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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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가정보원장님. 지난 27일 '국민사찰 종식 선언 및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셨더군요. 앞서 지난달 국정원은 대법원에서 40년 만에 무죄가 확정된 '남조선해방전략당'과 '인민혁명당' 사건 유가족에게 원장님 명의의 사과문을 발송했습니다. 한국 현대사의 오점이자 비극인 중앙정보부와 안기부가 저지른 만행을 이제라도 반성한다니 뒤늦게나마 다행입니다. 그런데 최근 잇따른 사과에 사건 당사자인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원장님이 잘 아실겁니다. 우선 앞서 언급한 두 과거사 사건의 원장님 명의의 사과 서한 발송은 지난달 초 이뤄졌습니다. 피해 유가족에게 확인해보니 국정원으로부터 사전에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피해 당사자는 "사과를 받을 준비가 안 돼 있다"는데 사과라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사과 서한 발송 시점이 사위분의 마약 밀수·투약과 관련된 재판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지 불과 며칠 만에 이뤄졌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등록업체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추가 제도개선 필요성도 대두됐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한 전금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논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머지포인트 사태' 재발방지와 관련해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를 통해 내놓은 답변이다. 지난해 11월 발의 이후 약 9개월째 공전하던 전금법 개정안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른바 '머지런'(머지포인트+뱅크런)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선 선불충전금 이용자 보호 장치 마련을 위해 전금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해진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전금법 개정안에는 선불충전금 외부 예치 의무화와 이용자에 '우선변제권' 부여 등의 방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금법 개정안은 제2, 제3의 머지플러스 사례를 막을 '해결책'이 될 순 없다.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머지플러스와 같은 '미등록 업자'의 경우 이를 금융당국이 딱히 감독할 방법이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인 35%가 해외에 비교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4일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안 관련,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주재한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질문이다. 만약 기자간담회를 연 사람이 환경부 장관이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35%가 에너지 수급과 국내기업에 어려움을 준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것이다. 같은 언론사 기자라도 출입처가 다르면 자연스레 생각도 달라진다. 자주 만나는 취재원, 평소 접하는 자료가 다르기 때문일 터다.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기자들도 그럴진대 이해관계가 맞물린 사람들은 오죽할까. 당장 돈을 들여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할 상황이 된 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한국무역협회는 "35%라는 높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과 경제성장률 제고,
정치권에서 약속의 무게는 깃털처럼 가볍다. 다른 당, 외부 단체들과 협약뿐 아니라 당내 약속마저 손바닥 뒤집 듯 번복한다. 강력한 약속 이행 의지는 보도용 사진 촬영이 끝난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한다. 오죽하면 정치인에겐 거짓말도 전략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약속 깨기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불신은 당연하다. 믿음을 깨는 행태를 반복하니 믿을 수 없다. 지난달 말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원팀 협약식'이 대표적인 보여주기식 이벤트다. 6명의 대선주자들은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품위와 정직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서로에게 원팀 배지를 달아주며 네거티브 정쟁을 지양하고 공정 경쟁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후보들은 날선 표현을 동원한 감정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가 별도로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으나 이마저도 이행되지 않았다. 집권여당 후보들의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정권 교체를 외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가장 규모가 클 것이다." 양경수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지난 18일 민주노총 구속영장을 집행하러 온 경찰들을 돌려 세우고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10월 총파업을 공언한 양 위원장은 여전히 서울 정동에 있는 경향신물 건물 내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구속영장 집행을 피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양 위원장을 구속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지만 빈손으로 돌아갔다. 피의자의 자택이 아닌 건물에 수색영장 없이 진입하는 건 위법이라며 민주노총 측이 맞섰기 때문이다. 법원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양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건 지난 13일이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기한 안에 신속하게 집행하는 걸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열흘째 후속 조치는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경찰의 영장 집행이 늦어지고 있는 사이 양 위원장은 총파업을 결의를 위한 대의원회의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홀딩스(머지플러스 전신)의 재무제표를 지난 주 입수했다. 머지포인트가 금융당국의 재무제표 제출 요구를 그동안 왜 거절해 왔는지 알 만했다. 말이 안되는 재무제표였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빚'만 늘었다. 3년동안 300억 넘는 부채가 쌓인 자본잠식 상태. 좀비 기업은 회생 가능성이 없지만 정부·채권단 지원으로 숨을 이어가는 기업을 말한다. 머지포인트는 이보다 못했다. 변변한 투자를 받은것도 아니고, 순전히 '20% 할인'을 기대하며 상품권을 구매한 고객들의 돈으로 '돌려막기'를 했다. 폰지 사기인가, 혁신인가. 머지포인트는 '혁신'을 주장한다. 이용자가 쌓이고 플랫폼이 자리잡으면 '우버'같은 거대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사업을 홍보했다. 100% 틀린 말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20% 할인'같은 파격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면 혁신이라고 불릴 만했다. 하지만 방법이 틀렸다. 쓰면 안 될 '고객돈'을 썼다. 이 사업모델을 전적으로 신뢰해 줄
"정부가 탄소중립 실행 방안이나 지원책을 마련할 때 구상 단계에서부터 산업계 이야기에 좀 더 귀기울여야 하는데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해 우려된다. 정부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들 위주로 틀을 만들고 그 다음에 업계 이야기를 듣는다면 현실적 방안을 도출하기에 너무 늦어질 수 있다."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내놓기 약 한 달 여 전, 한 산업계 관계자가 조심스레 털어놓은 우려다. 지난 5일 우려는 현실화됐다. 시나리오 초안 공개 후, 실제 목표 달성에 큰 축을 담당하게 될 철강, 화학, 정유 등 산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을 취합한 결과, 목소리 톤 조절은 했을지언정 속 뜻은 '혹평'에 가까웠다. "꾸준히 발전해 나가야 하는 기업 현실을 감안한 건지 모르겠다"거나 "수많은 가정들이 전제돼야만 이룰 수 있는 목표인데 만일 궤도 이탈시에 책임은 누구에게 질 것인가"와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의도와 취지엔 충분히 공감하지만, 한마디로 현실성이 크게 부족하단 지적이었다. 일
"서울 집값은 11%, 아파트값은 14% 올랐다" 역대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김현미 전 장관이 지난해 7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한 말이다. 시장에선 "현실 감각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같은 시기 민간 기관이 집계한 통계와는 너무 큰 차이가 난 까닭이다. 당시 서울 아파트값은 KB국민은행 통계 기준으로 평균 9억5000만원이 넘어 현 정부 출범 시기와 비교해 60% 이상 뛴 상태였다. 김 장관은 퇴임 전까지 민간 기관이 조사한 집값 통계에 거품이 끼었다고 봤다. 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가 신뢰한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통계가 오히려 현실을 왜곡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전일 부동산원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930만원으로 전월 집계치(9억2813만원) 대비 1억8000만원 급등했다. 집값 통계는 표본 조사 특성상 한 달에 평균 매매가격이 1000만원 올라도 '급등'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일단 그림이 좋잖아요.' 한 스타트업 행사장에서 만났던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치인들의 스타트업 '러브콜'에 대해 한 마디로 이렇게 평했다. 스타트업 업계가 정치권의 새로운 공략지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전통시장이 정치인들의 단골 방문 코스였다면, 최근에는 스타트업들이 모인 장소에 얼굴 도장을 찍는 모습이다. 정치권의 러브콜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김부경 국무총리는 광복절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창업가거리 내 '팁스타운'을 찾아 두 시간여 동안 청년·여성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났다. 한 달 전에는 같은 장소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스타트업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다. 윤 총장은 이어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도 스타트업 대표들을 대면했다. 이곳엔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들렀다. 비슷한 시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같은 당 소속 강훈식 의원은 매달 개별 스타트업 사업장을 찾아가는 현장 방문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스타트업
굴지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지난 12일 명동에 미래형 매장을 선보였다. 혁신적인 디지털 경험을 통해 스포츠와 도시, 소비자를 연결한다는 '나이키 서울' 매장은 서울 명동 눈스퀘어 건물의 기존 H&M 자리에 들어섰다. 하지만 '나이키 서울' 오픈 당일 명동은 아수라장이 됐다. 나이키 서울 매장 입구에서 시작된 줄은 골목을 돌아 대로변의 롯데백화점 건너편 인도까지 이어졌다. 줄 선 사람들이 따닥따닥 늘어섰고 수백명이 새벽부터 '캠핑'을 불사하며 나이키 서울 매장에 진입하기 위한 오픈런(개장 시간에 맞춰 매장으로 달려가는 현상)에 참여했다. 나이키 서울은 나이키가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디지털 플랫폼 스포츠 펄스(Sport Pulse)를 도입한 신개념 매장이다. 나이키에서 들인 공도 어마어마했고 당연히 개장 첫날부터 사람이 바글바글한 것이 좋아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이키는 코로나19(COVID-19) 4차 확산이 심화되면서 연일 확진자수가 2000명을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최근 일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기조가 부담스러운 눈치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결국 돈 문제다. 친환경 생산시설을 갖추려면 비용이 드는데 빠듯한 살림살이에 여유가 없어서라는게 그들의 속내다. 기술 수준에 맞춰 해마다 수천, 수억원씩 투자를 하는 것도 벅찬데 친환경 설비까지 갖추라니 여간 부담스런게 아닌가보다. ESG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끌어올리자는 취지는 알지만 생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먼나라 이야기다. 그야말로 '하루벌어 먹고 사는 사람에게 유기농 식탁을 차리라는 격'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ESG가 얼마나 부담스러울지 짐작이 간다. 뿌리산업이라고 불리는 중소 제조업체들을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업종이라고 비하하고 외면한지는 오래다. 내국인이 떠난 자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지만 코로나19(COVID-19) 유행 지속으로 이마저도 수급이 어렵다.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내년도 최저
"타다가 없어지니까 상황이 이렇게 또…"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행보를 두고 한 택시 노동조합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그의 말에서 카카오의 무한확장에 대한 두려움이 읽힌다. 한때 '타다 절대 불가'를 외치며 도로를 가득 메웠던 택시 단체들의 위용은 온데간데없다. 타다가 철수한 지 불과 1년 반 만에 모빌리티는 '카카오 천하'가 됐다. 택시기사들은 공공연히 타다를 몰아낸 선택에 후회하고 있다. 타다라는 여우를 몰아내니 호랑이가 온 격이어서다. 일부 택시기사는 타다라이트나 우티(UT)·마카롱 등의 가맹택시를 선택했지만, 전체 승객의 80% 이상이 이용하는 카카오 콜(호출) 없이는 영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택시 기사들 스스로 자승자박했다는 탄식이 나온다. 그 와중에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익화는 거침이 없다. 지난 3월 택시기사를 상대로 유료 서비스 '프로멤버십'을 내놓은 지, 불과 몇 달 만에 승객을 상대로도 '스마트호출' 요금을 인상했다. 이용자 선택 다양화라는