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각 분야 전문가들이 AI, K뷰티, 개인정보보호, 경영전략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여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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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랜만에 중국으로 출장을 오게 됐다. 20여년 전 생활용품 기업에서 근무할 때 처음 중국에 출장을 온 기억이 떠올랐다. 아직 인민복을 입고 있는 노인들과 왠지 생활수준이 낮아 보이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과 향 차이가 가득한 낯선 음식들도 인상적이었지만 변화가 시작되는 폭발하기 직전의 터질 것 같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중국 공무원들은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했고 함께 갔던 투자자들도 기대가 가득했다. 반면 10여년 전 글로벌 IT기업에 다닐 당시엔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일부 시장의 주도권을 중국 제품들이 빼앗아 가기 시작했고 떨어지는 중국 내 시장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미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의 생활수준은 한국을 앞섰고 이전에 방문했을 때 본 장방형의 큰 건물이나 인민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필자가 속한 IT분야는 한국 제품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고 세계
옛날 어느 스님이 열심히 기도하는데 허공에 부처님이 나타나서는 "그대의 욕망이 성불을 막고 있으니 그대의 소중이를 잘라라!" 해서 그 말을 들은 스님은 성불하기 위해 자신의 소중이를 잘랐다고 한다. 결국 허공에 나타난 부처님도 사라지고 자신의 소중이도 사라졌다는 슬픈 일화다. 종종 사찰 주변에 허공과 대화하며 삿대질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무엇을 보고 누구와 대화하는 걸까. 내 눈에는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데 보고 듣는 사람들은 참으로 신통하다. 하지만 웃을 수 없는 것은 그들은 대부분 그런 신통한 현상들 속에서 고통받기 때문이다. 그들의 세상은 깨어서 꾸는 나쁜 꿈과 같다. 마음속에 일어나는 찰나의 불안이 허상을 만들어내고 그것들과 소통한다.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이런 사람이 많다. 참선을 하는데 신비로운 체험을 하거나 기도를 하는데 어떤 것을 보거나 듣는 등의 일도 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자신의 경지가 높아졌다고 여기고 자랑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경험에 집착하고 계
전라남도 강진에 잠둥어를 직접 잡아다 잠둥어탕을 파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20여 년 전 아버지와 답사를 하다가 동네 맛집으로 만났다. 순임이란 이름을 가진 식당 사장님은 매일 새벽이면 벌(뻘)로 가서 직접 잠둥어를 잡으신다고 했다. 몇 해 전 벌에서 잠둥어를 잡는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잡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 방송을 보면서 순임 아주머니가 진짜 힘들게 장사를 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순임 씨는 고단 할 만도 한데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매일 물 때에 맞쳐 고기를 잡으로 나갔다. 그 노력과 성실함 때문인지 다행히 지역의 맛집으로 알려졌고, 장사도 제법 됐다. 몇 해 전 강진을 방문할 일이 생겨 오랜만에 그 식당을 찾았지만 없었다. 그후 지난해 다시 강진을 찾아 하루 묵을 일이 생겼다. 잠둥어탕의 맛이 그리워 숙소 근처 가까운 잠둥어탕집에 갔다. 그런데 그곳에 순임 아주머니가 하얀 머리의 할머니가 되어 앉아 있었다. 너무나도 반가워 인사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나는 전세사기 피해자다. '빌라왕'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지난해 1월, 불안한 마음에 등기부등본을 열람해보니 집은 가압류돼 있고 임대인이 반환하지 못해 보증보험에서 대위변제 해준 채권액만 무려 49억원이었다. 전형적인 갭투자 전세사기범으로 보유주택만 170여채라고 했다. 이사 와서 잘살고 있는 중에 집주인이 바뀐 건데 나로서는 사기범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나한테도 이런 일이 닥치는구나. 눈앞이 캄캄했다. 만기까지 1년도 더 남았지만 곧장 전세금 반환소송을 걸었다. 6개월 만인 7월에 승소판결을 받아 집행권원을 확보했다. 강제경매를 신청했고 해를 넘겨서야 매각기일이 잡혔다. 이제 다음주면 길고 캄캄하던 전세사기 터널의 끝이 보일 듯하다. 내가 살던 집을 직접 경매로 낙찰받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소송비용이 만만찮다. 시간도 많이 뺏겼다. 무엇보다 마음이 심란했다. 앞일을 모르는 것만큼 사람을 괴롭히는 게 없다. 신경 쓸 일이 많고 신경 안 써도 될 일마저 신경 쓰였다. 압류,
인공지능(AI) 초격차 시대가 다가온다. 초거대 언어모델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미국을 비롯한 AI 선도국가들은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AI 개발에 뒤쳐진 국가들도 다른 나라의 인공지능에 종속되지 않고 자국의 언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주적인 인공지능 개발을 통해 인공지능 주권(AI sovereignty)을 지키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바야흐로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AI 국가주의(AI Nationalism)가 본격화한다. 우리나라는 초거대·생성형 인공지능 생태계를 보유한 5대 국가 중 하나이자 글로벌 국가 인공지능 경쟁력 순위 6위로 세계 상위 수준이지만 가장 앞선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진다. 영국 데이터 분석 미디어 토터스인텔리전스가 발표한 '2023 글로벌 AI지수'에 따르면 미국(1위)을 만점인 100으로 놓았을 때 중국(2위)은 61.5, 우리나라(6위)는 40.3에 불과했다. 세계 주요 국가가 미래 사회의 핵심 기
뉴미디어의 발달이 정보와 지식의 흐름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더이상 우리는 중앙에서 내려주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개인들의 경험과 지식이 연결된 네트워크 안에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고 구한다. 언론이 통제되던 시기에는 대중의 눈과 귀를 쉽게 가릴 수 있었겠지만 오늘날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디어를 통해 얻는 것은 단순히 뉴스만이 아니다. 전문적인 지식들도 다양한 루트를 통해 공유된다. 대학의 강의실에서 얻은 정보가 녹색창을 통해 찾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때도 많다. 그래서 교육도 변해간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심어주기보다 생각하는 방식을 가르치는 것이 강조된다. 사유 방식의 고유함을 사유의 내용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지식의 양을 자랑해봐야 컴퓨터는커녕 백과사전에도 못미치니 전통적 지적 권력 또한 해체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민주적이고 평등한 지식을 환영하지만 우려도 생긴다. 지식과 정보의 흐름이 빠르고 그에 대한 반응의 공간도 드러나 있다
1986년 10월 서울 아시안게임이 성황리에 마무리될 무렵 세상에 없던 예술작품이 선을 보였다. 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은 서울과 뉴욕, 도쿄를 위성으로 연결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우주 오페라 버라이어티쇼'를 펼쳐냈다. 작품의 제목은 '바이 바이 키플링'(Bye Bye Kipling)이다. '키플링'은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러디어드 키플링(1865~1936년)을 말한다. 키플링은 당시 영국 식민지인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나 짧은 시절을 보낸 뒤 본국인 영국에서 수학했다. 장학생으로 옥스퍼드대에 진학하고자 했으나 실패하고 인도로 돌아와 신문기자로 일하며 많은 글을 썼다. 그리고 그간의 성과를 발판으로 1889년 인도를 떠나 미국, 영국으로 이주했고 계속 여러 작품을 발표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07년에는 영어 저작으론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위원회는 "뛰어난 관찰력, 남다른 상상력, 샘 솟는 영감에 더해 세계적으로 저명한 작가들을 특징짓는 탁월한 서술능력"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2024년 2월17일 두 번째 H3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3주 전 일본 국립과학박물관과 일본과학미래관, 그리고 JAXA의 쓰쿠바 우주센터에 들렀다. 3곳 모두 로켓엔진을 전시했다. H3 로켓 발사에 성공하기 전이던 당시 상황과 모습들이 기억에 생생하다. H-ⅡA 로켓과 H3 로켓 전시를 보며 가장 재미 있었던 곳은 과학미래관이다. 그곳의 상설전시실은 3층과 4층이다. 4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맨 먼저 보이는 게 H-ⅡA 로켓의 1단엔진 LE-7이다. 부품의 명칭이 실물에 붙어 있고 설명패널들이 전시물을 에워싸고 있다. 그런데 한쪽에는 H-ⅡA 로켓에 관한 설명이, 반대편에는 H3 로켓에 관한 설명패널이 있었다. 해설사에게 H-ⅡA 로켓과 H3 로켓의 가장 큰 차이가 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 신이 나서 바로 대답했다. "H3 로켓은 다음달에 발사 예정인데 성공하면 H-ⅡA 로켓보다 추력이 40% 이상 강하고 발사비용은 반 정
어느 신문에서 '100세 인간 시대'를 다루면서 청려장을 덧붙였다. 결론은 좋은 음식과 의약학의 기적, 공중보건 계획 등이 우리가 오래 살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청려장(靑藜杖)에 명아주(려, 藜)는 잎이 돋을 때가 푸른색이라 청(靑)자가 들어가고 도교(道敎)에서 푸른색은 '영원함과 장수'를 뜻한다고 한다.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짚는 '지팡이가 효자보다 낫다'고 하는데 어느새 필자도 지팡이(杖)에 의지하는 신세가 됐다. 청려장은 한해살이풀인 명아주대(원줄기)로 만든 지팡이로 건강·무병장수의 상징이며 한국에서는 통일신라 때부터 장수한 노인에게 왕이 직접 하사했다고 한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나이 50세가 됐을 때 자식이 아비에게 바치는 청려장을 가장(家杖)이라 했고 60세 때 마을에서 주는 것을 향장(鄕杖), 70세 때 나라에서 주는 것을 국장(國杖), 80세 때 임금이 하사하는 것을 조장(朝杖)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1992년부터 '노인의 날'(10월2일)에 그해 100세
올해 첫 IPO(기업공개) 대어로 꼽히는 에이피알(APR)의 성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에이피알은 2014년 화장품 브랜드 '에이프릴스킨'을 출시하면서 시작했다. 이후 2017년 의류브랜드 '널디', 남성용 화장품 '포맨트', 즉석사진 부스 '포토그레이' 등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성장했다. 이때도 일반적인 화장품 스타트업 기업들에 기대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2021년 선보인 뷰티디바이스 브랜드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 디바이스가 대히트하면서 기업가치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준이 됐다. 물론 에이피알의 성공요소는 여러 가지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마도 기존 화장품업체들보다 한 걸음 앞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일 것이다. 에이피알은 2014년 설립 당시부터 다른 회사들과 다르게 비용이 많이 드는 자사몰 마케팅을 강화하며 독립 판매채널에 힘썼다. 그 결과 누구보다 많은 고객 데이터를 보유했고 이를 통한 분석으로 뷰티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는 말이 있다. 수행자에게는 부처나 조사라는 관념도 깨달음에 장애가 되므로 그것조차 넘어서라는 말이다. 이러한 선불교적 가르침은 모든 종교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반면 믿음에 어떤 조건을 걸어 맹목적인 희생을 강요하거나 순수한 기부에도 조건과 세속적 보상을 덧씌워 기만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을 볼모로 달콤한 보상을 약속하며 지배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우리의 구원과 해탈은 욕망과 두려움을 안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경엔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한다. 재산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욕망을 품고는 천국에 갈 수 없다는 말이다. 아등바등 이기려고 하는 자존심을 버리고 가장 낮은 곳도 마다하지 않을 때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고 그 어떤 존귀함이나 성스러움을 바라는 마음을 버렸을 때 마침내 스스로 존귀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모든 가짜는 무엇을 하면 구원을 얻거나
시급 440원 인상과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학내 시위를 펼친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을 재학생이 고소한 사건이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주로 점심시간에 집회를 벌였다. 소음으로 일부 수업과 학생의 자율학습에 방해가 생기기도 했지만 대부분 학생은 그들의 절박함을 이해하고 지지했다. 졸업생들은 부끄러움마저 느꼈다. 연세대 출신 법조인 26명은 후배들의 소송이 부적절하다며 청소노동자들을 위해 무료변론에 나섰다. 얼마 전 법원은 재학생 2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을 부담하라고 선고했다. 재학생들은 항소의사를 밝혔다. 먼저 분명히 할 것은 '이대남' 담론이 20대 남성 전체를 일반화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청소노동자들을 고소한 것은 연세대 안에서도 구성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돌출적 행동이다. '이대남'이란 공동체 의식 없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구분하지 못하고 왜곡된 공정감각을 가진 일부 20대 남성을 지칭하는 용어여야 한다. 그들만의 일그러진 이름이다. 한 설문에서 이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