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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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착공을 앞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이 또다시 난관에 부딪쳤다. 핵심 기반시설인 공업용수 문제를 놓고 취수원인 여주시가 기존 합의를 뒤집고 추가 상생협력 방안 없이는 관로설치를 허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클러스터 조성계획이 발표된 지 3년이 지나서야 겨우 착공이 눈앞에 와 있는데 지자체의 변덕으로 새로운 요구사항에 대해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여의도의 1.5배 규모 부지에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반도체 생산기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일자리 3만개, 생산유발효과 513조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88조원에 달할 만큼 경제효과도 상당하다. 새 정부가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목표로 기업투자를 총력지원하기 위해 내세운 첫 사업이지만 지자체의 갑작스러운 입장변화로 착공도 미뤄지게 됐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 속에서 경쟁국 기업들은 막대한 지원을 받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지자체의 전향적 협력이 아
"나는 완전히 붕괴됐어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서 남자주인공이 그동안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한 위험과 그 결과에 대해 던진 말이다. 붕괴는 한 번에 오지 않는다. '물에 잉크가 퍼지듯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온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아니 이미 붕괴 수준으로 가는 느낌이다. 45억년 전에 만들어진 지구는 5차례에 걸쳐 생물체의 대멸종을 겪었다. 2억5000만년 전 고생대 페름기 말에 일어난 3차 대멸종으로 지구상의 생명체 95%가 사라졌고 2억년 전 4차 대멸종으로 생물의 80%가 사라졌다. 6600만년 전 백악기 말 5차 대멸종에선 전체 종의 75%가 사라졌는데 그 직전에 크게 번성한 공룡 등 파충류가 대부분 멸종했다. 이후 신생대로 넘어오면서 종 다양성이 크게 늘었고 현생 인류 호모사피엔스는 600만~800만년 전 침팬지와 공동조상에서 분화해 현존하는 동물의 단일종 중 가장 큰 집단이 됐다. 최근 기후변화가 극단으로 치달아 과학자들 사이에서 6차 대멸종에 대한
지난 8월23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규제샌드박스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전문성·객관성에 기반한 신속 과감한 판단이 가능하도록 심사체계를 개선하고 제도운용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 제고 및 지원체계를 보완·강화하되 사후책임성 확보를 기도한다는 것이다. 규제샌드박스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조건하에서 상용화해 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의 전부 또는 일부 적용을 배제하는 것을 말한다. 2016년 6월 영국이 도입한 후 현재 50여개국이 운용한다. 국내 금융분야는 2019년 4월 도입 이후 올해 7월 기준 211건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과 135건의 서비스 출시로 총 3조7000억원의 투자유치 등 핀테크산업의 저변확대에 기여했다. 금융과 IT의 융합은 금융소비자의 편익제고와 합리적인 금융생활을 돕는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출현기회를 제공하는 이점도 있지만 신상품과 서비스가 시장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혁신금융서비스의 시장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테스트기회
어디서나 제일 많이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택시기사와 IT 개발자 부족 상황은 언론을 통해서 많이 언급됐지만 사실 모든 분야에서 인력확보는 제일 어렵고 힘든 일이 돼가고 있다. 공장이나 농·어업현장뿐만 아니라 식당, 건설현장, 간병, 교육 등 거의 모든 곳에서 인력부족은 상시적이다. 급여 수준이 높은 곳 역시 마찬가지다. IT 개발자뿐만 아니라 반도체, 의료기관, 로펌 등도 인력부족을 호소한다.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공무원 역시 경력 5년 미만 직원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퇴직이 반복되고 있다. 인력부족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인구구조가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노동시장은 연령에 따라 은퇴와 진입이 이뤄지는데 현재 은퇴연령에 이른 만55~59세의 경우 423만명인 데 비해 진입이 시작된 20~24세의 경우 339만명이기 때문에 단순계산으로 앞으로 5년 동안 약 80만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문제는 더 커진다. 5년 후
금리가 오른다. 예금금리도 오르고 대출금리도 오른다. 돈 많은 사람은 환호하고, 빚 많은 사람은 죽을 맛이다. 뉴스에서는 빅스텝이니 자이언트스텝이니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이 난무한다. 집 장만하느라 무리하게 받은 대출 이자가 폭증해 허리가 휜다. 시장금리인 국고채 3년물 월별 금리 추이를 보자. 지금 보면 놀라 쓰러지겠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4월에 17.13%까지 올랐다. 이후 다소 굴곡은 있었지만 2020년 7월 0.83%를 기록할 때까지 대체로 하락하는 모양새다. 그래프를 보면 마치 산꼭대기에서 하산하듯이 내림새가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금리 하락세, 그에 따른 저금리 세상은 여기서 끝난다. 이후 2022년 6월 3.48%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그래프 모양이 마치 하산하다가 갑자기 절벽을 타고 오르는 모습이다. 시장금리가 약 2년 만에 4배가 넘게 올랐다. 저금리 세상에서 고금리 세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과거의 달콤했던 저금리 세상은 떠나버린 첫사랑처럼 다시는
민주국가의 지도자는 말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함으로써 정치적 지지를 얻는다. 진실을 왜곡하고 유권자의 마음을 교란하는 궤변을 늘어놓기는 쉽지만 최고 덕목으로서 웅변술을 갖추기는 어렵다. 육체의 사용보다 언어의 사용을 더 고유한 인간성으로 본 아리스토텔레스도 같은 고민이었다. 그 결과물이 기원전 4세기 저서 '수사학'(修辭學, The Rhetoric)이다. 그는 언어의 부당한 사용을 막고자 그 내용과 형식을 '로고스'(logos, 분별과 이성) '파토스'(pathos, 희로애락의 감정) '에토스'(ethos, 도덕률과 시대정신)로 구분해 논했다. 로고스와 에토스를 중시했지만 파토스의 변증법도 무시하지 않았다. 바야흐로 '파토스 정치'의 시대다. 먼저 외교무대를 보자. 외교는 말로 하는 전쟁, 전쟁은 무기로 하는 외교다. 대만 방문을 둘러싸고 벌어진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와 중국 당국자의 설전은 파토스 정치의 정수를 보여줬다. 펠로시 의장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 국제연대
2022년은 녹록지 않다. 팬데믹 질병인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이 동시에 진행 중인 2022년은 수십 년간 경험하지 못한 시간이다. 세계적으로 경기침체와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이때, 대한민국의 벤처투자액이 상반기에 4조원을 돌파했다는 사실은 갈채를 보낼 사건이다. 이러한 성과의 핵심동력은 2005년 결성된 정책모태펀드인 한국벤처투자다. 정책목표 시장은 시장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시장실패(market failure)의 영역이어야 하며 민간 투자업체를 구축(driving-out)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불확실성이 크고 혁신을 창출하는 벤처투자 시장이 정책모태펀드에 제격인 영역이다. 한편 지난 8일 금융위원장은 민간의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민간주도형 모태펀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벤처투자 시장이 성숙단계에 이른 만큼 정부 주도 대신 민간 주도의 모태펀드 조성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업계는 세계적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대표적 고유권한이다. 오직 민심과 역사의 평가를 받을 뿐 법률의 제한이나 국회의 견제 밖에 있다. 그래서 '사면의 트렌드'에는 민심과 시대상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민주화가 진행되던 시절 사면 소식에는 '역사 바로잡기' '민주주의 회복' 등의 제목이 달렸다. 6·29선언 직후인 1987년 7월9일 김대중 전 의원(당시 직함)을 필두로 10여년 동안 권위주의에 저항한 야당 정치인, 재야운동가, 노동운동가, 조작간첩 등이 주된 사면 대상이었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인이라는 정치거목이 상의해서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을 사면한 이후부터는 주로 '국민통합'이 키워드였다. 국민통합이라는 이름 아래 선거사범, 정치자금법 위반자들이 사면리스트의 윗줄을 장식했다. 누가 집권하든 여와 야를 골고루 섞는 관행이 정착됐다. 이런 관행으로 인해 사면에 대한 정치권의 시비는 줄었지만 여론은 점점 싸늘해졌다. 어느 땐가부터는 기업인이 사면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민통합'에
고등학교 때 일이다. 하루는 체력검사가 있었는데 나는 턱걸이를 하나도 못했다. 달리기도 윗몸일으키기도 공던지기도 높은 점수였지만 턱걸이는 0점이었다. 옆에 계신 체육선생님이 "혹시 너 야구 투수했었니"라고 물으셨다. 그래서 중학교 때 매일같이 야구를 했고 투수를 맡았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은 "원래 투수를 하면 근육 쓰는 것이 달라서 턱걸이를 잘 못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특정 운동을 열심히 하면 다른 운동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정신적인 일도 그렇다. 역사가와 철학자는 생각의 사용법이 많이 다른데 사물을 볼 때 역사가는 차이를 보지만, 철학자는 공통점을 본다. 그래서 역사가가 철학책을 보면 제멋대로 일반화하는 것 같아 말 잘하는 야바위꾼 같아 보이고 철학자가 역사책을 보면 말만 많고 핵심을 놓치는 수다쟁이 같아 보인다. 몸의 근육만큼이나 생각의 근육도 한쪽으로만 쓰게 되면 다른 일을 할 때 방해가 될 수 있다. 정치는 우리 공동체 전체를 다룬다. 정치가의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재무장관 회의도 빈손으로 끝났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느슨한 해법'이나마 기대한 지구촌에 실망만 안겨줬다.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이후 본격화한 신(新)냉전 구도만 더욱 명확해진 셈이다. 신냉전 체제는 종전과 여러모로 결이 다르다. 공조 의지도 희미하고 내부 조율 메커니즘도 없다. '가치진영'이라고 하지만 각자도생의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뒤섞였다. 자국 이기주의에 따른 '선택적 동맹'에 불과해 보인다. 선택적 동맹과 혼재된 진영고착은 이미 그 부작용을 노출했다. 미국-중국 패권경쟁과 전염병 대유행 시부터 약화된 국제공조 시스템은 이제 소멸단계에 접어들었다. 세계 무역을 주도하는 양대 강국이 무역전쟁을 노골화할 때도 세계무역기구(WTO)는 구경만 했다. 백신·의료장비 등 수출제한 조치가 이뤄지는 때도 마찬가지였다. 만장일치에 발목 잡혀 국제기구로서의 존재감을 스스로 파괴해버렸다. 올해
최근 ESG 추진에 퇴행하는 기류가 일부 나타나지만 탄소중립을 위한 인류의 노력은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진행된다. 우선 우리가 먹는 식료품의 생산, 소비, 유통 등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정보를 담은 '탄소라벨링'을 부착하는 노력이 이뤄진다. 영국 카본트러스트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럽의 소비자 대다수는 식품에 탄소라벨링을 부착하는 아이디어를 지지한다고 한다. 특히 덴마크는 올해 말까지 식품용 탄소라벨을 개발하기 위해 130만달러의 예산을 지출하기도 했고 스웨덴의 카본클라우드는 당해 식료품의 탄소배출량을 계산하고 이를 탄소라벨링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2017년부터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동데이터를 활용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식료품의 탄소비용과 탄소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는 온라인 측정도구인 '디지털 슈퍼마켓'을 만들기까지 했다. 이를 활용하면 농장부터 유통경로에 이르는 각 식료품의 기후발자국을 숫자로 측정해낼 수 있는데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식품은 바로 쇠고기스테이
'강남좌파'란 말처럼 소득과 학력이 정치성향과 어떤 관계가 있느냐의 문제는 동서양의 오래된 논쟁거리다. 이런 문제에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나온 이재명 의원이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7월29일 유튜브 방송에서 "고학력·고소득자들 소위 부자라고 불리는 분들이 우리 민주당 지지자에 더 많습니다. 저학력에 저소득층이 국민의힘 지지자에 많아요. 안타까운 현실인데, 언론 때문입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화두에 경쟁자로 나선 박용진 의원은 "저학력, 저소득층이 언론 때문에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말은 너무나 노골적인 선민의식"이라면서 "정치성향에 따른 국민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의 화두는 2가지 점에서 흥미로운 토론거리를 던져줬다. 첫째, "저학력·저소득층의 국민의힘 지지"는 정말 언론 탓일까 하는 점이다. 지지층 획득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정치인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이탈층을 향해 반성은커녕 계몽의 대상으로 보면서 언론과 국민을 탓하는 게 적절한 태도일까.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