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윤
금리가 오른다. 예금금리도 오르고 대출금리도 오른다. 돈 많은 사람은 환호하고, 빚 많은 사람은 죽을 맛이다. 뉴스에서는 빅스텝이니 자이언트스텝이니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이 난무한다. 집 장만하느라 무리하게 받은 대출 이자가 폭증해 허리가 휜다.
시장금리인 국고채 3년물 월별 금리 추이를 보자. 지금 보면 놀라 쓰러지겠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4월에 17.13%까지 올랐다. 이후 다소 굴곡은 있었지만 2020년 7월 0.83%를 기록할 때까지 대체로 하락하는 모양새다. 그래프를 보면 마치 산꼭대기에서 하산하듯이 내림새가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금리 하락세, 그에 따른 저금리 세상은 여기서 끝난다. 이후 2022년 6월 3.48%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그래프 모양이 마치 하산하다가 갑자기 절벽을 타고 오르는 모습이다. 시장금리가 약 2년 만에 4배가 넘게 올랐다.
저금리 세상에서 고금리 세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과거의 달콤했던 저금리 세상은 떠나버린 첫사랑처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고금리는 현실이다. 저금리에 물들어 있던 우리의 일상, 고정관념 등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워런 버핏은 "수영장의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을 하고 있는지 알게된다"고 했다. 고금리로 유동성이 줄어들면 실력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돈이 넘쳐나던 시절에는 실력이 있는 기업이나 없는 기업이나 다 잘나갔다. 망할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옥석이 가려질 것이다. 실력 없이 값싼 돈의 힘으로 버텼던 기업들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그동안 스타트업, 벤처기업은 웬만한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으면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디어와 기술이 문제였다. 하지만 이제는 돈이 문제인 세상이 도래했다. 최고의 아이디어, 최고의 기술이 아니면 투자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시장에 M&A 매물이 많이 나오고 부실기업도 늘어날 것이다. 최근까지 돈을 은행에 넣어 놓으면 바보 소리를 들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산을 사놔야 재산 증식이 됐다. 이제는 반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바뀐 세상에 슬기롭게 적응해야 한다.
앞으로 금리는 어떻게 될까? 미국 금리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준이 인플레를 잡기로 한 이상 인플레 기대심리가 다시 되살아나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인플레가 확실히 꺾이면 분위기가 달라지겠지만 일단은 상승에 무게추가 있다. 그럼 우리는? 미국이 올리니 따라 올리게 될 것이다. 안그러면 자본유출이라는 무서운 일이 벌어질테니.
하지만 이 대목에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있다. 과연 우리가 미국 따라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대규모 자본유출로 위기를 맞게 될 것인가? 데이터를 가지고 잘 따져봐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금 중 장기자본이 훨씬 많다면 일부 단기자금의 이탈 우려 때문에 무작정 금리를 따라 올릴 필요는 없을 수 있다. 미국은 고용상황도 좋고 경기가 괜찮아 금리 인상에 큰 부담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에 기업부채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 좋지 않다. 고민이 필요하다.
독자들의 PICK!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일반인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슬기롭게 적응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적정 금리인상 수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