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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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에서 낙마한 이혜훈 전 의원의 '강남 래미안원펜타스' 사례는 그간 우리 사회가 말해온 '주거 정의'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강남 원펜타스는 이른바 꿈의 아파트 중 하나다. 서울 강남이라는 입지와 래미안이라는 1군 브랜드, 더구나 신축이다. 누구나 이런 아파트를 갖고 싶고 또 살고 싶어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다른 동네 사시는 부모님은 물론 사돈의 팔촌까지 끌어와 본인 집 주소를 갖다붙이기도 한다. 청약통장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 것이고 실제 마음만 먹는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위장전입이나 가족관계 조작을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이번 논란이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허탈과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부정청약이 반복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적발돼도 실익이 남기 때문이다. 위장전입·허위혼인·부양가족 조작처럼 고의성이 분명한 행위라도 제재는 대개 당첨 취소나 과태료에 그친다. 이미 입주했거나 집값 상승의 이익을 누린 뒤라면 사실상 '벌금만 내면 끝'이다.
AI(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데이터의 위상이 달라졌다. 과거 개인정보가 단순한 신원확인용이었다면 지금은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핵심자본이다. 한 사이트에 가입된 정보로 개인의 취향, 위치, 가족구성원, 직업군까지 유추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보가 정교한 피싱 등 AI 기반 범죄에 악용된다면 그 피해속도는 걷잡을 수 없고 범위 또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 같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기업에 보안은 단순한 비용지출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투자여야 한다. 보안에 실패한 기업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보유출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듯 보안역량은 기업의 수명과 더욱 직결될 것이다. 한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고 그 대가는 기업의 미래를 송두리째 흔들 만큼 치명적이다. 단순한 사과와 보상쿠폰보다 더 중요한 본질은 2차 사고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예방·후속조치다.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유출된 정보는 회수할 수 없기에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의대 정원을 놓고 의정 간 '수(數)' 싸움이 치열하다. 증원에 반발하는 의료계가 미래 의사 수에 대한 자체 관측(과잉)까지 내놓은 가운데, 정부가 고심하는 증원 규모도 계속 변하고 있다. 당초 2040년 최대 1만1136명의 의사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본 추계치는 기준연도로 정해진 2037년 기준 '2530~4800명 부족'으로 그 범위가 상당 부분 축소됐다. 정부는 내달 3일, 늦어도 10일까지는 의대 정원을 확정하겠단 계획이다. 부족한 의사 수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면서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물론 추계 자체가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인 만큼 딱 떨어지는 과학적 판단을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앞서 '2025년 연내'로 정해진 기한에 맞춰 추계가 진행되면서 이후 논의를 거칠 때마다 결괏값이 큰 폭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면 당초 추계 발표가 성급했단 결론에 도달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향후 최종 결정까지 두세차례 회의가 남은 셈인데 이 동안 합리적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모두 '친명'이고 친청와대입니다. " 지난 19일 청와대·더불어민주당 새 지도부 만찬에서 정청래 당 대표는 "혹시 '반명'이십니까"라는 이재명 대통령 농담에 이같이 답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열을 봉합해 뭉치는 모양새다. 앞서 청와대 참모들은 출마를 위해 줄사표를 냈다. 여당은 흔들리되 낙하하지 않는 대통령 지지율을 발판 삼아 선거에 몰두할 태세다. #"100일간 정치인 4000명을 모을 겁니다.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후보당 99만원으로 선거 치르겠다'는 도전에 나섰다. '온라인 공천'도 도입했다. 당 정체성을 살려 인재 영입 문턱을 낮추고 거대 정당보다 빠르게 선거운동에 돌입하려는 포석이다. #"할 게 산더미인데 우리는 '당게'에 갇혀 있네요. "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답답함을 털어놓았다. 여당은 분열을 단칼에 봉합하고 청와대까지 끌어안아 '올인' 모드로 돌입하고, 신당은 99만원 파격 공천과 온라인 속도로 세대교체를 선언하는 동안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대표 가족들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일명 '당게(국민의힘 홈페이지 익명게시판) 사건'에 발목이 잡혀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앞으로 복잡한 경제 범죄일수록 구속이 어려워지겠어요. 법리가 어려우니 방어권 보장이 꼭 필요하다면서 잘 피해나가더라고요. 요새 추세가 그래요. 문제는 화이트 칼라 범죄 피의자들이 더 치밀하게 수사를 회피한다는 거죠. 그래서 구속이 필요한 건데, 앞으로 수사 난이도가 더 높아질 겁니다. 얼마 전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한 검찰 관계자가 한 말이다. 김 회장 등이 홈플러스 재무제표를 조작하는 등 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숨겨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충분한 방어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아직 이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앞으로 지난하고 치열한 법리적 다툼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열린 영장실질심사가 그 예고편이었다. 심사에만 13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이는 역대 최장 기록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복잡한 범행의 양상을 하나하나 설명해 가며 법원을 설득했다. 김 회장 변호인들은 몇 달 내내 새벽까지 일하며 검찰 주장에 대응할 논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증권사 해외주식 이벤트 다 사라졌네요. 이런다고 국장(한국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아닐텐데요. " 새해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투자 시 투자 지원금을 제공하거나, 수수료를 무료로 해주는 이벤트들을 잇달아 종료하자 투자자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해외주식 이벤트가 사라진 것은 금융당국이 환율 고공행진의 주요 원인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증권사의 해외주식 영업활동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간담회에서 증권사의 해외 주식·파생상품 이벤트·광고 자제를 권고했고, 실태점검과 현장점검까지 나섰다. 감독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이벤트를 종료한 것은 물론 해외주식 관련 텔레그램 등 정보 제공 서비스도 일시 중단했다. 투자자들 사이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해외 주식 투자가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이같은 조치에 나선 것은 오히려 투자자들의 투자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LG유플러스 위약금 면제 기다립니다. 런('달려가 물건을 산다'는 의미) 준비해야죠. " KT 해지 위약금 면제가 막바지에 이르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같은 반응이 올라온다. 취재차 들른 유통점에서도 "앞으로도 위약금 면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SK텔레콤에 이어 KT까지 정부가 위약금을 면제토록 하면서 '사이버 침해 사고 발생→위약금 면제→번호이동 대란'이라는 학습효과가 생긴 것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위약금 면제는 SKT 침해사고에 한정된 것"이라며 "모든 사이버 침해사고가 약관상 위약금 면제에 해당한다는 일반적인 해석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이미 시장은 새로운 규제의 탄생으로 본다. LG유플러스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국회·업계·시민단체 등에서 정부에 위약금 면제 판단을 내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본 국민이 위약금에 발목 잡혀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엔 공감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떤가. KT가 위약금을 면제한 지난 2주간 66만명이 번호이동을 했지만, 이는 전체 휴대폰 회선의 1.
KT가 지난 13일까지 위약금 면제를 마감했다. 지난달 31일 시작된 이 조치는 시행 열흘 만에 18만2898명의 가입자가 이탈했다. 지난해 7월 SK텔레콤(SKT)이 10일간 위약금 면제를 시행한 때(16만6441명 이탈)와 비교하면 1만6457명 많은 수치다. 숫자만 보면 큰 차이가 아닐 수 있지만 이탈의 배경과 속도를 들여다보면 KT 상황이 더 심각하다. KT의 이탈은 준비된 탈출이었다. 지난해 9월 대규모 해킹사고 이후에도 가입자 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동을 막는 장벽인 위약금, 결합상품, 멤버십 혜택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SKT 사고 당시 이동할 고객군이 상당부분 이미 이동해 '잔여 이동수요'가 크지 않던 점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위약금 면제' 카드만큼은 끝까지 움켜쥐고 있던 KT가 결국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에 밀려 족쇄를 푼 순간 소비자들은 망설이지 않았다. 해킹 당시 쌓여 있던 불신과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이다. 단순히 '더 많이 떠났다'가 중요한 게 아니다. '왜 떠났는가'가 핵심이다.
"가격을 갑자기 왜 내렸을까요?" 지난해말 테슬라코리아가 주요 모델의 가격을 최대 940만원가량 인하하자 시장에서는 소비자 혜택이라는 평가와 함께 뜻밖의 결정이라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지난해 테슬라 인기는 수입 전기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고 브랜드 영향력 역시 정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테슬라는 미국산 모델을 중심으로 감독형 FSD(완전자율주행) 서비스를 도입하며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기술 체험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되는 국면에서 가격 인하가 단행됐다는 점은 자연스럽지 않아 보인다. 성장 국면에 있는 브랜드라면 굳이 가격 경쟁을 택할 필요가 없어서다. 의문은 글로벌 시장에서 처한 상황을 보니 금새 풀렸다. 실제로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량이 2년 연속 감소했고 전기차 시장 주도권도 중국 BYD에 넘어간 상태다. 혁신의 상징으로 평가받던 시기는 지나갔고 테슬라는 이제 재고와 점유율을 관리해야 하는 전통적인 완성차 기업의 위치에 들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의 가격 인하는 성장 전략이라기보다 글로벌 물량 압박이 반영된 결과로 보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솔직하다. 중앙은행 총재 치고 표현이 직설적인 편이다. 통상적인 표현을 넘어설 때도 있다. 공식적인 기자간담회는 물론이고 비공식적인 백브리핑 자리에서도 본인의 소신과 정책 방향을 전달하는 데 거침없다. 이 총재는 과감하다. 이슈를 피하지 않는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필요성을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이 총재는 "경제적 발언"이라며 정면 돌파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 총재로서 침묵할 수 없었다"며 "옳고 그름은 시간이 평가해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솔직함이 언제나 설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난해 말 '방향 전환' 발언은 의도와 달리 시장의 반감을 불렀다. 최근 국민연금·서학개미의 해외투자를 원화 약세 원인으로 지목한 것도 "책임 전가"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시장은 예민하다. 총재의 한마디에 시장이 들썩이기도 한다. 그만큼 정제되지 않은 표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억울한 측면도 있다. 의도된 맥락과 다르게 발언 한 두개로 메시지가 왜곡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솔직하다. 중앙은행 총재 치고 표현이 직설적인 편이다. 통상적인 표현을 넘어설 때도 있다. 공식적인 기자간담회는 물론이고 비공식적인 백브리핑 자리에서도 본인의 소신과 정책 방향을 전달하는 데 거침없다. 이 총재는 과감하다. 이슈를 피하지 않는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필요성을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이 총재는 "경제적 발언"이라며 정면 돌파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 총재로서 침묵할 수 없었다"며 "옳고 그름은 시간이 평가해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솔직함이 언제나 설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난해 말 '방향 전환' 발언은 의도와 달리 시장의 반감을 불렀다. 최근 국민연금·서학개미의 해외투자를 원화 약세 원인으로 지목한 것도 "책임 전가"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시장은 예민하다. 총재의 한마디에 시장이 들썩이기도 한다. 그만큼 정제되지 않은 표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억울한 측면도 있다. 의도된 맥락과 다르게 발언 한 두개로 메시지가 왜곡됐다.
"어제 보고 오늘 또 보러 왔어요. " 'CES 2026' 전시 2일 차인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노스홀.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 부스를 찾은 국내 A 기업 관계자는 중국 로봇의 발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관람객들의 시선은 권투 글러브를 끼고 잽을 날리는 로봇에 향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엉성했던 로봇들의 관절 움직임은 눈에 띄게 매끄러워졌다. 현장에서 마주한 경쟁사들의 기술 진전은 위협적이었다. 블랙잭 딜러를 하는 로봇, 탁구를 하고 셀카를 찍는 로봇까지 전시장은 퍼포먼스의 향연이었다. 올해 CES에 참가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약 40곳 가운데 절반이 중국 기업이었다. 중국산 로봇이 대규모 물량 공세와 화려한 시연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글로벌 기업들은 '피지컬 인공지능(AI)' 대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가 로봇 등 물리적 몸을 얻어 현실 공간으로 확장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이에 맞춰 기업들의 기술 연합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현대자동차그룹·메르세데스-벤츠·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구글, 엔비디아, 아마존 등 빅테크와의 협력을 잇따라 공개하며 합종연횡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