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솔직하다. 중앙은행 총재 치고 표현이 직설적인 편이다. 통상적인 표현을 넘어설 때도 있다. 공식적인 기자간담회는 물론이고 비공식적인 백브리핑 자리에서도 본인의 소신과 정책 방향을 전달하는 데 거침없다.
이 총재는 과감하다. 이슈를 피하지 않는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필요성을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이 총재는 "경제적 발언"이라며 정면 돌파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 총재로서 침묵할 수 없었다"며 "옳고 그름은 시간이 평가해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솔직함이 언제나 설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난해 말 '방향 전환' 발언은 의도와 달리 시장의 반감을 불렀다. 최근 국민연금·서학개미의 해외투자를 원화 약세 원인으로 지목한 것도 "책임 전가"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시장은 예민하다. 총재의 한마디에 시장이 들썩이기도 한다. 그만큼 정제되지 않은 표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억울한 측면도 있다. 의도된 맥락과 다르게 발언 한 두개로 메시지가 왜곡됐다. 이 총재가 국민연금의 환헤지를 강조한 건 훨씬 이전부터다. 2024년 11월에도 "국민연금과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많아지면서 과도하게 환율이 절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계엄 직후인 지난해 1월엔 국민연금·서학개미의 미실현 수익률에 대해 역설했다. 환율이 오르는 국면에서 수익률이 높아 보이지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일정 부분 환헤지가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1년 넘게 이어진 한은의 메시지였다. 경제 주체들에게 위험 신호를 전달하려는 문제 제기 자체를 부정할 순 없다. 거시 경제 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은의 책임감에서 비롯된 커뮤니케이션이기도 하다.
통화정책과 구조개혁 측면에서 이 총재가 남긴 족적은 상당하다. 사회구조적 문제를 공론장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불편하더라도 외면해선 안 되는 문제를 조목조목 끄집어냈다.
한은 직원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한은 노동조합이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1%가 재임기간 '정책 실적이 우수했다'고 답변했다. 이제 임기 말에 접어든 이 총재의 남은 과제는 '무엇' 만큼이나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있다. 정보와 해석이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중앙은행의 메시지는 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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