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방송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의 포맷이 미국 NBC에 판매됐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여러 방송 프로그램 포맷이 중국 등 해외에 수출되고 있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한류에 힘입은 바가 크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방송 업계에서 방송프로그램 포맷 거래가 방송콘텐츠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방송프로그램 포맷은 과연 무엇이고 또한 법적으로는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방송 프로그램 포맷이란 일반적으로 특정 프로그램을 인식시킬수 있는 여러 구성요소를 포괄하는 구성안을 의미한다. 이는 대본이 있는 포맷과 대본이 없는 포맷으로 나눌 수 있다. 대본이 있는 포맷은 일반적으로 쉽게 저작물로 인정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 쇼와 같이 대본이 없는 포맷은 저작물 인정이 다소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실제 각국 법원은 방송 프로그램 포맷을 저작물로 인정하는 데 상당히 소극적이다. 방송 프로그램 포맷을 아이디어와 표현의 중간 영역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 프로그램 포맷에서 소재의 선택과 배열, 구성에 창작성이 있다면 편집저작물로 인정돼야 할 것이다. 나아가 저작권 침해여부, 즉 유사성판단기준 역시 명확하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간 일반 어문 저작물 등에서의 유사성 판단기준을 막연히 적용해 다소 혼선이 발생된 점이 없지 않다.
예를 들어 보면 Castaway사건에서 네덜란드 법원은 외부와 차단된 소그룹 구성원의 생활을 묘사한 Survivor 프로그램의 포맷을 12개의 요소가 혼합된 독창적인 저작물로 인정했다. 그러나 표절의혹 프로그램의 경우 그중 9가지 요소가 유사하지만 저작권 침해는 아니라고 판시했다. 하나는 섬에서 카메라맨이 계속 따라다니지만 다른 프로그램은 집에서 카메라가 고정된 형태라는 점 등에서 서로 상이하고, 개별 요소들이 구체화된 형태에서 차이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같은 결론은 일반 어문저작물의 유사성 판단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포맷 고유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막연히 일반 어문저작물의 판단 기준을 적용한다면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는 사안이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따라서 포맷이라는 편집저작물의 특성을 고려해 창의적인 주요 요소만을 추출, 그 주된 요소 사이의 유사성여부가 판단돼야 할 것이다.
브라질 법원은 TV Globo 사건에서 포맷의 저작물을 인정하고 나아가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했다. 문제가 된 사안은 Big Brother 라는 프로그램 포맷의 표절 여부였다. 즉 일정시간에 한 집에 감금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프로그램 포맷에 대한 표절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브라질 법원은 모든 방송과정 등을 기재한 포맷 바이블을 통해 두 프로그램이 유사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해당 표절의혹 포맷이 원포맷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저작권침해가 인정된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여전히 포맷의 저작물 인정에 소극적이므로 이에 대해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포맷 표절 분쟁에서 저작권법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비밀유지계약법리 내지 상표법 등 추가적·예비적인 적용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먼저 표절의혹 프로그램 포맷이 소비자 등에게 원포맷과의 출처 등에 대해 혼동을 주거나, 아니면 원포맷의 명성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포맷거래 협상과정에서의 비밀유지계약에 의해 해당 비밀사항을 무단 사용하는 행위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프로그램의 제목이 유사한 경우 상표법위반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추가 대비책의 하나로서 포맷표절분쟁사안에서 대체적인 분쟁해결방안(ADR)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포맷의 국제기구인 포맷 등록 및 보호협회(FRAPA)에서는 WIPO와 제휴해 방송 프로그램 포맷 중재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법원보다는 포맷에 관한 전문성이 충분히 확보된 이같은 중재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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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포맷거래 협상 전에 미리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며 WIPO 중재조항 등을 명문화해야 할 것이다. 포맷을 창작할 때는 초기부터 포맷 바이블을 반드시 작성하고 나아가 FRAPA에 그 포맷을 등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서 FRAPA에 가입하기로 했다고 하니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그나마 다행스럽다. 차제에 방송 프로그램 포맷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국내에 포맷 등록기구의 설치를 검토하는 등 범사회적인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한류가 좀더 활발해지고 나아가 법적인 권리를 주장해 좀더 실효성있는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반 인프라가 하루속히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