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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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개월 동안 가자지구에서 어린이가 한 시간에 한 명씩 죽어나갔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납치하고 세뇌시킨 전쟁 범죄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에서 전쟁에 휘말린 어린이 인권을 화두로 꺼낸 정상은 에르도안과 나우세다뿐이다. 각각 이스라엘과 러시아를 비난하려는 의도가 명확하지만, 전쟁 속 어린이 인권이 주목받지 못하는 지금 이를 화두로 거론한 점에 감사하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가자에서 매일 평균 28명의 어린이가 폭격과 질병,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다. 초등학교 한 반이 통째로 사라지는 셈이다. 지난 7월에는 가자 난민 캠프에서 식수를 받으려 줄 서 있던 어린이 6명이 이스라엘 폭격으로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오폭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애초에 식수가 충분했다면 이들이 목숨을 잃을 일은 없었다. 영국 가디언 편집진의 글을 빌리자면 이 죽음은 단순한 실
정부가 공공성 강화를 기조로 주택공급 방안을 발표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역할이 더 커졌다. 그동안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해온 방식에서 직접 주택 사업 시행까지 맡게 돼서다. LH가 시행하는 주택 공급사업에 민간 건설사가 시공을 맡는 형태로 공공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인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LH 직접시행 방안에 대한 일각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 등으로 인한 불신이 남아 있어서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는 LH가 설계하고 관급 자재를 사용하는 LH 자체 브랜드 '안단테' 아파트에 시공사가 기술적으로만 참여하는 방식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참여사업과는 다르다. LH 직접시행 민간참여사업은 LH가 시행하되 시공사가 설계, 시공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갖고 브랜드도 건설사 자체 브랜드를 적용한다. 그럼에도 수요자들의 불신을 인식한 듯 김윤덕 국토부장관은 최근 위례 신도시 민간참여사업 단지인 '위례자이더시티'를 방문했다. 김 장관은 단지를 둘러보고 "민간 아
정부가 결국 물러섰다. 투자자들의 반발에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했다. 투자자들의 불만을 산 최고세율 35%의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재검토에 들어갔다. 사실 이런 결말은 예견됐던 바다. 정책 목표와 방향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코스피5000'을 내세우면서 정책은 반대로 갔다. 대주주 기준 하향, 기대에 못 미친 배당소득 분리과세, 증권거래세율 인상 등은 모두 투자 심리에 역행한다. 정부 스스로 모순의 덫에 걸린 셈이다. 정부의 후퇴로 논란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본질적 모순은 남아 있다. 이재명 정부 '경제 살리기'의 핵심 정책 수단은 '확장 재정'이다. 확장재정은 세수 확충 없인 불가능하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증세안이 불과 한 달 반 만에 철회되면서 세수 확충엔 물음표가 남았다. 여론 눈치에 밀려 세제를 접은 선례가 생긴 만큼, 금융·부동산·상속세 등 민감한 세제 논의는 더 어려워질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잃으면 시장은 정부를 신뢰하지
주택청약 가점제(이하 가점제)가 도입된 지 어느덧 15년이 훌쩍 넘었다. 지난 2007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당시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거주 중심의 주택 공급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청약 당첨 평균 가점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만점 통장도 당첨이 어려워지면서 심지어 '청약통장 무용론'까지 제기된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최대 32점, 부양가족 수 최대 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최대 17점으로 만점은 84점이다. 이 기준에 따라 '이론상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무주택으로 15년 이상 유지하고 청약통장도 15년 이상 가입해야 하며 부양가족이 6명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제도 시행 기간이 이미 15년을 넘어서면서 실제 당첨자들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 항목에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당
"특목고 떨어졌다고 일반고나 직업계고 못가는거 아니잖아요. 특수학교는 보통 한 번 입학하면 졸업할 때까지 다니기 때문에 떨어지면 학부모들은 벼랑 끝에 몰린 것 같다고 느낍니다" 한 특수교육 관계자가 전한 현장 분위기다. 다음해 특수학교 입학 공고가 뜨는 매해 여름 무렵이 되면 장애 학생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바빠진다.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학교를 가기 위해 분주히 전략을 짜야 해서다. 학기 중 결원이 생겼다는 소문이 돌기라도 하면 하루에도 수백통 전화가 쏟아지는 것은 물론, 자리 하나를 두고 경쟁률이 16대 1까지 치솟는다. 대치동에선 '레테(레벨테스트)'니 '초등 의대반'이니 전쟁이 벌어질 때,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은 기본적인 학교 교육을 받기 위해 그들만의 7세고시를 진이 빠지게 치뤄야 하는 셈이다. 올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12만여명이다. 전체 유초중등 학생 550만명 중 2.1%에 해당하는 규모다. 절대적으로 차지하는 비율은 작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모양새다. 통합교육을 선호
한국 의료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재차 입증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근 공개한 '2026년 12개 임상 분야별 세계 최고 병원' 평가 순위 중 암 치료 분야 상위 10위권에 국내 병원은 3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 중 한 병원은 소화기·내분비·신경·비뇨기·정형 분야를 포함, 총 6개 영역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세계 의료관광의 '성지' 한국이 일군 K-의료의 성과다. 그러나 이 같은 위상 뒤엔 '위기의 필수의료'란 꼬리표가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응급이나 분만, 외상 등 필수 불가결한 의료서비스면서 최소한의 환자 인권 보장을 위해 공적 의료보장 체계를 담보하는 영역이다. 문제는 이 담보를 받쳐 줄 인력이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단 점이다. 응급의학과·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과도한 업무강도를 비롯해, 최근 산부인과 의료진을 상대로 한 소송으로 재차 대두된 사법적 위험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안과·성
지난 12일 대통령실 앞 장외집회를 이끈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틀 뒤엔 구속된 손현보 목사가 담임인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강경파' 이미지를 내세워 당대표로 당선된 장 대표의 정치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약 9개월 남은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겨냥한 핵심 지지층 결집 전략이기도 하다. 지난달 26일 취임 이후 장 대표는 '강성 지지층'과 '중도 지지층'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를 "의병"이라고 칭한 게 대표적이다. 극단적 성향의 지지자들을 공식 당직에는 기용할 수 없지만, 대여투쟁 전선에선 함께 하겠다는 의미다. 강성 지지층을 확 끌어안지도, 밀어내지도 않는 행보다. 여권은 내년 지방선거까지 특검 수사와 재판 국면을 이어가며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이란 프레임에서 가둬놓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와 거리를 두지 않는다면 여권의 프레임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꼴이 된다.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다 사망한 해양경찰 고(故) 이재석 경사 사고에 많은 국민들이 슬픔에 잠겼다. 그는 당시 매뉴얼이 아닌 자신의 현장 판단에 따라 중국 국적 노인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넸고 결국 구조에 성공했다. 이 경사가 매뉴얼에만 천착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3년 전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된 일선 경찰관들도 유사한 상황이었다. 매뉴얼에 따르면 자신의 역할·담당이 아닌데도 추가 인명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현장 판단하에 인파를 분산하는데 손을 보탰다. 한 경찰관이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길목 근처에서 별다른 장비도 없이 시민들에게 "돌아가라"며 울부짖던 모습이 알려지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국무조정실·행정안전부·경찰청을 모아 이태원 참사 합동 감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서울 용산경찰서 등 현장 대응에 나섰던 경력을 감사 대상으로 정했다. 당시 고위 지휘관들은 이미 수사가 끝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가장 최근에
코스피 지수가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전인미답의 3400대에 올랐다.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면서 '신고가'를 기록하는 종목이 속출했다. 코스피가 3200선 전후의 '박스피'를 벗어난 것은 지난 8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할 것을 건의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이 나오면서부터다. 정부 세제개편안에 들어간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하향이 철회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 심리가 살아났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주주를 얼마까지 인정할 거냐는 문제는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나흘 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석 민생안정대책 당정협의에서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유지한다고 공식화했다.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지수는 6거래일 동안 내리 6. 31% 올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그동안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던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이 제자리를 찾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통신망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법 제도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7월 SK텔레콤 해킹사고에 대한 최종 민관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힌지 두 달이 지났다. 현재까지 과기정통부가 민간 정보보호 관리체계 강화를 위해 발표한 정책은 여전히 빈 칸이다. SKT 사태로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정보의 중요성이 부각됐지만 정부 차원의 관리·처리방침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KT 침해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정보보호 분야 민간 자문단을 구성해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가 사후약방문식 대처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근엔 근본적인 체질 개선보단 '기업 때리기'에만 골몰하는듯 보인다. KT와 LG유플러스의 해킹 정황을 보도한 미 보안전문지 프랙(Phrack) 보고서엔 사실 국군방첩사령부, 외교부, 행정안전부 '온나라' 시스템 등 공공시스템에 대한 해킹 공격 정황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공공시스템은 통신망 만큼이나 국민과 산업에
과학기술부총리제가 17년 만에 부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한다. 과기정통부는 경제부총리와 함께 양대 부총리 체제를 이끄는 부처가 됐다. 부총리가 되면 단적으로 과기정통부 장관이 주재하는 회의의 위상부터 달라진다. 참여정부 시절 과기부총리제가 도입됐을 당시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신설됐다. 과학기술 정책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부처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과기부총리 주재로 기획재정부, 교육부, 국방부 등 각 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회의체다. 당시 총 28차례에 걸쳐 회의를 개최했고 주요 안건 145개를 처리했다. 올해 과기부총리가 부활한 만큼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도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가 의미하는 건 자명하다. 과기정통부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과학기술 및 AI(인공지능) 정책을 강력하게 주도할 판이 깔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과기부총리제 폐지를 경험한 과학기술계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국내 한 대학교수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한꺼번에 구금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그룹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와 기술 인력들이 대거 단속에 걸린 것이다. 단순 사무 인력이 아니라 설비 설치, 시운전 같은 핵심 업무를 맡았던 이들이다. 현장은 순식간에 멈췄고 공사 일정은 기약 없이 밀리게 생겼다. 대체할 만한 인력이 국내에도 현지에도 없어서다. 한국에서 급히 인력을 충원해 보내도 비자 문제가 다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현지에서 채용하자니 필요한 기술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뒤늦게 외교력을 총동원해 미국과 비자 문제 협상에 나섰다. 한국에는 전문직 비자인 H-1B나 주재원 비자인 L-1 전용 쿼터가 없다. 인도와 중국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 속에서 한국 인력은 늘 후순위였다. 무역·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E-1, E-2 비자는 해법이 되긴 어렵다. 조약국 국민이면 신청은 가능하지만 스폰서나 투자 요건이 따라붙어 일반 근로자가 쓰기엔 문턱이 높다. 호주처럼 전용 전문직 비자를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