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집값을 확고한 하향안정세로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다음 정부에까지 어려움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반전에 성공했다. '확고한' 안정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하향안정세'로 접어든 분위기다. 다음 정부에까지 어려움을 넘기지 않겠다는 '두번째 약속'도 지켜질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언제나 집값을 낮추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는 사이 중요한 문제를 하나 놓쳤다. 전국적으로 집값 양극화가 역대급으로 심화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전국에서 가장 비싼 매매거래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 전용 268.95㎡(2층)로 120억원이었다. 가장 싼 거래는 전남 고흥군 뉴코아 전용 22.68㎡( 2층)로 800만원이었다. 한남동 아파트 1채가 고흥 아파트 1500채와 가치가 같다는 뜻이다.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심화된 집값 양극화는 통계로 확인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3억원, 강남구는 25억5000만원이었다. 경북 아파트값은 2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경북 아파트 13채 값이 강남 아파트 1채 값과 같다. 문재인 정부 출범 시기인 2017년 6월 강남 아파트값은 평균 12억9000만원이었는데 5년새 2배 뛰었다. 경북 아파트는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5000만원 올랐다. 강남과 경북 격차는 5년간 11억5000만원에서 23억5000만원으로 확 벌어졌다.
집값 양극화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1가구 1주택자 우대'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1주택자=선, 다주택자=악'이라는 이분법적인 프레임으로 모든 혜택을 1주택자에 쏟아 부었다. 1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 기준이 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완화됐고, 양도세 비과세 기준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랐다. 반대로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를 넘어 '중중과'가 됐고 종부세도 대폭 올라갔다. 결국 강남에 '똘똘한 한채'를 확보한 1주택자가 최후 승자가 됐다.
문제는 강남 30억원짜리 1채 소유자가 지방 5억짜리 아파트 3채 소유자보다 '혜택'을 더 받아야할 당위성이 과연 있느냐다. 투기적인 다주택자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다주택자의 긍정적 역할도 엄연히 존재한다. 다주택자들은 40%에 달하는 무주택자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반대로 '투기적' 1주택자들도 많다. 본인은 경기도에 전세 살면서 '영끌'로 강남에 갭투자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지방 다주택자의 양도세가 강남 1주택보다 3배 이상 많은게 과연 '공정'한가. 이재명, 윤석열 대선후보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다주택자=악' 프레임에 균열은 시작됐다. 하지만 근본적인 프레임 전환은 아니다. 주택 보유 숫자로 규제하는 현행 틀이 유지되는 한 집값을 떨어뜨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집값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다주택자라면 양도세 완화 시기를 틈타 다주택을 정리하고 그 돈으로 '강남 똘똘한 한채'를 다시 사는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어서다.
근본적으로 보유주택 숫자가 아니라 집값 합산금액 기준으로 과감하게 정책의 틀을 바꾸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차기정부 부담으로 넘기게 된 '양극화'에 적극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독자들의 P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