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시장
'법과 시장' 칼럼은 각종 송사 현장을 누비는 변호사들의 눈으로 경제를 읽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칼럼입니다. 나날이 복잡해지고 다양화되는 경제 관련 사건에 대해 법률 전문가적인 명쾌한 해석과 분석으로 독자들의 안목을 넓혀줄 것입니다. 또 시장에서 요구되고, 통용되는 법 논리와 경제 논리 간의 충돌점과 접점을 찾아내 대안을 제시하는 길라잡이 기능도 합니다. '법과 시장' 칼럼은 격주 월요일마다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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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가 폐지된 후 배우자의 불륜 상대방이 배상해야 하는 위자료 액수를 획기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여기서 위자료는 이혼시 받는 금원 전체가 아니라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만을 뜻한다). 외도를 형사적으로 응징할 수 없게 됐으니 외도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는 것을 막으려면 위자료 액수라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10년 넘게 가사사건을 다룬 필자로서는 '과연 그럴까?' 싶다. 간통죄 폐지 전 과연 간통죄가 가정파괴를 '예방'하는 기능을 했는지부터 매우 의문이다. 그동안 간통죄는 형사처벌을 꺼리는 불륜 배우자와 외도 상대방을 압박해 이혼시 돈을 더 받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돼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륜 상대방의 위자료를 획기적으로 올려 간통죄의 가정보호기능을 대신하도록 하자는 주장은 현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형사처벌로도 못 막던 것을 위자료 액수를 올린다고 막을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배우자의 불륜 상대방이 지급하는 위자료 액수를 지금보다 올려야 한다는 데는 찬성이다. 현재
법원의 전통적인 분쟁 해결 방식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가까운 예로 지식재산분쟁의 경우 법원보다는 대체적 해결이 오히려 대세인 실정이다. 대체적인 분쟁 해결 절차의 대표적인 예는 중재와 조정이라 할 것이다. 물론 중재는 대체분쟁절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제적인 분쟁에서는 국제적인 집행력도 많이 활용된다. 그런데 더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할 제도가 바로 조정제도이다. 일반 실무가 입장에서는 조정에 대해 다소 부정적일 수도 있다.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당사자들이 조정을 통해 원만하게 합의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판결도 가장 나쁜 화해보다 못하다는 법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지식재산활용 및 분쟁해결과 관련해 해외 사례를 연구하고자 하버드 로스쿨 등을 방문했다. 하버드 법과대학의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파이낸싱 전문교수 및 동아시아연구소 관계자들과도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로스쿨에서 협상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현지 조정과 중재를 전담하는
우리나라에 있는 돈이 모두 5000만원이고, 인구도 같은 수라고 해보자. 단순하게 국민 각자가 1원씩 가지고 있으면 빈부격차가 없는 이상적인 나라가 될 것이다. 물론 다른 재산적 가치를 모두 돈으로 환산하였을 때 가능한 논리이다. 돈이라는 것이 돌고 돌아서 돈이라고 한다지만 유독 본인에게만 돈이 돌지 않아 돌아(?)버릴 지경에 다다른 사람도 수백만명 이상이다. 살다보면 돈이 오고가다가 결국에는 1000만원 이상 가진 사람부터 줄을 세우면, 100만원 이상 가진 사람, 10만원 이상 가진 사람, 1만원 이상 가진 사람, ·····, 1원을 가진 사람, 그 뒤에는 1원도 없는 사람, 다음으로는 빚만 있는 사람 순이 될 것이다. 빚만 있는 사람이 돈을 벌어서 빚을 갚을 수 있게 되면 다시 국민 모두가 각자 1원씩 가지고 사는 유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렇지 못하다. 빚을 지게 되는 사유도 연대보증계약으로 돈 한 푼 만져보지도 못하고 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우리나라에서도 근래에 이르러 연예, 스포츠 산업 및 광고산업의 급격한 발달과 함께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 등을 광고에 이용하게 돼 그에 따른 분쟁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유명인의 성명, 초상 등은 상품의 선전력과 고객흡인력이 있기 때문에 광고목적으로 이를 사용하는 것이다. 당사자의 허락을 받았다면 별문제가 없겠으나, 허락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분쟁이 발생하곤 한다. 이러한 분쟁에 있어서 유명인들은 자신의 퍼블리시티권이 침해되었음을 주장한다. 퍼블리시티권이란 개념은 우리 법에는 명문규정이 없고 이론과 판례에 의하여 정립된 개념이다. 초상, 성명 등의 상업적 이용에 관한 권리 또는 사람의 초상, 성명 등 그 사람 자체를 가리키는 것(identity)을 광고, 상품 등에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로 정의된다. 저작권법상의 권리는 아니지만 저작권과 유사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현재 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의 인정여부에 대해 사안에 따라 다른 판단
최근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다소 때늦은 감이 있지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 전문 은행이란 무엇인가? 이는 오프라인 점포를 통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영업과 업무를 하는 은행을 말한다. 최초의 인터넷 전문 은행은 1995년에 설립한 미국의 Security First Network Bank로 알려져 있다. 일본도 2001년에 일본 최대의 유통기업이 Seven Bank를 설립했다. 다만 싱가포르와 홍콩은 인터넷 전문 은행에 대한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 전문 은행을 둘러싼 논란은 무엇인가? 금산분리, 대면본인확인의무, 최소자본금 그리고 전자금융거래에서 금융소비자의 실효성있는 보호문제가 주로 문제가 된다. 현행 은행법 제16조의2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의 4%이하만 취득할 수 있다. 이는 은행의 사금화 내지 부실화 방지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논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 다만 이 규정은 국내 은행들이 주
필자는 6개월 전쯤 비트코인(bitcoin) 사업을 운용하는 스타트업 기업 고객으로부터 특허출원 의뢰를 받았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관련 기술에 대해 고심을 하며 해당 기업에 유용한 권리범위를 가지는 특허명세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3달 전쯤 상기 스타트업 기업이 20여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는 단순히 해당 기업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에 점차 큰 관심이 몰리고 있는 하나의 신호로 보인다. 이러한 관심은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다.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의 윈도우 시스템 등을 통해 애플리케이션 등을 구매할 때에 비트코인에 의한 결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뉴욕시는 2015년부터 비트코인 등의 새로운 결제 방식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모바일 결제 등에 비트코인을 허용하기 위한 기초 단계로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올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먼 옛날부터 인류는 재화에 대한 결제수단으로서 현금을 이용해오다가 1950
두달 전 남편이 외도한 사실을 알고 갈등을 겪은 끝에 이혼을 결심한 B씨는 남편의 재산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등기부를 떼어 보고 깜짝 놀랐다. 남편 이름으로 된 집이 큰 시누이에게 '매매'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결혼생활 15년 동안 마련한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가 시누이에게 넘어갔으니 재산 분할을 받지 못할까 걱정된다. B씨는 이같은 상황에서도 재산을 분할받을 수 있는지,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하다. 이같은 사례는 이혼 과정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강산이 바뀌는 세월 동안 가사사건을 다뤄보니 '마음 가는 데 돈 간다'는 말은 진리다. 사이좋게 할던 부부도 이혼할 상황이 되면 재산을 덜 주려고 별별 궁리를 다 하는 상황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같은 '꼼수'는 대부분 별 소용이 없다. 부부 중 한 쪽이 상대방의 재산분할청구권을 침해할 줄 알고도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하면 배우자는 그 행위를 취소하고 원상회복하라고 가정법원에 청
노래가사처럼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살다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그렇게 알게 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 중 하나가 살다보면 너나 나나 모두 빚을 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빚은 종류는 워낙 다양해서 이를 필설로 다 표현할 수도 없다. 빚을 한자로는 채무 또는 부채라고 한다. 채무가 갚아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내용에 중점을 둔 법학도의 표현이라면, 부채는 빚을 짊어지고 있는 상태에 방점을 찍은 경제·경영학도의 표현이다. 어쨌거나 우리 사회에서 빚은 남에게 신세를 진다는 뜻이 강했다. 그래서 빚은 신세를 갚듯이 갚아야 하는 것이지 강제로 갚도록 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이는 빚진 사람(채무자)에게 채권자라는 사람은 엄청나게 고마운 사람일 터인데도 불구하고 빚쟁이라고 낮추어 부르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빚진 사람을 비하하는 말은 애당초 없었다. 최근에야 빚을 갚지 않은 사람 중에서 금융권에서 관리하는 사람을 신용불량자라고 부르다가 이마저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빚
피보험자의 사망으로 인해 수익자가 취득하게 되는 생명보험금은 상속인이 취득하는 상속재산이 아니라 수익자 고유의 재산이므로,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했더라도 생명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상속포기자는 상속인이 아니므로 피상속인이 생전에 부담하는 채무를 승계받지 않는다. 상속포기자가 승계받지 않는 채무에는 조세채무도 포함된다. 이는 이미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 확립된 내용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법률상식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최근 국회에서 상속포기를 한 상속인이 생명보험금을 수령할 경우, 생명보험금을 상속재산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신설해 피상속인의 체납세금을 보험수익자에게 부과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국세기본법 제24조는 피상속인에게 부과된 국세 등에 대해 상속인이 상속받는 재산내에서 납세의무를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상속포기자를 상속인으로 보고, 보험금을 상속재산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신설한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부모가 생전에 가입한 생명보험
최근 방송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의 포맷이 미국 NBC에 판매됐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여러 방송 프로그램 포맷이 중국 등 해외에 수출되고 있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한류에 힘입은 바가 크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방송 업계에서 방송프로그램 포맷 거래가 방송콘텐츠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방송프로그램 포맷은 과연 무엇이고 또한 법적으로는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방송 프로그램 포맷이란 일반적으로 특정 프로그램을 인식시킬수 있는 여러 구성요소를 포괄하는 구성안을 의미한다. 이는 대본이 있는 포맷과 대본이 없는 포맷으로 나눌 수 있다. 대본이 있는 포맷은 일반적으로 쉽게 저작물로 인정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 쇼와 같이 대본이 없는 포맷은 저작물 인정이 다소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실제 각국 법원은 방송 프로그램 포맷을 저작물로 인정하는 데 상당히 소극적이다. 방송 프로그램 포맷을 아이디어와 표현의 중간 영역으로 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중 최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 기술과 투명 디스플레이(transparent display) 기술이 화제가 되고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은 말 그대로 휘어질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말한다. 휘어지는 TV, 휘어지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같이 딱딱한 물체보다 부드러운 것에의 동경이 소프트 일렉트로닉스(soft electronics)로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직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전면적으로 상용화되고 있지는 않은 시장 상황에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UI 기술과 관련된 특허가 얼마나 선점되어 있을까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해당 분야에서의 특허출원건수는 생각보다 이른 시기인 2000년 근방부터 검색된다. 이후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해 1년에 30~40건의 특허가 출원되는 등 급격히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2년에는 무려 84건의 특허출원이 일어나고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UI 기술 분야에
원칙적으로 우리나라 이혼소송에서는 '재판상 이혼사유'의 존부를 따져 이혼사유가 없을 경우에는 이혼청구를 기각하도록 돼 있다. 이렇게 한 쪽에 잘못한 사유가 있어야 이혼판결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은 법을 '유책(有責)주의'라고 한다. 민법 제840조에 규정된 재판상 이혼사유를 보면 '3년 이상 생사불명, 배우자의 폭언·폭행 등 부당한 대우, 외도'등 누가 봐도 '그렇게는 못 살지'하는 생각이 들만한 이유들이다. 하지만 부부사이가 깨지는 사유가 어디 그뿐이던가. 뚜렷한 재판상 이혼사유는 없지만 부부 사이가 깨져 이미 부부라고 할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부부관계가 파탄됐다면 당사자들의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이혼시켜줘야 한다는 입장은 '파탄주의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이혼소송의 판단기준은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파탄주의를 보완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의 느낌은 이제 가정법원의 대세는 파탄주의라는 것이다. 사례들을 보자. #1. 남편 70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