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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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초대 금융 수장인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취임 전 "관치(官治)가 없으면 정치(政治)가 되고, 정치가 없으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내치(內治)가 된다"고 말해 금융권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위세등등했던 이른바 '4대 천왕'(4대 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이런저런 정치적 연줄로 한 자리씩 차지한 금융권 인사들을 대놓고 저격한 것이다. 엘리트 금융 관료의 '관치 옹호론'이란 비판이 나왔지만 '관치금융'이 '정치금융'으로 변주해 온 현상을 압축적으로 짚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낙하산 인사'의 대명사격인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가 '관피아'(관료+마피아)를 넘어 '정피아'(정치인+마피아),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 등으로 외연을 계속 확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실·밀실·보은 인사를 상징하는 '낙하산'은 1961년 5·16 쿠데타로 들어선 군사 정부(제3 공화국) 시절 처음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권력을 잡은 군인들이 공공·민간의 각종 요직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예산안이 공개됐다. 총 지출 604조4000억원. 예산 600조원 시대의 시작을 차기 정부의 몫으로 돌리려던 문재인 정부가 결국 스스로 그 문을 열어젖혔다. 내년도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원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2%다. 지난해 2021년도 예산안 제출 당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전망했던 2022년도 국가채무비율 50.9%에 비해선 0.7%포인트(p) 낮다. 예산안을 발표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모습은 유명한 '물 반 컵' 일화를 떠올리게 했다.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봐야 할까, 물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봐야 할까. 잠시 시계를 1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해 내놓은 한국판 재정준칙이 '맹탕'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현재 흐름이라면 2025년 도입 첫 해부터 준칙을 준수하기 어렵다"고 수차례 반박했다. 겨우 0.7%포인트 차이를 두고 지난해까지 물(빚)이 "반 컵이나 찼다"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시절 벌어진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실명이 기재된 판결문이 오간 점, 이 파일에 '손준성(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보냄'이라고 표기돼있던 점은 이번 의혹에 검찰이 개입했다는 의심을 증폭시킨다. 검찰이 총선 직전 범여권 인사 11명의 이름이 기재된 고발장을 야당 의원에게 건넨 게 맞다면 중대한 국기문란 사건이다. 정황상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검찰이 움직였다고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고발장에도 "총선에 앞서 신속한 수사를 진행하여 엄히 처벌함으로써 국가와 사회, 피해자 개인들에게 미치는 중대한 해악을 신속히 중단시켜 달라"는 대목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고발을 사주하고 이를 다시 검찰이 수사한다면 사실상 고발장 그대로 수사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결론을 정해놓은 수사에 정치 수사까지. 이번 의혹이 사실이라면 검찰 적폐로 꼽혔던 모든 관행들이 바로 직전 총장 시절까지 그대로 답습됐다는 얘기가 된다. 당사자인 손
오는 14일 서울을 비롯한 6개 도시 지하철이 멈출 위기에 처했다. 전국 주요 지하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사상 초유의 사태다. 노조는 구조조정 철회, 무임승차 공익서비스 비용 국비 보전 등을 요구하고 있다. 1971명의 구조조정 요구안을 받은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입장이 가장 강경하다. 지난달 31일 노사는 48일 만에 만났지만 아직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노사 갈등의 원인은 '적자' 지하철이다.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승객이 줄었다. 지하철 요금은 수년째 동결 중이다. 무임승차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악재만 쌓이다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지난해 6개 지자체 지하철 운영기관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서울교통공사가 1조113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도 1조6000억원 안팎의 손실이 예상된다. 재정난에 대한 해법으로 공사는 구조조정 등 경영합리화 방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
서비스를 돌연 중단하며 구매자들을 불안에 빠뜨린 머지포인트 판매의 대부분은 티몬, 위메프, 지마켓,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 이뤄졌다. 지난 4~5년간 20%에 달하는 할인율과 수만 곳의 가맹점(이용처)를 내세워 머지포인트 판매에 열 올렸던 오픈마켓들은 문제가 불거지자 '단순 거래중개자'라며 발을 뺐다. 머지포인트 사태뿐 아니라 오픈마켓은 그동안 거래 관계에서 일어나는 분쟁이나 문제 등에서 비슷한 입장을 취해 왔다. 짝퉁 판매 등 저작권 위반이나 결제, 배송 지역, 환불 등에 대한 분쟁 문제 등에서 책임을 지지 않아 왔다. 원칙적으로 제품에 대한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오픈마켓을 포함한 e커머스 업체들의 책임이나 의무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업체들의 규모도 크게 성장했고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이나 구매 과정에서의 e커머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온라인 쇼핑 특성상 중소 판매자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상황에
"예견된 결과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제기한 해외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에서 금융감독원이 패한 데 대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금감원은 DLF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의 불완전판매를 문제삼아 금융 CEO들에게 줄징계를 내려왔다. 현재 중징계를 받은 금융 CEO들만 10명에 이른다. 금감원이 금융 CEO에게 중징계를 내릴 때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무리수'라며 갸우뚱했다.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충분하고 소송시 승산이 있다고도 봤다. 금감원이 근거로 내세우는 지배구조법 상 '내부통제 미비'가 CEO를 제재 할 법적 근거로는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면서다. 이번 재판부 결과도 예측대로였다. 재판부는 "현행 금융사 지배구조법령 아래에서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아닌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으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해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재 필요성만으로는 법적 근거 없이, 혹은 제재처분의
제도권 검증을 거친 신약의 성공 확률은 0.01%다. 극단적으로 좁은 관문 탓에 도전에 실패할 경우 "알고도 투자를 끌어들여 사욕을 채우려 한 것 아니냐"는 비난에 종종 직면한다. 성공만 하면 천문학적 이익을 낼 수 있기에 바이오인들은 물론 투자자들의 시야가 욕망 앞에 흐려지기도 한다. 바이오 시장에서 '사기'와 '투기'를 두부자르듯 판별해내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바이오 시장에서도 전 세계적으로도 '명백한' 사기로 유명한 인물이 있다. 미국 진단업체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다. 피 한방울로 무려 250개 질병을 잡아낼 수 있다는 진단키트를 개발했고 2015년 테라노스의 시장 가치는 90억 달러(약 10조5000억원)로 평가됐다. 포브스는 45억 달러 가치의 주식을 보유한 홈즈를 세계에서 제일 부유한 '자수성가형 여성'으로 꼽았다. 이처럼 그가 쌓아올린 숫자와 평판은 거짓 위에 서 있었다. 테라노스의 진단력은 사실 지멘스의 기기로 몰래 검사해주는 수준에 불과했다
"현대차는 고장이 없다는 게 해외에서도 여론이다. 우리가 800만대 생산·판매를 하게 되면서, 질적으로 얼마나 좋아지느냐가 더욱 중요해졌다." 2016년 당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현 명예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다시 한번 '품질 경영'을 강조하고 나섰다. 판매량이 800만대를 넘어서면서 차량 품질 문제가 터져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던 일본 토요타와 미국 GM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가 담겼다. 실제로 토요타는 2009~2010년 브레이크시스템 결함에 따른 급발진 의혹을 부인하다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창업주 손자인 아키오 토요타 사장이 미국 하원 청문회장에 불려 나와 "모든 것은 제 잘못"이라고 고개를 숙였고, 전 세계적으로 1200만대 이상이 리콜 조치됐다. 리콜 비용만 24억달러가 들어갔고 미국 정부엔 역대 최대 규모인 12억 달러를 벌금으로 냈다. 무엇보다 '품질만큼은 최고'라는 일본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깨진게 치명적이었다. GM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새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제2벤처붐의 성과와 미래를 점검하기 위한 'K+벤처'(K애드벤처) 행사에 참석, "세계 4대 벤처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 국정성과 홍보의 키워드는 '창업'이다. 청와대 시그널에 맞춰 해당 부처들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련기관들의 최근 활동이 이런 흐름에서 더 도드라져 보인다. 과학기술·경제분야 대통령 헌법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지난 24일 공동개최한 심포지엄에선 한결같이 '코리아 패러독스'(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에도 기업의 실적이나 경제 성장세가 시원치 않은 현상)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연구·개발 결과가 사업화로 원활히 연결되지 않는 괴리현상이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기술패권 경쟁격화, 기후변화에 대응한 산업의 전면적 개편 속에 연구·개발 투자의 성과와 효율성에 대한 보다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
통계청이 지난해 출생통계를 확정했다. 지난해 출생아수는 27만2337명. 약 55만명이었던 2001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초저출산이라는 말도 이젠 새삼스럽지 않다. 장기간 이어진 초저출산 기조를 봤을 때 교육, 병역, 산업, 연금 등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구지진(Age quake)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인구구조의 변화를 지진에 빗댄 표현이다. 한창 인구절벽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는데, 이젠 인구지진이 더 와닿는다. 표현만 달라졌을 뿐 인식은 다르지 않다. 절벽에서 떨어지든, 지진이 발생하든 재앙과 연결된다. 재앙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정부가 저출산대책을 내놓기 시작한 게 2005년이다. 2000년대 초반 급격한 저출산 기조가 위기감을 높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했고, 이후 5년 단위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지금까지 4차례 나왔다. 하지만 결과만 두고 봤을 저출산대책은 실패했다. 저출산대책은 일관성이 없었다. 대
#1. 목표는 정해졌다. 2050년 탄소중립. 길은 확실하다. "첫째 화석연료를 버린다. 둘째 산업 전반을 저탄소 구조로 바꾼다." 가는 길은 험하다.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NDC) 감축 목표는 '2018년 순배출량 대비 35% 이상'이다. 당장 탄소 다배출 산업군인 철강, 자동차 등의 반발이 거세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한다. 산업생산이 급감하고, 버티지 못한 기업들은 해외로 떠날 거라고도 한다. 과연 그럴까. 산업계 역시 "탄소중립은 반드시 가야하는 길"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다만 속도가 너무 빠를 뿐이라는 거다. 안타깝게도 탄소중립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다. 뼈를 깎고 살을 발라낼 각오가 있어야 한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힘들다고,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발을 빼는 순간 끝이다. 냉혹한 글로벌 시장에서 곧장 도태될 것이다. 해외 이전도 답이 안 된다. 미안하지만 탄소중립은 범 지구적 목표다. #2.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NDC 감축 목표는 '2017년 대비
"상반기 가계대출을 7% 가까이 늘려 올해 목표를 이미 채웠다. 연간 5~6%를 맞추려면 동결이나 그 이하로 가야한다." 금융당국 수장도 아닌 부동산 정책 책임자인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입에서 나온말이다.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19일 몇몇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였다. 지난해부터 폭증한 가계대출을 지금 수준 혹은 그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얘긴데, 사실상 대출을 중단해야 한다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했다. 과장된 표현 아닌가 했지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현실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우리은행이 줄줄이 부동산 대출을 한시 중단하기로 했다. 은행 고객들은 고신용자라서 특정은행 대출이 막힌다고 돈을 못 빌리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은행이 본업인 '대출'을 포기하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더믹 정점인 지난해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포기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도 일부 은행들이 연간 목표를 채울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