진위를 가릴 기억이 희미해졌다는, 재판부를 향한 항변이었다.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 판결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당사자들의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 정도는 약과다. 다른 재판에 밀려 재판 자체가 열리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만난 한 변호사는 "판사 얼굴을 보는 데 거의 1년이 걸렸다"고 했다. 지난해 초 서울남부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재판부에서 곧바로 조정 절차로 넘겨버렸고 당연히(?) 조정이 불발되자 변론기일도 잡지 않다가 소송 대리인들이 독촉한 끝에 첫 재판을 올 3월에야 했다고 한다. 소송 당사자들은 재판이 열리지 않는 동안 속이 새까맣게 탈 수밖에 없었다. 재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해외 도피행각 11개월 만에 붙잡혔다. 남유럽의 몬테네그로 공항에서다. 권 씨는 위조여권을 사용하다 현행범으로 검거된 만큼 일단 몬테네그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그 다음 '테라-루나 사태'의 책임을 따져볼 재판장은 미정이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각각 권 씨에 대한 송환 요청을 한 상태다. 국내 여론은 권씨를 미국에 보내라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처벌의 크기'다. 미국은 유기징역 상한선이 없다. 여러 범죄를 저지른 자는 각각 죄에 형을 매긴 뒤 합산하는 '병과주의'다. 연쇄 살인마가 200~300년씩 징역형을 선고받는 사례뿐만 아니라 경제사범도 마찬가지다. 과거 650억달러(87조)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은 2009년 150년형을 선고받고 2021년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소장에 테라-루나 폭락사태로 인한 피해금액은 400억 달러(52조원)로 명시했다. '권도형이 미국
#7.0%. 지난해 7월9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김기현 현 대표가 받아든 성적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6개월 당원권 정지를 받은 직후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PNR(피플네트웍스리서치)가 진행한 이 조사(휴대전화 90%·유선전화 10% 자동응답전화조사 방식· 응답률 4.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 이하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당대표 후보 적합도 1위는 25.1%의 지지를 받은 안철수 의원이었다. 일반인 입장에서 국회의원 '김기현'의 이름은 낯설었다. 당내에선 일찌감치 당권 주자로 물망에 올랐지만, 대중들은 그를 잘 몰랐다. 그러던 그가 100% 당원투표로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승자가 됐다. 득표율 52.9%. 당원·당협위원장·의원들과 일일이 접촉하는 저인망식 유세로 낮은 대중적 인지도를 극복했다. 매사에 성실하고 신중하며 꼼꼼한 성품에 더해 외풍에도 흔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지난 12일 공시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왓챠의 감사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인 신한회계법인은 이처럼 기재했다. 구독자를 붙잡아 두기 위해 콘텐츠 투자를 줄곧 늘렸지만, 정작 구독자는 늘지 않거나 때로는 떠나보내고 있는 국내 OTT의 냉혹한 현실이 드러난다. 국내 OTT 사업자들은 1년 전만 해도 '1~2년 안에는 흑자를 내지 않겠나'라는 희망을 얘기했다. 하지만 상황은 호전되기는 커녕 더 나빠졌다. 티빙·웨이브·왓챠 등 3사의 영업손실 합계는 2020년 385억원에서 2021년 1568억원, 작년에는 2959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이용자 수는 '엔데믹'과 함께 제자리 걸음하거나 오히려 역(逆)으로 향하는 흐름이다. 그럼에도 국내 OTT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외 눈에 띌만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투자가 늘어날수록 적자 폭도 커지는 상황을 수년째 지켜봤음에도 "자전거 페달 밟기를 멈
최근 공사비 갈등으로 입주가 막혔거나 또 막힐 위기에 처한 서울 정비사업장 두 곳의 협상이 타결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갈등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여지지만 조합이 결국 백기를 들고 시공사가 원하는 만큼 공사비를 올려준 결과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목동파라곤'은 지난 21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시공사가 조합원뿐 아니라 일반분양자의 입주까지 막은 지 50여일 만이다. 시공사는 입주를 이틀 앞두고 공사비 약 30억원의 증액을 요구했으며 하루 만에 그 금액은 106억원으로 뛰었다. 조합은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원했지만, 시공사는 3월 1일 입주 날 아파트의 모든 출입구에 컨테이너를 놓고 입주민들의 이사를 막았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푸르지오써밋'도 공사비 증액이 안 될 시 시공사가 '입주 불가' 통보를 했다. 시공사는 증액 비용을 670억원에서 228억원으로 낮추면서 "우리가 정말 크게 양보했다"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사 간에 증액 산출 근거에 대한 이견은 컸다. 검증이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전산화는 보험사들의 숙원이 아니다. 오히려 보험사들에게 손해를 안긴다. 비급여 치료 이력을 실존하는 종이서류로 받아 이제는 구시대적 전송수단이 된 팩스 등으로 전송하기 귀찮아 포기되는 보험금이 적지 않다. 전산화, 자동화가 되면 그동안 포기됐던 비교적 소액 보험금들이 청구될 수밖에 없다. 소액이라고 해도 가입자 4000만명이 1만원씩만 청구하면 4000억원이다. 그래도 보험사들은 전산화 도입을 찬성한다. 보험금이 더 지급돼 올라가는 손해보다 아날로그적인 실손보험 처리에 필요한 대규모 종이문서 등 낭비되는 비용이 더 많아서다. 1년 동안 약 1억건이 넘는 실손보험 청구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3년이면 여의도 면적(2.9㎢)에 해당하는 산림이 실손보험 청구로만 사라진다고 한다. 무엇보다 디지털과 자동화라는 시대적 흐름을 무시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더 크다. 실손보험 전산화는 그래서 보험사가 아닌 국민들의 숙원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실손보험 전산화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국제공항은 '유럽의 관문'으로 불린다. EU(유럽연합)에서 이 도시가 가지는 지리적·경제적 특성도 있지만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면서 수도 베를린이나 남부 지역의 대도시 뮌헨을 제치고 지금의 위상을 갖췄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단순하게 국제노선을 늘리는 방식으로 덩치를 키우지 않았다. 공항 내 유럽 최대 5G(5세대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태양광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공항 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이끈 인물은 스테반 슐테(Stefan Schulte) Fraport AG(한국의 인천국제공항공사 또는 한국공항공사) CEO(최고경영자)다. 도이체방크 출신의 그는 2003년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입사해 IT(정보기술) 서비스 및 투자 사업, CFO(최고재무책임자) 등을 두루 거치며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공항공사 사장이 20년 이상 '장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장 대한민국 간판으로 볼 수 있
미국 국방 기밀 문건의 유출 범인(아직은 피의자)은 불과 21살의 미 주방위군 소속 일병이었다. 당사자인 미국도 당황스럽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제사회도 어이가 없긴 마찬가지다. 한국 등 주요 동맹국에 대한 도·감청 정황은 물론이고 대반격을 앞둔 우크라이나의 전략적인 약점을 드러내 상당수 국가를 들쑤셔놓은 희대의 정보 유출이 20대 현역병의 치기에서 비롯됐다니. 허탈하면서도 간담이 서늘하다. 디스코드에서 'OD'란 아이디로 소그룹 대화방에 기밀문서를 공개한 청년 잭 테세이라는 지난 14일(현지시간) FBI에 체포됐다. 기밀문서 유출이 언론에 보도된 후 8일 만이다. FBI는 체포 후 18시간 만에 테세이라를 법정에 세웠다. 이제 갓 21살 청년에게 '간첩혐의'가 적용됐다. 비밀문서 취급 각서를 쓰고 국가보안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이를 유출해 안보를 해쳤다는 이유다. 미국 같은 글로벌 초강대국에 기밀 자료 유출은 재앙이다. 더구나 미국은 잭 테세이라 전에도 에드워드 스노든, 첼
또 다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쥐꼬리 세금'이 불거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대표격으로 항상 꼽히는 구글이 이번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국내에 납부한 법인세가 단 170억원, 국내 인터넷 기업의 대표격인 네이버(NAVER)가 납부한 법인세 8605억원의 50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부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네이버 1개사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납부한 법인세 총액은 2조1466억원에 이른다. 카카오와 NHN의 3년간 법인세 지출규모도 각각 6228억원, 1176억원에 달한다. 반면 구글코리아의 3년간 법인세 납부액은 405억원, 네이버의 2%도 안되는 규모다. 페이스북코리아의 3년치 납부액을 모두 합해도 단 113억원에 그친다. 이같은 '쥐꼬리 세금'이 가능했던 것은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의 서비스를 글로벌 전역에 제공하면서 막대한 매출수익을 거두고 있음에도 관련한 세금은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 납부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글코
바이오 산업에 봄바람이 분다. 약 2년간 지속된 지독한 시장가치 하락이 멈췄다. 의미 있는 반등이 나타났다. 산업 현장에서 많은 관계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제 정말 봄이 온 걸까. 여러 코스닥 제약·바이오 관련 기업으로 구성한 한국거래소 코스닥 150 헬스케어 지수의 추이는 의미심장하다. 이 지수는 2020년 12월 29일 5639.95로 역대 최고점을 경신한 뒤 지속해서 떨어졌다. 정확히 2년 뒤인 2022년 12월 29일 2261.58로 59.9% 하락했다. 이 기간 국내 증시 바이오의 주가가 폭락했다. 주가 하락률이 90%를 넘는 기업도 여럿이다. 주가 폭락은 단순히 시가총액 숫자의 변화만 의미하지 않는다.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연구개발(R&D) 중심의 바이오는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생존의 기반이다. 외부에서 돈을 수혈받지 못하면 법인을 운영할 수 없다. 그래서 바이오는 다른 산업보다 더 주가가 중요하다. 시장가치가 떨어지고 투자수요가 악화하면 자금을 조달하기
정부·여당이 쏘아 올린 은행 '공공재' 논란이 급기야 야당발 '횡재세' 도입 논의로 확산할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이른바 '은행 초과이익 십일조(갹출) 법안'을 발의했다. 기준금리가 연 1%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금리 급상승기에 은행 이자 순수익이 직전 5년 평균의 120%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이익의 10%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도록 강제하는 서민금융법 개정안이다. 대표발의자는 '사회적 책임법'이라 명명했지만 은행 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법안이다. '횡재세'(Windfall Tax)는 우호적 시장 환경 조성으로 뜻하지 않게 높은 이익을 낸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기업이 특별히 잘 해서가 아니라 '바람에 떨어진 낙과'(Windfall)처럼 외생 변수 덕에 횡재했으니 일부를 환원하라는 게 횡재세의 취지다. 초과이윤에 부과하고 고물가·고금리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을 위해 쓴다는 점에서 '초과이윤세'나 '사회책임세'로 볼 수도 있다. 횡재세는 100년을 훌쩍 넘은 역사적 기
대략 30년 전후쯤 일이다. 매년 추석 명절 마지막 일과로 아버지는 햅쌀 한 가마니를 업무용 겸 자가용인 1톤 트럭에 실었다. 겨우내 밥상에 올릴 식량이었다. 당시 쌀 '한 가마니'의 무게는 80㎏(킬로그램)이었다. 요즘 쌀 '한 가마니'의 무게는 30년 전과 다르다. 대형마트에선 쌀을 10㎏ 혹은 20㎏ 단위로 판다. 요식업을 하지 않는 한 80㎏짜리 가마니로 쌀을 구입하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수확기마다 80㎏ 한 가마니를 고집하시던 아버지도 이제 10㎏짜리 쌀을 사신다. 쌀 한 가마니의 무게가 80㎏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점점 줄어가는 것을 보니 앞으로 30년쯤 뒤에는 아예 한 가마니의 무게는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숫자를 봐도 과거와 달라진 쌀의 위상을 알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이다. 30년 전인 1992년 소비량(112.9㎏)의 절반 수준이다. 쌀 소비량은 1984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