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인력 부족의 시대

[MT시평]인력 부족의 시대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2.08.25 02:05

어디서나 제일 많이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택시기사와 IT 개발자 부족 상황은 언론을 통해서 많이 언급됐지만 사실 모든 분야에서 인력확보는 제일 어렵고 힘든 일이 돼가고 있다. 공장이나 농·어업현장뿐만 아니라 식당, 건설현장, 간병, 교육 등 거의 모든 곳에서 인력부족은 상시적이다. 급여 수준이 높은 곳 역시 마찬가지다. IT 개발자뿐만 아니라 반도체, 의료기관, 로펌 등도 인력부족을 호소한다.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공무원 역시 경력 5년 미만 직원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퇴직이 반복되고 있다.

인력부족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인구구조가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노동시장은 연령에 따라 은퇴와 진입이 이뤄지는데 현재 은퇴연령에 이른 만55~59세의 경우 423만명인 데 비해 진입이 시작된 20~24세의 경우 339만명이기 때문에 단순계산으로 앞으로 5년 동안 약 80만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문제는 더 커진다. 5년 후부터 은퇴를 시작하는 50~54세의 경우 433만명인 데 비해 15~19세의 경우 251만명으로 차이는 182만명으로 확대된다. 앞으로 10년 최소한 260만명의 인력이 부족한 것이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고용규모는 확대되지만 오히려 인력공급은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력이 부족하면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급여 수준이 상승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이런 현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인력과잉의 상황 속에서 저렴한 인건비로 다수의 인력을 장시간 투입해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노동에 대한 인식 역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낮은 급여에도 특정 직장이나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기보다는 더 많은 급여를 주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는 인식은 젊은 세대에게 보편적인 것이 돼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기에 대해 무관심하다. 생산현장의 경우 자동화와 무인화가 진행되지만 사무직을 비롯한 많은 부문에서는 효율화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조직에서 불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불명확한 지시를 통해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것을 당연시하거나 오히려 열심히 일한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해당 업무가 정말 필요한지, 꼭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능률을 올리기 위한 효과적 절차 및 지원체계 마련 등을 준비해야 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낭비적 요소로 간주하고 여전히 싸게 일할 사람을 찾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현실은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아'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합리적인 임금의 지급과 업무수행 방식의 개선, 경력과 숙련에 따른 체계적 보상 등을 거부하고 있다. 오늘의 인력난과 임금상승은 젊은 세대의 이기심과 나약함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 경제와 사회를 형성해 온 인구구조 자체의 변화가 그런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